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스 아웃> 리뷰 - 쫀쫀한 후더닛 플롯이 주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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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스 아웃> 리뷰 - 쫀쫀한 후더닛 플롯이 주는 재미

by 하노(hano)

※  읽는 사람에 따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나이브스 아웃> 메인 포스터

 

 21세기 마지막 남은 진정한 탐정 브누아 블랑에게 익명으로 찾아온 의뢰서. 흰 봉투에는 현금 다발과 미스터리 베스트셀러 작가 할란의 자살 기사가 함께 들어있다. 이 익명의 의뢰인은 왜 이런 방식으로 의뢰를 한 걸까? 자살한 85세 노인의 죽음의 이면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걸까? 브누아 블랑은 수많은 의심을 품고서 트롬비 저택에 도착한다. 할란이 자살하기 하루 전 할라의 85세 파티에 모인 트롬비 가문 사람들 이들을 심문하자 거짓들이 밝혀진다.

쫀쫀한 후더닛

 Who done it. 추리 장르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 익숙한 형식이다. 누가 범인인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수수께끼 푸는 것을 즐긴다. 어떤 모임이든 다섯 사람 이상 모이면 마피아 게임을 하게 되어있다. 추리 소설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셜록 홈즈 시리즈 역시 후더닛의 이야기 형태를 갖추고 있다. 후더닛은 그야말로 추리물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브스 아웃>은 이 클래식한 후더닛의 이야기 구조를 띄고 있다.

 후더닛은 누구나 즐길 수 있고 흥미 유도와 몰입에서 강점이 있지만 동시에 커다란 약점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후더닛 소설이 세상에 나왔다. 특히 아가사 크리스티는 엄청난 반전과 트릭들을 개발해내 그 뒤에 추리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재미를 가져다주었다. 이런 걸출한 작가들 덕분에 독자들은 후더닛 유형 이야기에 익숙해지고 급기야 지겨움을 느끼게 되었다.

 <나이브스 아웃>은 후더닛의 이야기 구조를 채택하면서 후더닛이 가진 약점을 돌파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 노력은 성공적이었다. 관객들은 영화 시작과 동시에 감독이 설치해둔 미끼를 덥석 물고 말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곳곳에 해답을 뿌려놓았다. 이런 점은 나홍진 감독의 <곡성>과 비슷하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서 내가 낚였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점까지 포함해서) <곡성>과 다른 점이라면 <곡성>은 관람을 마친 관객들이 찜찜한 마음을 갖고 상영관을 나가지만 <나이브스 아웃>은 관객들이 감독이 쫀쫀하게 짜 놓은 플롯을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이슈

 이 쫀쫀하게 짜인 플롯 안에 감독이 하고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넣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나이브스 아웃>이 훌륭한 작품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이야기 구조 자체가 영화의 주제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내 이민자 문제가 대두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캠페인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미국을 위한 미국'이었다. 미국 국민 중 절반이 이 캠페인에 매료되었다. 그들에게 내재되어있는 위대했던 미국에 대한 노스탤지어와 한 가지 환상을 자극한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였고 미국 내 이민자들에게는 공포가 시작되었다. 트럼프와 미국인들이 갖고 있는 환상이란 'Pioneer fantasy'이다.  미국인들은 개척자 출신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다. 이것이 현대에 넘어와서는 'from the bottom' 정신이 되었다. <나이브 아웃>에서는 바닥부터 노력으로 올라왔다는 환상을 철저히 깨부순다.

두 번 보니 보이는 것들

 양자오 작가는 지난번에 소개한 『추리소설 읽는 법』에서 추리 장르는 다른 소설에 비해 갖고 있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고 말했다. 결말의 반전은 미스터리 장르가 가진 커다란 덕목인데 이 덕목이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라는 것이다.  미스터리가 지닌 반전은 처음 접하는 독자 또는 관객들에게는 큰 충격과 즐거움을 주지만 흔희 말하는 n회차 독자 또는 관객들에게는 오히려 지루함을 안겨줄 수 있다. 그래서 미스터리 장르가 유난히 스포일러에 민감한 장르인 것이다.

 나 역시 양자오 작가의 말에 동의했다. <유즈얼 서스펙트>가 상영중일 당시 '절름발이가 범인이다!'라고 크게 소리치고 도망친 사람이 있다는 소문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이때 저 고함은 수많은 관객의 즐거움을 반감시켰을 것이다. 심지어  저 만행을 들은 사람 중에는 영화 관람을 포기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이브스 아웃> 리뷰를 쓰기 위해 두 번째 영화 감상을 하던 중 내가 틀렸다는 것을 느꼈다.

 플롯이 잘 구성된 서사 작품은 결론을 확인하고서 힌트가 어디에 숨겨져 있었는지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나이브스 아웃>을 두 번째로 보니 곳곳에 숨겨둔 힌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영화 초반에 아예 범행 방법을 상세히 설명해주기까지 한다. 이런 재미는 추리장르 중에서도 특히 서술 트릭이 쓰인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재미인데 이 영화에서도 그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이 영화 상영이 끝나고 VOD가 나오면 구입하여 소장해두고 n회차 감상 하기를 추천한다.

 

 

 


+추가 : 제목 Knives Out의 의미 (스포일러)

 영화 결말부에 블롱이 트롬비 가문 사람들을 향해 "knives out beaks bloody!"라고 소리친다.

 할란의 유일하고 진정한 가족이었던 마르타에게 칼을 꺼내 난도질하듯 공격하는 트롬비 가족들에게 하는 일갈이다. 여유를 잃은 사람들이 어떻게 칼을 드러내는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영화를 감상하면 제목의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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