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3]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中 04. 진정성
오늘도 어느 날

[2020.12.03]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中 04. 진정성

by 하노(hano)

 

 

  사랑을 할 때 자신의 여러 가지 모습과 마주치곤 한다. 아주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자신의 낯선 모습에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다. 내가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고 여기던 것을 양보하기도 하고, 내가 싫어하는 것을 감내하기도 한다. 그 사람을 통해 새로운 취미를 시작할 수도 있다. 그리고 때론 '나' 자신을 지우기도 한다.

  이런 모든 행위는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길 바라는 소망에서 비롯된다. 끊임없이 상대를 유심히 관찰하고 의미를 발견하려 한다. 그 사람이 나의 기준점이 된다. 모든 말과 행동에서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유추한다. 어느 누구보다 예민하게 그 사람의 기분을 알아차리고 움직인다.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좋아하는 '누군가'가 되기 위해서.

 

 "당신은 누구입니까?" - 그리고 그것과 연결되는 "나는 누구여야 합니까?"

(42쪽)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주인공은 이렇게 묻는다. 사랑을 성취하기 위한 처절한 물음이다. 상대의 눈에 내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고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할지 고민하는 것.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도는 다를 수 있어도 누구나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본모습을 포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 열등감이 바탕이 되었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평생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연기하며 살아갈 순 없기 때문이다. 과거 상담사가 내게 이렇게 말해준 적이 있다. '타고난 성질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 시도 자체로 엄청난 스트레스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성격을 바꾸기보다는 나를 받아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흐르는 냇물에 돌멩이를 하나 쌓는다면 잠시는 물살을 막을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냇물에 흘러가게 된다. 다른 사람이 되려 하는 것은 흐르는 급류를 거슬러 헤엄치는 것과 같은 행위이다.

  흐름을 거스르기보다는 나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호흡을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내가 너무 빠르다면 속도를 늦춰주는 것, 내가 너무 얇다면 충분한 깊이를 주는 것. 그것이 나와 그 사람 모두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 사람 마음에 들기 위해 다른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각자가 각자의 모습으로 있되 점점 비슷해지는 것이 성숙한 사랑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진지하게 말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사랑을 믿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안 믿는다고 대답할 거예요. 하지만 그게 반드시 사람들의 진실한 생각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그것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여 자신을 방어하는 방식일 뿐이거든요. 사람들도 사랑을 믿지만, 그렇게 믿어도 되는 상황이 오기 전에는 아닌 척하죠. 가능하기만 하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냉소주의를 던져 벌릴 거예요. 하지만 다수는 그럴 기회는 결코 얻지 못하죠."

(35쪽)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을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자신이 그런 사람을 만났음에 감사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감사하게도 나는 나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사람을 만났다. 덕분에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에 휩싸여 있다.


 

 대부분의 관계에는 보통 마르크스주의적인 순간이 있다. 사랑이 보답을 받는 것이 명확해지는 순간이다. 그 순간을 어떻게 헤치고 나아가느냐 하는 것은 자기 사랑과 자기 혐오 사이의 균형에 달려있다. (중략) 그러나 자기 사랑이 우위를 차지하면, 사랑이 보답받게 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수준이 낮다는 증거가 아니라,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되었다는 증거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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