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 래빗> 리뷰 - 토끼는 용감하다
오늘도 어느 날

<조조 래빗> 리뷰 - 토끼는 용감하다

by 하노(hano)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조조 래빗 메인포스터

 

들어가면서

 토끼는 용감하다.

 세계 2차 대전은 전에 없던 재앙 수준의 재앙으로 인류 지성과 자유의지의 패배였다. 대륙과 상관없이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피해를 입었지만 특히 서양 세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충격은 더욱 거대했다. 그래서인지 전후로 수많은 전쟁 영화가 나왔다. 세계 2차 대전은 서구권 영화에서 가장 많이 다룬 소재일 것이다. <인생은 아름다워>부터 <쉰들러 리스트>, <피아니스트>,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그리고 <사울의 아들>까지 세계 2차 대전을 소재로 한 걸출한 걸작도 많이 나왔다.  <조조 래빗> 이 작은 토끼는 이 걸작들 사이에서 관객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주인공의 연기

 <조조 래빗>의 주인공 조조는 나치즘에 푹 빠진 독일 국적의 10살 소년이다. 조조는 유태인을 죽여서 히틀러의 근위대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지만 사실은 토끼 한 마리도 못 죽일 만큼 마음씨가 여린 소년일 뿐이다. 이 모순적인 10살 소년을 연기한 로만 그리핀 데이비라는 배우의 연기가 대단하다. 영화에서는 조조의 얼굴을 정방향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관객들의 시선이 모두 어린 배우의 얼굴에만 집중되는데 감독이 어떤 배짱으로 이런 연출을 하나 싶었다. 근거가 있는 배짱이었다. 로만 그리핀 데이비의 표정 연기가 대단하다. 조조의 표정 연기만 모아 보더라도 유태인을 잡겠다는 다짐을 할 때의 잔혹하고 진지한 마음가짐부터 엘사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는 그 과정을  모두 볼 수 있다. 특히, 엘사가 그림 그릴 때  조조가 바라보는 장면에서 어느새 엘사에게 품고 있는 호의와 그 호의를 스스로 알아차리고 느끼는 어린 소년의 당혹감 동시에 그 마음을 엘사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표정에서 모두 드러난다. 어린 배우 중에 이 복잡하고 사랑스러운 표정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너무나 놀라웠다.

  

다양한 장르

 코미디

 영화는 조조의 시선으로 2차 세계 대전을 바라본다. 순수한 아이의 시점을 통해서 관객들은 세계 대전의 참상을 보다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이 지점이 바로 이 영화의 핵심이다. 인류 역사의 비극을 코미디로 끌고 내려와 인류의 잔악함을 무자비하게 꼬집는다. 코미디의 풍자의 기능을 유용하게 활용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관객들은 불편하고 무거운 소재를 아이의 시선을 통해 가볍게 감상할 수 있다.

 성장기

 조조는 스스로 신발끈도 묶지 못하는 어리숙한 아이이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조조의 상상의 친구에 의해 이 사실이 밝혀진다. 조조가 등장함과 동시에 노출되는 정보로 조조의 현재 상태와 앞으로의 모습을 암시한다. 신발이 가진 상징성에 대해서는 지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리뷰에서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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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발은 자유를 상징한다. 엘사가 등장하는 첫 순간 엘사의 발 부터 등장하는데 양말도 신지 않은 맨 발이다. 유대인인 엘사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조조가 혼자 서 신발을 제대로 신지 못한다는 것 역시 조조가 혼자서는 자유롭지 못한 의존적인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의존의 대상은 조조의 신발끈을 묶어주는 조조의 어머니이다. 조조는 언젠가는 스스로 신발끈을 묶어야 한다. 즉, 언젠가는 어머니의 도움 없이 자립해서 살아가야 함을 의미하는데, 이는 작중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암시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조조는 스스로 신발끈을 묶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엘사의 신발끈을 묶어준다. 이는 조조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조조 래빗>은 혼자서 신발끈을 묶지 못했던 조조가 다른 이의 신발끈을 묶을 수 있게 된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다.

 스릴러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있다. 나치 당원들이 조조의 집으로 불시 점검을 하러 온 장면은 엘사와 조조의 관계가 당원들에게 들킬 것인지 아닐 것인지에 대한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한스 대령이 쇼사나가 숨어들어있는 집에 들어왔을 때만큼이나 긴장감 넘친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가 한 영화에 섞여 들어가 있다. 다양한 장르 영화를 즐기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영상미

 카메라 연출이나 색감에 있어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등장 인물들을 더 작은 구도 속으로 집어넣는 것이나 인물을 화면 정중앙에 위치시키는 장면과 파스텔톤의 색감이 그렇다. 

 

눈여겨볼 만한 장면들

- 조조의 이동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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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오프닝에서 조조는 유겐트 캠프를 하는 숲 속을 여러 사람과 달린다. 이때 조조는 남들보다 뒤처진다. 영화의 후반부 연합군이 조조의 마을에 쳐들어 왔을 때 조조는 정지해서 그 관경을 바라본다. 이윽고 조조는 독일군이 뛰는 방향과 정반대 방향으로 도망친다. 뒤쳐졌다가 정지하고 반대로 뛰어가는 조조의 이동 방향은 무엇을 의미할까?

- 엘사의 등장과 그녀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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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의 첫 등장하는 장면, 엘사의 발부터 등장하고 엘사의 얼굴이 나온다. 이때 엘사의 발은 맨발인 상태다.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엘사의 발의 상태가 변화한다. 엘사는 맨발이었다가 양말을 신고 마지막에는 신발을 신는다. 엘사의 발의 상태와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이 언제였는지 함께 생각해볼 만하다.

- 수영장 어머니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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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형을 당한 반 나치 운동을 하던 이들의 발을 보여준 다음 스칼렛 요한슨(조조 어머니 역)의 발을 보여준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훌륭한 암시이다.

- 폭격과 두 사람의 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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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군의 폭격이 떨어지는 독일의 관경과 작은 창문에서 폭격을 바라보는 조조와 엘사. 이 장면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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