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을 하는 이유
오늘도 어느 날

기록을 하는 이유

by 하노(hano)

사진 전문 서점 '이라선'의 책장

 

 티스토리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은지 꽤 오래되었다. 정돈되어있지 않은 느낌이었다. 블로그가 나의 의도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 블로그의 컨셉이 흐릿해진 것이다. 여러 방법으로 블로그 운영 방침을 바꿔 봤다. 영화 리뷰글에 힘을 빼보았고, 네이버 블로그를 새로 만들어서 티스토리에는 영화와 독서 리뷰만 올리고 가벼운 일상 글은 네이버에 올려보기도 했다. 여러 노력에도 점점 힘이 빠지고 글을 올리는 주기가 길어졌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블로그의 리뉴얼.

 

1. 블로그의 컨셉

 티스토리 계정을 만들 때부터 블로그의 컨셉을 정해두었다. 나름 고민해서 컨셉에 어울리는 블로그 이름과 닉네임을 만들었다. 집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가훈을 적어 넣은 액자를 걸어 놓는 마음으로 블로그의 컨셉과 닉네임을 하노로 지은 이유를 첫 게시물에 담아 올렸다. 첫 마음을 잊지 말자는 다짐이었다.

2020.03.06 - [오늘은 어느날/보고 쓰는 글] - 어느날

 

 블로그의 이름이 '오늘도 어느날'이 된 것은 김용택 시인의 '어느날'이라는 시에서 가져온 것이다. 김용택 시인은 내가 태어난 것도, 너를 만난 것도 모두 어느 날에 일어난 일이고 오늘도 그런 어느 날이라는 말을 한다. 나는 이것을 매일을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리고 내가 해석하기에 따라서, 나의 노력에 따라서 오늘이 어떤 날로 기억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시를 읽고 나면 열심히 살고 싶은 의욕이 솟구쳤다.

 

 가능성으로 가득 찬 '어느 날'들이 ~~ 했던 '어떤 날'로 남기를 바라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누군가 나의 기록을 보고 따라 기록 습관을 시작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기대했던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티스토리는 짧고 가벼운 글을 다루기에 적합한 포맷이 아니었다. 매일 긴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생각했던 의도와는 달랐다. 포맷과 어울리는 내가 쓸 수 있는 긴 글을 찾다 보니 영화 리뷰에 힘이 예상보다 너무 많이 실렸다. 도리어 영화 리뷰가 아닌 다른 글을 올리면 안 될 것같이 느껴졌다.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다. 기록이라는 컨셉을 잡았지만 컨셉은 '명사'로 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컨셉은 하나의 문장이 되어야 했다. 기록은 키워드였다. 기록을 통해서 무엇을 창출할 것인지, 기록을 하는 이유에 대한 답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 대해 고민해봤다. 두 가지 답을 찾았다.

  1. 소중한 순간을 '어떤 날'에서 '어느 날'로 기록하기 위해서
  2. 오늘의 기록이 내일의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첫 번째 답은 김용택 시인의 '어느날'에서 찾은 답이다. 두 번째 답은 프릳츠의 제빵 일지에서 찾은 답이다. 프릳츠는 퇴근하기 전에 매일 제빵 일지를 남긴다. 오늘의 빵이 내일의 선생님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란다. 나 역시 오늘의 기록이 가르침이 되어 더 나은 내일이 되기를 바랐다. 앞으로 블로그의 컨셉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기록'이 될 것이다.

현재 사용중인 노션의 대시보드의 이름도 '오늘의 기록이 내일의 선생님이 되도록'이다.

 

2. 블로그의 운영 방향

 

 나는 성실하고도 게으른 완벽주의자다. 어찌나 성실한지 20여 년째 게으름 피우는 것을 잊지 않고 성실하게 게으름 피우고 있다. 나는 준비 기간이 길다. 무언가 실수하는 것을 싫어하고 완벽하지 않으면 세상에 내보이기 싫다. 블로그 리뉴얼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느낀지는 오래되었지만 조금만 더 있다가 조금만 더 있다가... 계속 미뤄왔다. 흔히 말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인 것이다. 오늘부터 그 습관을 버리기로 했다. 우선 생각나면 부딪혀보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고치고 반응이 좋은 것이라면 발전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우선 내놔야 반응을 얻을 수 있다. 잘했건 나빴건 간에 다음에 쓸 글을 위한 선생이 되어줄 것이다.

 

 빠른 실행을 위해 인스타그램 부계정을 만들었다. 티스토리는 모바일에서 글을 작성하기 어렵고 실험에 적합한 포맷은 아니다. 앞으로 짧고 즉각적인 글은 인스타그램에 올릴 것이다. 그리고 길고 생각이 정리된 글은 티스토리에 올릴 예정이다. 티스토리는 정리된 나의 생각이 쌓이는 공간이, 인스타그램은 생각을 정리하기까지 과정이 남을 것이다. 현재는 부계정에 하루 일기를 찍어서 올리고 있다.

 

인스타그램 부계정

 

3. 새로운 카테고리

 

 마지막은 나의 다짐이자, 나와의 약속을 쓴다. 블로그 운영을 체계적이고 규칙적으로 하려고 일정표도 만들어 보았지만 단 한 번도 모든 일정을 지킨 적이 없었다. 나하고만 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목표를 세우고 지키려면 주변에 목표에 대해서 떠들어야 한다. 그래서 이곳에 나의 블로그 운영 일정에 대해 적는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이 증인이 되어 줄 것이다.

 1. 본 것 : 한 주 동안 본 책 또는 영화에 대해서 쓰는 글.

               매주 금요일마다 포스팅 예정

 2. 보고쓰는 글 : 한 주 동안 해본 것, 보고 들은 것, 생각해보고 쓰는 글이다.

                        토요일마다 포스팅 예정

 3. 주간/월간 기록 : 한 주 동안 있었던 일들과 일주일 동안 한 생각들을 정리하여 쓰는 글이다.

                            월요일마다 포스팅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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