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Gone Girl)> 리뷰 - 무한히 확장되는 공포
오늘도 어느 날

<나를 찾아줘(Gone Girl)> 리뷰 - 무한히 확장되는 공포

by 하노(hano)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를 찾아줘(Gone Girl)> 메인 포스터

 

  지독한 영화

줄거리

 

아내를 생각하면
항상 그녀의 머리가 떠올라
그 예쁜 두개골을 쪼개고
뇌를 꺼내서
대답을 찾는 상상을 하지
부부간의 기본적인 궁금증들
'무슨 생각해?'
'어떤 기분이야?'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됐지'

 

 던 부부는 미주리주에서 완벽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던 부부의 결혼 5주년 남편 닉이 집을 비운 사이 아내 에이미가 사라졌다. 경찰은 납치사건으로 상정하고 공개수사를 진행한다. '어메이징 에이미 이야기' 속 주인공으로 유명한 에이미의 실종사건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발견되는 증거들. 부엌에서 발견된 다량의 혈흔, 에이미의 편지와 그녀의 고액 생명보험증, 이웃 주민 노엘의 증언 무엇보다 너무나 침착하고 덤덤한 닉의 반응은 닉을 유력 용의자라고 가리켰다. 마침내 유력한 정황 증거인 에이미의 일기장이 발견된다. 누군가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태워버리려다 실패한 상태로.

 일기장은 닉과 에이미의 완벽했던 첫 만남부터 시작되어서 실종되기 직전까지 기록되어있었다. 닉과 에이미는 그야말로 완벽한 첫 만남을 가졌다. 두 사람은 우리는 서로 의심하고 헐뜯는 다른 커플과는 다를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닉이 실직하고 에이미가 신탁자금 대부분을 에이미의 부모님께 드리자 닉은 변하기 시작했다. 게으르고 신경질적으로 사람이 변해갔다. 에이미는 닉에게서 자신을 향한 증오심을 발견하고 남편을 두려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모든 정황 근거는 완벽하게 닉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에이미는 변해가는 남편을 끝까지 포용하고 인내한 여성이었고 닉은 부인의 친구에 대해 모를 정도로 무관심한 남편이었다. 닉은 에이미에게 폭력을 휘두르기까지 했다. 모두가 에이미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닉을 증오한다. 관객들도 그렇게 닉에 대한 분노를 느끼는 순간 영화는 던 부부의 결혼 5주년 기념일로 되돌아간다.

 에이미의 일기장에 적힌 내용은 모두 에이미의 창작물이었다. 에이미는 남편 닉이 20대 초반 여성과 외도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극도의 실망감을 느끼고 닉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모든 정황 증거들은 모두 에이미가 조작한 것이었다. 

 

스릴러

 스릴러라는 장르는 정의하기 어렵다. Thriller. 직역하면 스릴을 주는 것 정도가 될 것이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thrill을 '간담을 서늘하게 하거나 마음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느낌'으로 정의한다. 이 마음을 죌 정도로 아슬아슬한 느낌은 어디에서 오는가. 서스펜스의 대가인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명확하게 설명한다.

 "나는 삐걱거리는 문소리로 서스펜스를 자아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두운 거리에서 죽은 고양이와 폐물들이 나뒹구는 것보다 밝은 대낮에 졸졸 흐르는 냇가에서 일어나는 살인이 더 흥미 있습니다.... 서스펜스가 무엇인지 알려드릴게요. 네 사람이 포커를 하러 방에 들어갑니다. 갑자기 폭탄이 터져 네 사람 모두 뼈도 못 추리게 됩니다. 이럴 경우 관객은 단지 놀랄 뿐이죠.

그러나 나는 네 사람이 포커를 하러 들어가기 전에 먼저 한 남자가 포커판이 벌어지는 탁자 밑에 폭탄을 장치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네 사람은 의자에 앉아 포커를 하고 시한폭탄의 초침은 폭발시간이 다 되어갑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똑같은 무의미한 대화도 관객의 주의를 끌 수 있는 것이죠. 관객은 '지금 사소한 얘기를 할 때가 아니야. 조금 있으면 폭탄이 터질거란 말이야'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 되니까요. 폭탄이 터지기 직전 게임이 끝나고 일어서려는데 그중 한 사람이 말하죠. '차나 한잔하지.' 바로 이 순간 관객의 조바심은 폭발 직전이 됩니다. 이때 느끼는 감정이 '서스펜스'라는 겁니다."

 히치콕은 관객에게 주어진 정보와 극 중 인물에게 주어진 정보의 차이에서 긴장감이 생겨난다는 것을 이토록 훌륭한 비유로 설명해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이 점을 잘 활용했다. 에이미의 복수극이 밝혀지면서 상황이 전복되어 닉의 고군분투기가 시작된다. 관객들은 닉보다 더 많은 양의 정보를 가지고서 닉이 에이미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나는지 지켜보게 된다.

 

영화가 끝나고 시작되는 공포

 데이비드 핀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소설가 정유정은 스릴러란 '살아남기'가 목적인 장르라고 말한다. 

 '따라서 주인공의 변화하는 행동과 내면 묘사가 중요시된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살아남든, 죽든 간에. 추리 소설에 독자의 지성이 더 많이 개입된다면, 스릴러에선 독자의 정서가 더 크게 개입된다. 반전보다는 감정의 '이입'이 중요하다. 주인공이 범인이나 악당이라 할지라도 그/그녀에게 공감하고 이입해서(심지어 그가 되어서) 끝까지 살아남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다.'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141쪽)

 닉이 에이미의 계략을 알아차리고서 에이미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하자 에이미의 팜므파탈적 행각이 드러난다. 그녀의 연애는 항상 불행한 결말을 맞았는데 알고보니 그녀는 그녀와 교재하던 남자들을 통제하고 그녀를 위해 희생시켜왔다. 그녀의 무시무시한 전적이 밝혀지고 닉은 그야말로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 된다. 영화의 초반부, 에이미가 남긴 메모장을 중심으로 실종된 에이미를 찾는 '추리'에서 에이미의 일기장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스릴러'로 확장된 이야기는 닉의 '생존극'으로 이어진다. 닉에게는 미국에서 가장 증오스러운 남자라는 타이틀이 붙고 그가 임신한 아내를 살해한 살인자라는 거짓 정보가 기정사실이 된다. 그에게 쌍둥이 동생과 근친 상관관계라는 등 온갖 추잡스러운 의심이 제기된다. 그가 미국 사회에서 살아가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진짜 공포는 끝나지 않았다.  에이미는 닉에게 돌아온다. 닉에게 쌓였던 의심과 추정은 모두 사라진다. 그를 향한 마녀사냥은 끝났지만 이제부터 닉은 사회적 생명이 아닌 실제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그에게 에이미에게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무슨 생각해? 어떤 기분이야?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됐지?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될까?

라는 닉의 대사를 마지막으로 영화는 수미상관 구조를 이루며 끝난다. 영화는 끝났지만 닉 앞에 펼쳐진 지옥은 이제 시작이다. 이때 관객이 느끼는 공포는 여태껏 스릴러에서 느낄 수 있었던 공포를 뛰어넘는 것이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그려낸 <나를 찾아줘>는 추리, 스릴러, 생존기를 넘어 공포로까지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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