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칭 포 슈가맨> 리뷰 - 우리가 잊고 있던 것들
오늘도 어느 날

<서칭 포 슈가맨> 리뷰 - 우리가 잊고 있던 것들

by 하노(hano)

주관적 해석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19년 12월 6일 가수 양준일 씨가 출현한 JTBC 프로그램 <슈가맨 시즌3>이 방영됐다. 많은 사람들이 당시 보수적인 사회적 분위기와 폐쇄적인 방송계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은 양준일 씨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안타까워했다. 방송 후 양준일 씨에 대한 관심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많은 사람들이 시대를 앞서간 그를 한국에서 다시 보기를 원했다. 하지만 양준일 씨는 이미 생활하던 미국으로 돌아간 뒤였다.

 이 폭발적 반응은 태평양을 넘어 미국에까지 전해졌고 양준일씨는 팬들을 위해 한국에 돌아왔다. 그 뒤로 양준일 씨는 수많은 예능 방송과 음악 방송에서 활동하며 여러 회사의 광고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그는 탑골 GD라고 불리며 사랑받고 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인기, 그는 그의 인생에 이런 순간이 올 것이라고 예상한 적이 있을까?

 다시 대륙을 넘어 미국으로 향해보자, 미시간 디트로이트 그곳에 원조 슈가맨이 살고 있다.

 


[목차]

 

  1. 줄거리
  2. 이런 속임수라면 속아도 좋아
  3. 결국 로드리게즈라는 사람은

 

줄거리

 영화는 스티븐 '슈가' 시거맨이라는 사람의 인터뷰와 시작한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레코드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슈가 맨'이라는 노래가 얼마 남아공에서 인기가 많았는지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별명도 이 노래 덕분에 생긴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몰랐다. 그야말로 수수께끼 그 자체였다. 나중에야 그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관객이 보는 무대 위에서 분신자살했다고 한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강타한 '콜드 팩트' 앨범의 노래를 부른 가수 시스토 로드리게즈를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것이다. 영화는 내용에 따라 3부로 나눌 수 있다. 1부에서는 로드리게즈의 앨범이 어떻게 세상에 나왔는지 그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야기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는 나라가 1970년대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들에게 로드리게즈의 음악이 미친 영향과 그의 음악이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197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파르트레이트라는 백인주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정부 주도하에 인종차별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졌고 다른 국가들이 이에 반발하여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고립시켰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부랑 국가였다. 언론이 통제되었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들은 그들이 고립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이때 우연히 앨범 하나가 미국에서 흘러들어온다.

 1968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부둣가에 있는 술집에 음반 제작자인 데니스 코피와 마이클 시어도어가 찾아간다. 깊은 안개가 낀 강가 바로 앞에 위치한 술집으로 들어가자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가게 안이 담배 연기이 로 가득 차 안개 낀 밖과 다르지 않았다. 술집 깊숙한 곳에서 기타 뜯는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기타 소리를 따라 술집으로 들어갔다. 술집 가장 안쪽에 등을 돌리고 앉은 남자 한 명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얼굴을 없었다. 어차피 담배 연기 때문에 남자가 앞을 향해 있었어도 안 보였을 것이다. 어찌 되었건 두 사람에게는 남자의 검은 실루엣만 보였다. 얼굴을 보지 않으니 가사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남자의 노래를 듣고 앨범을 제작하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1970년에 로드리게아즈의 첫 번째 앨범 'Cold Fact'가 제작되었다. 이어서 2집 앨범이 제작되었지만 그의 앨범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대실패 했다.

 미국에서 6장밖에 팔리지 않은 그의 앨범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대히트를 쳤다. 반체제라는 단어의 뜻조차 몰랐던 남아공 국민들은 이 노래를 통해 자유라는 것을 배웠다. 그의 음악을 들은 음악인을 중심으로 '포 프레임 운동'이 진행되고 그의 음악은 시위의 주제곡이 되었다.

 2부에는 그를 찾아 나서게 된 계기부터 그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로드리게즈 추적을 이끈 건 영화 시작에 등장한 스티븐 시거맨과 음악평론가인 크렉 바톨로뮤 스트라이덤이었다. 그들은 앨범의 수익을 따라 돈의 흐름을 추적하기도 하고 사이트를 제작해서 제보를 받기도 했다. 시거맨과 스트라이덤은 갖은 노력 끝에 적은 단서를 가지고서 마침내 로드리게즈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그의 정체를 찾아낸다. 영화는 로드리게즈의 정체를 찾아낸 데서 끝나지 않는다. 3부에서는 로드리게즈가 직접 등장한다. 3부에서는 그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방문하고 공연을 한 이야기 그리고 그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서 어떤 삶을 사는지에 대한 내용이 이어진다.

 

이런 속임수라면 속아도 좋아

 영화의 오프닝은 강렬한 인상을 심어놓는다. 로드리게즈의 대표곡인 'Sugar man'이 흘러나오고 케이프타운의 해안절벽을 달리는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는 남자가 이 가수에 대해 설명한다. 정체불명의 유명가수 그리고 그의 사망에 대한 소문, 무대 위에서 분신자살. 이런 억센 단어들은 마치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들이 20년간 그래 왔듯이 관객들이 로드리게즈가 이미 사망했다고 믿게 만든다.

 감독은 고의적으로 관객들이 로드리게즈라는 미스터리한 가수가 사망했다는 착각을 하게 컷을 구성했다. 곧바로 이어서 첫 앨범의 제작자들과 로드리게즈의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배치시켜서 그에 대한 신비로운 인상을 품게 만든다. 두 번째 앨범을 같이 제작한 스티브 로랜드의 증언이 기가 막히다. 로드리게즈가 첫만남에 들려줬던 곡 가사의 첫마디가  '나는 크리스마스 2주 전에 직장을 잃었지'로 시작하는데 이 곡이 그들의 마지막 작업이 되었다. 그의 두 번째 앨범도 실패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가사처럼 레이블이 해체되어 그들은 크리스마스 2주 전에 직장을 잃게 되었다.

 이제, 관객들의 눈에 로드리게즈는 떠돌이 생활을 하던 불운한 노동자 계층의 현자로 비친다. 그는 범인으로서는 파악할 수 없는 전설적이고 신비로운 인물이 되었다. 재능을 펼치지 못한 이 예술가는 이제 바다를 건너 군부독재정권이나 다름없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자유 열망에 대한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서 노래하던 그의 음악을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민들은 자유에 대해 배웠고 그들은 자유에 대한 열망을 가슴에 품고 저항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검열기관을 통해 그의 레코드판을 긁어놓아서 그의 음악을 아예 들을 수 없게 했다. 하지만 금지될수록 욕망은 더 커지는 법이었다. 70년대 집에 턴테이블이 있는 집이면 비틀즈, 사이먼 앤 가펑클 그리고 로드리게즈의 앨범이 무조건 있었다. 그의 음악이 세상을 바꿨다.

 그는 이제 현자이자 혁명을 이끈 혁명가이다. 그에 대한 온갖 상상이 붙는다. 관객들은 7-8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과 유사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 남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왜 그는 죽은 것일까?

 음악평론가인 스트라이덤은 당시 기사를 기획하고 있었다. 그때 고려하던 5개의 아이템 중 하나가 로드리게즈의 죽음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몇 년 뒤, 그는 우연히 로드리게즈 2집 앨범 'Coming from Reality'의 앨범 내지에 적힌 해설지에 적인 문구를 읽게 된다. 

 "로드리게즈에 대해 알려진 바는 전혀 없다. 음악평론가 탐정 어디 없나?"

 이 한 줄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스트라이덤은 해설을 적은 시거맨에게 연락하고 두 사람은 합심해서 로드리게즈의 죽음을 찾아 나선다. 시작은 자본이었다. 죽은 사람이 벌어들이는 돈은 어디로 갈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로드리게즈의 앨범을 발매한 레코드 회사는 3곳이었다. 이 세 회사의 사장은 공통적으로 로열티를 '석세스 레코드'에 보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석세스 레코드의 사장이 누군지까지는 알아냈지만 연락을 취할 수는 없었다.

 추적이 막힌 그들은 로드리게즈의 앨범에 있는 정보를 분석했다. 'Can't Get Away'라는 곡의 가사를 보면 '힘든 도시, 록앤롤 USA, 가장 높은 빌딩의 그림자에서, 암스테르담 호텔, 조지아의 먼지 낀 길'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단서라고 하기에는 약했다. 그들은 사실상 여기서 포기했다. 그러던 중 스트라이덤은 '도시의 브루스'라는 노래를 듣다가 "디어본에서 소녀를 만났어. 이른 아침 6시에"라는 가사를 듣고 디어본이 지명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20년 동안 이 앨범을 들었지만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당장 지도를 뒤져서 디트로이트에 디어본이라는 장소를 찾아냈다.

 1997년 8월, 로드리게즈의 첫 앨범 공동 제작자였던 마이크 시어도어에게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전화가 온다. 수화기 넘어의 남자는 로드리게즈라는 사람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는 시어도어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전한다. 그의 앨범이 25년 동안 수십만 장이 팔렸다는 것이다. 남자는 시어도어에게 끊임없지 질문을 던졌고 시어도어는 그에 대한 답을 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길게 이어졌고 남자의 마지막 질문의 차례가 왔다. 로드리게즈는 어떻게 죽었죠? 무대에서 분신자살을 했다는데 맞나요? 머리에 총을 쐈다는데 맞는 이야기인가요? 그와 마약에 대한 소문은 뭐죠? 시어도어는 그에게 로드리게즈는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드디어 두 사람의 노력 끝에 로드리게즈의 죽음의 실체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심지어 그는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이미 로드리게즈의 사망을 기정사실로 여긴다. 감독이 의도적으로 플롯 구성을 그렇게 짠 것이다. 그가 버젓이 살아있음을 알고 있었던 감독이 속임수를 썼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지금껏 인터뷰한 사람들도 로드리게즈가 살아있음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관객들은 속았음에 전혀 분해하지 않는다. 이미 그들은 7-8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들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경험했고 그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격한다. 감독은 플롯 구성을 통해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들이 느꼈던 감동을 관객들이 똑같이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감독이 옳은 판단을 했다고 생각한다.

 바솔로뮤 스트라이덤은 이제 취재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시거맨이 만든 사이트에 한 제보가 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제보는 로드리게즈의 장녀에게서 온 것이었다. 장녀 에바는 자신의 연락처를 적어두었고 시거맨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사람은 전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눴고 '정말 만나서 반가웠고 언젠가는 아버님과 전화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시거맨의 인사로 두 사람의 대화는 끝을 맺었다.

 그날 새벽 시거맨의 집에 전화벨이 울렸다. 시스토 로드리게즈 본인의 전화였다.

 

결국 로드리게즈라는 사람은

 이 통화로 로드리게즈와 그의 가족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방문한다. 1998년 3월 2일 로드리레즈와 함께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도착한 가족들은 믿을 수 없는 관경을 목격했다. 공항에 리무진이 대기하고 있고 무수한 취재진들의 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가족 중 그 누구도 이 현실을 목격하면서도 실감하지 못했다. 오직 로드리게지만이 대수롭지 않은 듯 행동했다.

 4일 뒤 1998년 3월 6일 로드리게즈의 콘서트가 열렸다. 이 나흘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무수한 의혹이 생겨났다. 그가 정말 로드리게즈 본인이 맞을까? 25년 간 모든 사람들이 그가 죽었다고 믿었다. 예수가 부활한 뒤 그의 부활을 믿지 못했던 제자들처럼 살아 나타난 그의 존재를 기쁘지만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러한 의심과 관심 속에 그의 콘서트가 열렸다. 콘서트 장에는 관객들이 가득했다. 로드리게즈를 소개하는 사회자의 인사말이 끝나고 드디어 그가 무대 뒤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그가 등장하자 사람들은 환호했다. 환호 소리와 베이스 소리만 이어졌다. 곧이어 베이스 소리가 끊겼다. 그렇게 5분~10분 간 환호성이 이어졌다. 로드리게즈가 그들에게 자유를 선물했듯이 이제 그들이 받은 것을 로드리게즈에게 돌려줄 차례였다.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했다. 이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그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엄청난 부의 축적을 이루게 될 것이다. 블루 컬러 노동자에서 비틀즈 이상 가는 슈퍼스타로 탈바꿈한 그는 살아있는 전설로서 살아갈 것이다. 일반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인기를 누리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겠지. 하지만.

 이 영화는 시스토 로드리게즈의 성공담이 아니다. 그는 미국 디트로이트로 돌아갔다. 그는 여전히 남들이 기피하는 작업들을 자처하며 노동자로서 살아가고 있다. 에바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방문했을 때 운전사 겸 보디가드였던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자녀를 낳았다. 이야기의 시작을 열었던 스티븐 시거맨은 보석상에서 레코드점 사장이 되었다.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단 하나 로드리게즈는 변하지 않았다.

 누가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종종 우리에게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의식도 안 한 채 모두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선택을 내린다. 로드리게즈의 삶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선사한다. 그의 동료는 로드리게즈가 막노동을 할 때 정장을 차려입고 경건한 자세로 작업을 했다고 증언한다. 그는 사소한 것들에서 특별한 것을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지금까지도 40년째 같은 집에서 거주하며 디트로이트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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