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리뷰 - 행복해지고 싶을 때
오늘도 어느 날

<리틀 포레스트> 리뷰 - 행복해지고 싶을 때

by 하노(hano)

 

 봄이 오고 있다. 봄은 왔는지도 모르게 가버리는 계절이니 이미 봄이 와있는 걸지도 모른다. 서울에는 이미 벚꽃이 피었다고 한다. 햇볕이 따스하고 옷차림은 가벼운 것이 나들이 가기 참 좋은 날씨가 되었다. 날씨와는 다르게 시국은 봄이 왔는데 어쩌라는 듯 심각해지고 있다. 이 좋은 날씨에 몸은 찌뿌둥하고 마음은 답답하니 오늘 점심을 먹고 양갱 반을 칼로 한입에 먹기 좋게 자르고 물을 끓여 벚꽃 차 티백을 우린 뒤 이 영화를 틀었다.

 

계절감

 한국의 계절감을 이토록 아름답게 그린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이 영화는 한국 시골 풍경을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다. 겨울부터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과 봄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순리를 잊고 살던 도시 사람들은 이런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 자연이 가진 치유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 하늘이 좁고 녹음이 부족한 도시에 계절감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도시에서는 주로 실내 생활을 하기 때문인데 이는 많은 현대인이 자연과 완전히 대치되는 환경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촌 환경은 계절감을 느끼게 하는 데 탁월한 장소다. 봄에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그 싹이 움트고 여름에는 그 싹이 훌쩍 자라서 꽃이 피고 벌과 나비가 꼬인다. 가을에는 꽃이 떨어진 자리에 과실이 열리고 겨울을 날 준비를 한다. 겨울에는 녹음이 사라지고 흰 눈이 세상을 덮는다. 농촌에서는 계절을 작황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더군다나 주인공 혜원은 이 작물들로 직접 음식을 해 먹는다. 지금이야 하우스 재배로 제철 채소나 과일이라는 개념이 약해졌지만, 과거에는 그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있었다. 혜원은 음식들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계절의 맛을 맛보여준다. 겨울에는 찬 바람을 맞고 자란 배춧잎을 뜯어 배춧국을 끓여 먹고 봄에는 봄기운에 올라온 봄나물을 먹는다. 여름에는 시원하게 콩국수를 말고 오이와 토마토를 올린다. 가을에는 밤과 감이 난다.

 

힐링

 <리틀 포레스트>의 서사는 갈등 없이 진행된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갈등이라야 절친과 겪는 삼각관계인데 이조차도 갈등다운 갈등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임순례 감독은 관객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을 모조리 생략해버렸다. 관객은 그저 감독이 준비해둔 아름다운 화면과 풋풋한 젊은 이야기를 느끼면 된다. 생각과 불평은 모두 지워버리는 것이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다.

 영화의 장면은 주로 농사짓는 장면과 음식하는 장면으로 구성이 되었는데 마치 유튜브를 보는 것 같다. 유튜브의 촬영과 편집 방식을 영화에 활용했음이 눈에 보인다. 요리하는 사람의 모습이 화면에 생략되고 위에서 음식을 내려찍는 방식이나 요리 과정이 부분적으로 생략되고 보기 좋은 화면만 짤라 보이는 등의 방식이 그렇다. 생각 없이 쿡방을 보게 되는 것과 같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눈이 편하도록 구성된 구도와 색감을 통해 나도 모르는 새 마음을 편하게 내려놓게 된다.

 김태리 배우의 나래이션도 큰 역할을 가진다. 카메라와 마이크, 후시녹음 등 덕분에 연기에 있어서 발성의 중요성이 많이 약해졌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발성은커녕 발음마저 부정확하고 독특한 억양을 가진 배우들이 많이 보인다. 작은 목소리로 대사처리를 할 때면 한국어임에도 대사를 이해하기 위해 자막이 따로 필요할 때도 있다. 이러한 경향 속에 김태리는 발성이 빛나는 배우다. 탄탄한 발성과 정확한 발음을 가진 김태리 배우의 목소리는 작품 속에서 강한 힘을 발휘한다.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김태리 배우의 독백이 나래이션처럼 삽입이 되는데 듣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목소리를 가졌다.

 

뚜렷한 단점

 <리틀 포레스트>는 한 번 문제 삼기 시작하면 문제점이 끊임없이 보이는 영화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힐링 포르노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비판이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모든 불편한 지점을 회피했다. 현실 감각이 없는 힐링은 그저 판타지에 불과하다. 감독은 여러모로 책임을 회피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농촌 사람들은 불쾌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농촌에서 겪는 불편함을 감춰두었다는 것이다. 병충해나 날씨에 따라서 한 해 농사가 모두 무용지물이 되기도 하고 인프라가 부족하고 문화생활을 하기 어렵고 농촌 생활에는 수많은 불편함이 동반된다. <리틀 포레스트>는 이런 부분을 영화에서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앞서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는 불평과 생각을 지우는 것이라고 서술한 것처럼 이러한 비판점들은 문제 삼지 않는다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도 아쉬운 지점이 있다. 주인공 혜원의 엄마는 혜원이 성인이 되기 직전에 편지만 남겨두고 가출한다. 혜원은 엄마의 이런 행동에 상처를 입었지만, 자신도 똑같이 행동한다. 이때 혜원이 버려두고 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하다. 이들이 버리고 떠난 사람들이 겪은 힘듦을 무시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뚜렷한 단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를 추천한다.

 계절감을 느끼고 싶을 때, 2시간 동안의 힐링이 필요할 때,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을 때 이런 영화가 필요한 법이다.

 단점들을 감안한다면 영화를 보고 나서 행복해져 있는 나를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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