<와호장룡> 리뷰 - 거장이 만든 무협의 매력
오늘도 어느 날

<와호장룡> 리뷰 - 거장이 만든 무협의 매력

by 하노(hano)

주관적해석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목차]

 

  1. 줄거리
  2. 무협의 매력
  3. 이 영화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줄거리

 

  시놉시스

 

19세기 청조 말렵 혼란기의 중국. 당대 최고의 문파인 무당파의 마지막 무사 리무바이(주윤발 분)는 뛰어난 무공을 소유한 여무사 수련(양자경 분)과 평생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그는 사부가 자객 푸른 여우(Jade Fox)에게 목숨을 잃자, 강호를 떠날 결심으로 선대부터 전해내려오는 보검 청명검을 수련에게 맡긴다.

수련은 무당파와 인연이 깊은 베이징의 호족 페이러에게 청명검을 전해주려던 자리에서, 고관 옥대인의 딸 용(장지이 분)과 첫 만남을 갖는다. 강호의 삶을 동경하며 용은 끊임없는 정략 결혼의 강요 속에서, 자신을 납치했다 풀어주며 '언젠가 꼭 다시 데려 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마적단 두목 호(장진 분)에 대한 열정과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호가 찾아왔을 때, 용은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용은 수련에게 깊은 호감을 표하면서, 자매의 연을 맺자고 청한다.

한편 정체 모를 자객이 청명검에 손을 대고, 수련은 범인의 뒤를 쫓아 결투를 벌이지만, 결국 검을 놓치고 만다. 그 사건의 조사를 위해 파견된 수련은 용을 의심하게 되고, 실제로 용의 유모로 위장한 푸른 여우에게서 대단한 무공을 전수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수련과 함께 청명검을 찾아나선 리무바이는 용이 자신의 무술을 보이고자 보검을 훔쳤으며, 그녀가 무당파의 무공을 전수받을 수제자라는 것을 직감하고 설득하지만, 용은 그 제안을 거절한다. 마침내 두 여인은 운명적인 관계로 맞서는데..

(출처 : 다음 영화)

 

  한 줄 요약

 

 악과 선의 세계와 책임과 자유의 세계에서 방황하던 옥교룡의 성장기.

 

  자세한 줄거리

(분량이 깁니다. 넘어가고 싶은 분들은 위의 목차를 클릭하시면 해당 목차로 이동합니다)

 산에서 수련을 쌓던 리무바이는 오랜 기간 끝에 하산한다. 리무바이는 무당파의 직속 제자로 대단한 무인으로 명성을 떨친 사람이었다. 오랜 지인인 유수련을 만난 리무바이는 무당파의 오랜 자산인 보검 청명검을 태대인에게 대신 전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유수련은 놀라서 왜 그러냐고 묻자 리무바이는 수행을 그만뒀다고 대답한다. 묵상 수련 도중 리무바이는 득도의 경지의 무턱까지 왔지만 그 순간 너무나 슬퍼져서 그만 실패하고 말았다. 리무바이는 오랫동안 피를 달고 살아온 과거를 청산하고자 청명검을 태대인에게 맡기려 한 것이다. 다만, 리무바이는 스승을 독살한 푸른 여우에게 복수를 못 했으면서 수련도 그만둔 자신을 부끄럽게만 여겼다.

 유수련은 청명검을 가지고 북경으로 간다. 볼일을 마친 수련은 태대인에게 리무바이의 뜻을 전하며 청명검을 넘긴다. 태대인이 검을 보관해두기로 수락하고 수련에게 이곳에서 지내고 가도록 제안한다. 태대인의 하인에게 방 안내를 받던 중에 수련은 태대인의 서재에서 옥교룡(후술, 용)을 만난다. 수련은 용에게 청명검을 보여준다. 용은 수련이 리무바이의 친구인 것을 알고 그둘과 무협의 세계에 관심을 보인다. 용은 왕실 보안책임자인 옥대인의 딸로 며칠 뒤에 고준배라는 귀족과 정략 결혼하도록 결정된 상태였다.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하는 결혼과 그 이후의 구속된 삶과 자유로운 무인들의 삶을 비교하며 수련을 부러워한다. 용은 그날 밤 유모에게 수련과 친하게 지내지 말라며 혼난다.

 모두가 잠든 늦은 밤, 태대인의 집에 복면을 쓴 도둑이 몰래 잠입한다. 도둑은 청명검을 훔쳐 달아났다. 태대인의 경비가 따라갔지만 옥대인의 집에 들어간 도둑을 놓치고 말았다. 뒤따라가던 수련이 옥대인의 저택에서 도둑과 결투를 벌인 끝에 도둑을 몰아붙인다. 수련은 도둑이 무당파의 권법을 사용하는 것을 느끼고 이상하게 여긴다. 그 순간 누군가 수련에게 독침을 날린 뒤 도망간 탓에 수련은 도둑을 놓치고 만다.

 낮에 수련이 용을 찾아갔다. 수련은 용에게 과거에 자신에게 명이라는 정인이 있었지만 리무바이를 구하다가 죽었다고 말해준다. 자신과 리무바이는 서로 흠모하는 마음을 품고 있으며 서로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자신은 여전히 명의 정인이라고 말한다. 자유롭게만 보였던 무인에게도 지켜야 할 도리가 있었던 것이다. 용은 수련에게 자신과 의자매로 지내자고 이야기한다. 리무바이가 북경에 왔다. 리무바이는 수련을 만나 청명검이 사라졌다는 사실과 푸른 여우가 북경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편, 도둑을 쫓았던 경비는 수상한 두 사람을 추적한다. 뒤따라 가보니 두 사람은 집에서 무기를 다듬고 있었다. 두 사람이 자리를 비운 사이 경비는 그곳에 들어간다. 경비는 그 둘이 푸른 여우를 추적하는 이들임을 알게 되었다. 푸른 여우는 옥대인의 집에 숨어있었다. 두 사람은 부녀 관계였다. 남자는 성시 관아의 위사(경비를 책임지는 장수)였는데 자신의 부인이 푸른 여우에게 살해당한 이후로 푸른 여우를 추적해왔다. 경비와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던 중에 푸른 여우가 오늘 밤 자정, 묘지에서 결투하자는 서신을 날렸다.

 세 사람은 묘지에서 푸른 여우와 결투를 벌인다. 푸른 여우는 수적 열세에도 세 사람을 밀어붙인다. 그 순간 리무바이가 나타나 푸른 여우를 제압한다. 리무바이가 푸른 여우의 목숨을 끊으려는 순간 도둑이 청명검을 들고 나타났다. 빼어난 무공을 가진 도둑은 푸른 여우를 구출해내고 도망치는 데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위사가 죽고 말았다.

 다음 날 수련은 용과 용의 어머니를 초대한다. 그 자리에서 도둑질과 살인은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지난밤에 관원이 죽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개인의 실수로 일가족에게도 피해가 미칠 수 있다는 말을 한다. 그날 밤, 도둑이 청명검을 들고 태대인의 저택으로 들어온다. 도둑을 기다리고 있던 리무바이는 도둑에게 자신의 제자로 들어오라 제안한다. 도둑은 청명검을 태대인 저택에 되돌려놓고는 제안을 거절하고 돌아간다. 수련의 예상대로 도둑의 정체는 용이었으며 그녀의 유모는 푸른 여우였다.

 그날 밤, 유모는 용과 말싸움 끝에 옥대인의 집을 떠난다. 유모가 사라지자 한 남자가 용의 방에 나타난다. 그의 정체는 호. 용의 옛 연인이었다. 그들의 과거 회상이 시작된다. 과거 유대인은 서쪽으로 발령 난다. 용과 부인이 이동 중에 사막에서 마적 때를 만난다. 호는 마적 때의 두목이었다. 용은 호가 가져간 빗을 되찾기 위해 호를 쫓는다. 도리어 호에게 붙잡히고 마는데, 용은 자신을 보살펴주고 매너 있으면서도 자유로운 호와 사랑에 빠진다. 옥대인이 사라진 용을 찾아 나서자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언젠가 다시 만나자는 인사와 함께 헤어지고 말았다.

 호는 용과 고대인의 결혼식 날에 나타나 무모하게 결혼식 훼방을 놓고 도망친다. 리무바이는 호를 붙잡았다가 무당산으로 보낸다. 그날 밤, 다시 도둑이 나타나 청명검을 들고 달아났다. 옥대인은 사라진 용을 찾아달라고 리무바이에게 도움을 청한다. 리무바이와 수련은 용을 추적한다. 추적하던 중에 리무바이는 수련을 향한 마음을 고백한다.

 청명검과 함께 길을 떠난 용은 산에 있는 식당에서 휴식을 취한다. 마침 청명검을 알아본 무인 두 명이 용의 정체를 묻는다. 용은 그들을 가볍게 제압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용은 번화가에 도착해서 식당에 들어갔다. 식사하려는 용에게 수많은 무인들이 찾아와 대결을 요청한다. 용은 그들을 조롱하고 모욕한 뒤에 그들을 공격한다. 순식간에 수십 명이 쓰러지고 식당이 망가졌다.

 곧이어 식당에 도착한 리무바이와 수련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용에게 당한 무인들에게 자초지종을 들었다. 수련은 근처에 있던 거처에 들른다. 수련이 식구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에 용이 찾아왔다. 수련은 용에게 집으로 돌아가도록 설득한다. 용은 도리어 모두가 합심해서 자신을 잡으려 한다며 배신감을 느끼고 분노한다. 결국 용과 수련은 대결을 펼친다. 수련의 무공이 더 뛰어났지만 용은 청명검의 힘으로 승리를 얻어낸다. 뒤늦게 리무바이가 나타나자 용은 도망친다. 리무바이는 끝까지 쫓아가며 자신의 제자가 되라고 설득한다. 대다무 숲에서 대결을 펼친 끝에 리무바이는 용을 제압하고 검을 빼앗아 폭포 아래로 던져버린다. 용은 검을 따라 폭포 아래로 몸을 던졌다. 리무바이가 따라가 봤지만 용은 사라졌다.

 물에 빠진 용을 구출해낸 건 푸른 여우였다. 동굴에 용을 눕히고 푸른 여우는 잠시 떠났다.  한편 수련은 용에게 당한 상처를 치료 중이었다. 수련은 창밖으로 푸른 여우로 보이는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발견한다. 푸른 여우가 없는 사이에 리무바이가 동굴을 찾아냈다. 리무바이는 용이 약물에 취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녀를 회복시킨다. 한 편 수련은 용에게 당한 상처를 치료 중이었다. 그때 수련이 동굴에 도착했다. 혼란에 빠진 그들 앞에 푸른 여우가 나타나 독침을 던진다. 리무바이는 독침을 막아내고 푸른 여우를 죽이는 데 성공하지만 독침 하나가 그의 목을 찔러 독에 중독되고 말았다. 리무바이는 해독제를 기다리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수련은 청명검을 태대인에게 보내고 용은 호가 있는 무당산으로 보낸다. 용은 호를 무당산으로 보내며 부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라고 조언한다.

 용은 무당산에 올라가 호를 만났다.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눴다. 다음 날 아침 용은 호에게 소원을 빌어보라고 말한다. 호는 '우리가 다시 사막에 가서 함께 있기를 소망해'라고 소원을 빈다. 용은 그 말을 듣고는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다. 호는 슬픈 표정을 하고 그 모습을 지켜본다. 용은 산 아래로 떨어지며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영화가 끝난다.

 

무협의 매력

 

 저는 무협물을 전혀 본 적도 읽은 적도 없습니다. 비현실적이고 과도한 와이어 액션과 득도한 듯이 행동하는 무림의 사람들 때문에 거부감이 심했습니다. 그리고 왠지 어딘가 촌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영화 리뷰를 하다 보니 취향이 아니라고 보지 않던 장르를 접하게 되네요. 전혀 접해보지 않고 이유 없이 안 좋아하는 것과 경험해보고 취향을 좁혀가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와호장룡>을 본 소감이 어땠는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색하지만 무협물의 매력을 알 수 있을 것 같다'입니다. 어색하다는 것은 영화의 디테일이 죽어 있어서 영화가 어색하다는 것이 아니라 제가 무협 장르 문법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아직 어색하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체질적으로 해산물을 전혀 먹지 못합니다. 하지만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왜 먹는지 이유는 알고 있습니다. 코안에 퍼지는 바다향과 부드러운 버터 같은 식감의 매력을 알고 있습니다. <와호장룡>을 본 뒤의 느낌이 이와 비슷했습니다. 저는 즐기지는 못하지만 매력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와호장룡>이 가진 매력을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이안 감독은 중국 대륙의 광활한 자연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덕분에 영상미가 엄청나게 살아났습니다. 특히 층이 낮은 동양의 건물 외부를 카메라에 담을 때 하늘을 함께 프레임에 배치시켰습니다. 땅과 하늘을 한 프레임에 같이 넣음으로써 중국의 관경 전체를 보여주는 효과도 낳지만 관객들에게 이질감을 주기도 합니다. 사람은 3m 이상 높이는 시각적으로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영화에서 천장부를 보여주면 관객들은 이질감 또는 불안감, 압박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늘과 땅을 같이 보여줌으로써 이 세계는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관객들이 느끼게 만드는군요. 이안 감독 특유의 자연미와 영상미는 그가 <라이프 오브 파이>의 감독과 동일인임을 확인시켜줍니다.

 다음은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주걸륜, 양자경, 장지이 같은 걸출한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주윤발은 무림의 제1 고수에 걸맞은 여유 넘치는 풍모를 보여줍니다. 양자경은 미묘한 표정 차이를 보이면서 리무바이를 향한 흠모하는 마음과 누구보다 도둑의 정체를 깨달았다는 것을 표현합니다. 장지이는 철없고 자신만만한 젊은이의 패기를 연기했습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변화하는 용의 감정도 잘 표현해냈습니다.

 <와호장룡>의 가장 멋진 장점은 촬영과 액션씬입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리뷰에서 영화가 끝난 뒤에 기억에 강하게 남은 한 장면이라도 있다면 그 영화는 성공한 것이라고 말한 적 있습니다. <와호장룡>에서 액션씬은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영화의 초반 수련과 용의 추적 대결 장면은 지금 봐도 스타일리시합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두 배우를 쫓아가는 카메라도 대단합니다. 동선과 배우들의 합을 어떻게 맞췄을까요. 보법만 보여주는 컷도 동양 무술의 특징을 잘 담아냈습니다. 영화 후반부의 대나무 숲 대결은 자연미와 액션의 역동감을 모두 살려낸 명장면입니다. 후반부에서 다시 맞붙은 수련과 용의 대결은 감독이 공을 엄청나게 들였다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집니다. 모든 액션씬이 훌륭하군요.

 

이 영화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그런데 이 영화는 모호한 부분이 분명 존재합니다. 제가 앞서 매력은 느낄 수 있었지만 즐기지 못했다는 건 이것 때문입니다.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주인공이 부재합니다. 이런 방식은 주로 다양한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는 대서사시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무협 같은 장르성 짙은 장르에서는 잘 채택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입장을 지닌 인물들을 교차해 보여줌으로써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잘 살리기 어렵습니다. 또 관객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이 없다는 약점도 지녔습니다. 이안 감독은 약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잘 살려냈을까요?

  무협물이나 판타지물에는 장르 문법이 강하게 작동합니다. 예를 들면 판타지에서 마법사는 지혜롭지만 오만하고 성직자와 흑마법사는 서로 원수지간이라는 것, 드래곤은 마법의 주인이며 보물을 좋아한다는 것 등입니다. 해당 장르에 익숙한 사람들은 별도의 배경 설명이 없더라도 충분히 작품을 즐길 수 있죠. 처음 장르 서사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작품이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장르를 즐긴다는 건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무협물에도 장르 문법이 존재합니다. 정파와 사파가 존재하고 정파는 정의롭고 고결하며 사파는 그 반대라는 것입니다. 선한 존재와 악한 존재의 구분이 뚜렷한 것이 무협의 세계입니다. <와호장룡>에서는 선과 악의 구분을 지워버렸습니다. 지금이야 사파 소속의 주인공도 많이 등장하지만 이전에는 정의로운 정파 소속의 무인이 무조건 주인공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와호장룡>에 등장하는 무인들 역시 무당파로 정파 소속입니다. 리무바이와 수련은 항상 도리에 따르고 정의로운 선택을 내립니다.

  무당파의 무공을 사용을 사용하면서도 살인 행위를 반복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리무바이의 원수이자 용의 스승인 푸른 여우입니다. 무당파는 여자를 제자로 받지 않기 때문에 푸른 여우는 완전히 무당파 소속이라고는 할 수는 없습니다. 푸른 여우가 리무바이의 스승을 살인한 이유도 그녀에게 무술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는 완전한 가해자인가요? 스승은 무공을 가르쳐주겠다는 빌미로 그녀와 잠자리를 가졌지만 무공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스승을 독살하고 비서를 훔친 푸른 여우는 남자들에게 큰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분노를 지닌 채 무공을 익힌 그녀는 살인귀가 되었습니다.

 푸른 여우에게 무협의 세계를 배운 교룡은 <와호장룡>에서 주인공에 가장 가까운 인물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일으키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귀족이지만 자유로운 무협의 세계를 동경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없는 여성으로서 신분을 족쇄로 여깁니다. 푸른 여우로 대표되는 악의 세력과 리무바이로 대표되는 선의 세계는 그녀를 각자 자신의 세계로 끌고 들어오려 합니다. 갑갑하지만 풍요로운 가정과 귀족의 세계와 자유로운 풍도 그녀에게 선택을 요구합니다. 선과 악, 책임과 자유 사이에서 사지를 붙잡혀 끌려다닙니다.

 푸른 여우와 리무바이의 죽음으로 마침내 그녀는 속세에서는 자신이 지켜야 할 책임이 있고 자유로워 보이는 무인에게도 따라야 하는 규칙이 있음을 깨닫습니다. 용은 모든 것을 직접 겪은 후에야 뒤늦은 깨우침은 어느 선택을 하더라도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는 수련의 가르침이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야지만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죠. 그녀가 겪은 모든 일들은 사랑, 자유, 이별, 동경, 책임, 순응의 삶입니다. 이는 용의 개인의 일이 아닌 모두가 겪는 인생의 과제들이기에 영화가 깊이가 더해집니다. 마지막에 그녀는 가장 자유로운 선택을 내립니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 해석은 개인에게 달렸습니다.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을 쉽게 찾지 못한 이유는 여럿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무협 장르의 문법에 얽매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협의 주인공은 강하고 정의로운 정파의 고수라는 선입견 때문에 자연히 리무바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게다가 영화의 첫장면이 리무바이의 등장입니다. 두 번째 이유로 들 수 있겠습니다. 용의 등장이 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늦은 타이밍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니 굴레에 얽히지 말고 자유로우라는 영화의 주제가 영화를 보는 저에게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 선입견과 갇혀 주인공을 바로 알아보지 못했네요.

 리무바이가 제자로서의 도리, 벗으로서 도리, 무인으로서의 도리에 얽매여 있었고 수련은 여인으로서 무인으로서 도리에 얽매여 있었습니다. 푸른 여우도 분노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저희도 이들처럼 자신의 사회적 신분에 선입견에 갇혀있지는 않나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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