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족> 리뷰 - 가족에 대한 모든 것(1)
오늘도 어느 날

<어느 가족> 리뷰 - 가족에 대한 모든 것(1)

by 하노(hano)

주관적해석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목차]

 

  1. 줄거리
  2. 우리는 왜 이들의 변호를 자처하나요
  3. 가족이란 무엇인가요?

 

줄거리

 

  시놉시스

 

 할머니의 연금과 물건을 훔쳐 생활하며 가난하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는 어느 가족. 우연히 길 위에서 떨고 있는 한 소녀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가족처럼 함께 살게 된다. 그런데 뜻밖의 사건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각자 품고 있던 비밀과 간절한 바람이 드러나게 되는데… 

(출처 : 다음 영화)

 

  한 줄 요약

 

 함께 모여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던 시바타 가족에 한 소녀가 들어오고 가족의 기둥이었던 할머니의 죽음으로 시바타 가족이 무너지게 된다.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영화.

 

  자세한 줄거리

(분량이 깁니다. 넘어가고 싶은 분들은 위의 목차를 클릭하시면 해당 목차로 이동합니다)

 

 마트에 행색이 후줄근한 소년이 들어온다. 뒤이어 성인 남성이 따라 들어온다. 남자는 다짜고짜 마트 입구에 있는 귤을 까먹고 아이에게 나눠준다. 두 사람이 수신호를 주고받더니 소년은 마트의 물건을 훔치고 남자는 소년을 다른 사람들의 시야로부터 가려주고 망을 본다. 물건을 훔치고 난 뒤 두 사람은 마트를 유유히 빠져나온다.

 성공적으로 도둑질을 한 두 사람은 시장을 지나가던 중에 고로케 5개를 산다. 고로케를 나눠 먹으며 집으로 가는 길에 남자는 집 밖에 방치된 여자아이를 발견한다. 남자는 무심코 아이를 집에 데려온다. 집에는 할머니와 여자 2명이 더 있었다. 집안의 사람들은 마트에서 훔쳐온 컵라면과 시장에서 사 온 고로케를 나눠 먹고 있다. 발톱을 깎던 할머니는 현관에 발톱을 버린다. 할머니가 여자애의 몸을 살펴보니 유난히 마르고 온 몸에 상처투성이었다.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난 뒤에 남자는 부인과 아이를 집으로 데려다주려고 나왔다. 아이를 주워온 집에 도착하자 아이의 부모가 고함을 지르며 싸우고 있었다. 부부는 아이가 사라진 것을 서로 탓으로 돌렸다. 아이의 엄마가 "나도 낳고 싶어서 낳은 게 아니야!"라고 소리 지르는 것을 들은 부부는 아이를 다시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할머니의 이름은 시바타 하츠에로 할머니의 연금이 이 가족의 주수입원이었다. 남자의 이름은 시바타 오사무로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근무하고 있었다. 부인의 이름은 시바타 노부요, 대형 세탁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다른 한 여자의 이름은 시바타 아키로 유흥업소에서 근무한다. 오사무와 노부요의 벌이는 변변치 않고 아키는 할머니의 보호 아래 벌이를 개인 용돈으로 사용하였다.

 오사무와 함께 마트에서 도둑질하던 소년의 이름은 쇼타였고 오사무가 데려온 여자아이의 이름은 유리였다. 쇼타는 새로 찾아온 유리가 불편했다. 쇼타는 유리를 여동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낯선 집에서 생활하게 된 유리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가족들의 보살핌으로 아이들은 금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친해졌다.

 오사무는 근무 중에 다리가 부러져서 일을 못 하게 되었다. 노부요도 일하던 공장의 사정이 나빠져서 직원 10명 중 1명은 오후에만 출근하는 워크 쉐어 제도가 도입되어 수입이 줄었다. 유리가 새로운 집에 적응하자 도둑질에 유리도 동원되었다. 오사무는 쇼타와 유리와 함께 고가의 낚싯대 2대를 훔쳤다. 

 여섯 사람의 기묘한 공동생활이 계속되던 중 유리가 텔레비전에 나왔다. 유리가 실종된 지 두 달이 지났는데도 실종신고를 하지 않은 유리의 친부모는 살인 범죄의 용의 선상에 올랐고 유리의 얼굴이 전파를 타고 전국에 알려졌다. 시바타 가족은 이때 아이의 이름이 유리가 아니라 쥬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뉴스를 보고 겁먹은 시바타 가족은 유리의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었다.

 유리가 린이 되고 가족들의 일상 장면이 이어진다. 쇼타는 린을 여동생으로 인정하고 여느 때처럼 구멍가게에서 도둑질을 했다. 쇼타가 가게 주인 할아버지의 시야를 가리고 린이 물건을 훔쳤다. 두 사람이 가게를 나가는 중에 할아버지가 쇼타와 린을 부른다. 그러고는 젤리를 나눠주고는 쇼타에게 "여동생에게는 도둑질 시키지 마."라는 말을 한다. 이날 이후 쇼타는 도둑질에 회의감을 느끼고 물건 훔치는 일을 망설인다.

  노부요는 공장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해고당하고 만다. 공장장은 가장 고참인 두 사람이 서로 상의해서 누가 회사를 나갈 지 결정짓게 하였는데 동료 직원이 노부요가 실종된 유리를 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 사실을 비밀로 부치는 대신 자신이 계속 공장에 다닐 수 있도록 요구한다. 노부요는 어쩔 수 없이 회사에서 나간다.

 할머니는 전남편의 집에 찾아갔다. 하츠에 할머니의 전남편은 바람을 펴서 이혼한 뒤 새 가정을 꾸렸다. 지금은 전남편과 새 부인은 죽고 그 둘 사이에서 나온 부부가 살고 있었다. 부부는 할머니의 방문을 불편하게 여기면서 매번 찾아올 때마다 어머니의 불륜에 대해 사과하고 돈 봉투를 쥐어주었다. 이 장면에서 사키가 사실 이 부부의 큰 딸임이 밝혀진다.

 그날 저녁 가족이 모두 집에 모였다. 집 근처에서 불꽃놀이를 하는지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여섯 사람은 툇마루에서 하늘을 바라본다. 비록 집에서 불꽃은 보이지 않지만, 다 같이 하늘을 쳐다보며 소리를 듣는다.

 여섯 사람은 다 같이 바다에 놀러 갔다.

 다음 날 아침, 린이 가장 먼저 일어났다. 린은 쇼타를 깨워서 말을 건다. 린의 아랫니가 빠졌다. 쇼타는 린의 건강한 이가 자라길 기도하며 천장에 빠진 이를 던진다. 사키가 아무리 할머니를 깨워도 할머니가 일어나지 않았다. 하츠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가족들은 할머니의 장례를 치를 돈도 없었고 연금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할머니의 죽음을 비밀로 뭍고 집 앞마당에 할머니의 시체를 매장한다.

 오사무는 차의 유리를 깨서 차 안에 있던 귀금속을 훔쳤다. 쇼타는 그날따라 비협조적이었다. 도둑질을 마치고 도망치던 중에 쇼타는 오사무에게 혹시 나도 돈을 훔치다가 같이 주워온 것이냐고 묻는다. 오사무는 그렇지 않고 그때는 쇼타를 구하기 위해 행동했다고 말한다.

 평상시에 도둑질하던 구멍가게가 문을 닫았다. 쇼타와 린은 마트로 향한다. 쇼타는 린보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했지만 린은 마트까지 따라들어왔다. 도둑질하려는 린을 보고 쇼타는 진열된 상품을 쓰러트려 이목을 집중시킨 뒤 귤 한 망을 들고 도망친다. 마트 직원들에게 쫓겨 붙잡히기 일보 직전에 쇼타는 고가도로 아래로 뛰어내려서 다친다.

 오사무와 노부요는 병원에서 쇼타의 보호자를 확인하는 경찰과 마주치고 도망친다. 그날 밤 오사무와 노부요는 사키와 린을 데리고 야반도주를 시도하지만 바로 붙잡히고 만다. 쇼타에게 도둑질을 시켜온 사실과 린(유리)를 납치한 사실까지 모두 세상에 밝혀지고 만다.

 어른들이 검거된 뒤에 조사받는 동안에 린은 친부모에게 돌아가고 쇼타는 오사무와 노부요가 자신을 버리고 도망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동 보호 시설에 들어가게 되었다. 사키는 오사무 노부요 부부가 살인 전적이 있으며 하츠에 할머니가 자신의 부모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사실에 충격받는다. 노부요는 시체 유기와 유괴 등의 범죄행위를 혼자 뒤집어쓰고 5년 형을 선고받는다.

 시간이 흐르고 쇼타는 오사무를 만나 낚시를 했다가 노부요의 면회를 간다. 노부요는 면회 중에 쇼타에게 쇼타가 발견되었던 차의 정보를 알려주며 너가 원하면 친부모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그날 저녁 쇼타는 멘션에 혼자 살 게 된 오사무의 집에서 외박을 한다. 쇼타와 오사무는 눈밭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집에 들어온다. 쇼타는 나를 버리고 도망치려고 했었냐며 묻고 오사무는 미안하다고 대답하고 이제 아빠는 아빠에서 아저씨로 돌아가겠다고 이야기한다.

 다음 날 아침 쇼타는 버스를 타고 시설로 돌아간다. 버스정류장까지 마중 나온 오사무에게 쇼타는 그날 일부러 잡힌 거라고 이야기한다. 쇼타가 혼자 버스를 타고 오사무는 버스를 탄 쇼타를 쫓아가며 쇼타의 이름을 외친다. 쇼타는 오사무가 사라졌을 때쯤에 뒤돌아보고는 "아빠"라고 부른다.

 쥬리는 다시 가정폭력이 만연한 집으로 돌아가 생활하게 되고, 아파트 복도에서 구술을 가지고 놀면서 시바타 가족이 알려준 노래를 부른다. 쥬리가 아파트 복도 난간 너머를 바라보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우리는 왜 이들의 변호를 자처하나요?

 

 얼마 전 실종된 아이에 대한 특보가 전국민적으로 안타까움과 아이의 부모에 대한 분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한 여성이 아이를 유괴하고 일가족이 그 사실을 묵인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아이들을 범죄 행위에 가담시켰고 학교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할머니의 죽음을 숨기고 불법으로 연금을 수령하고 시체를 유기했습니다. 아이들은 도둑질이 나쁘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진짜 가족도 아니었고 가명을 쓰며 가족행세를 하고 있었다는 것까지 밝혀졌습니다. 부모에게서 아이를 빼앗고 불쌍한 노인의 연금을 약탈한 이들에게 무슨 변명의 여지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어느 가족>을 본 저희는 다른 진실을 목격합니다. 저희는 왜 이런 범죄자 집단에게 측은함을 느끼고 이들에게 이입하는 것일까요? 왜 이들의 범죄 행각에 분노 이외의 감정을 느끼는 것까요? 심지어는 이들의 변호를 하고 싶은 마음마저 듭니다. 리뷰는 이렇게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나는 왜 이 영화를 좋아할까? 이 영화는 왜 재미가 없다고 느낄까? 왜 이 인물에 유난히 공감하는 걸까?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이야기 속 주인공에게 몰입하게 되어있습니다. 이야기는 내면적인 것이고 해석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해석의 주체가 되는 존재가 주인공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이 없다면 모든 것들이 중립적으로 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큐멘터리에서도 주인공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창작자가 창조해낸 세계 속에 있는 이야기를 즐기는 이들의 대리인입니다. 관객은 본능으로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주인공은 누구인지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지를 찾아나섭니다. 그래서 영화의 도입부에 주인공이 등장하고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마치 오리 새끼가 알에서 깨어 나와 처음으로 조우한 존재를 어미로 여기는 것처럼 관객은 처음 등장한 인물에게 몰입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모든 종류의 주인공에게 관객이 몰입하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하게 여긴 존재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면 관객들은 금방 등 돌립니다. 창작자는 매력 있는 주인공을 만들던지 주인공들을 매력적으로 보여주던지 둘 중의 하나는 해내야 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전자, 후자 모두를 매번 해내는 감독입니다.

 <어느 가족>의 오프닝은 쇼타와 오사무가 마트에서 도둑질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일정한 박자에 맞춰 악센트를 강조하는 배경음악은 80년대 루니툰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킵니다. 뭔가 비밀스러운 일이 펼쳐지고 있다는 느낌을 제대로 살려낸 음악입니다. 시바타 오사무 역을 맡은 릴리 프랭키의 천연덕스러운 표정 연기가 맛깔스러움을  더합니다. 뻔뻔하면서도 톡톡 튀는 연기를 펼칩니다. 그다음에는 쇼타와의 유대감을 보여줍니다. 어린아이와 유대하는 어른이라는 면모를 보여주며 오사무의 인간성을 보여줍니다. 이 오프닝 시퀀스에서 이미 관객들은 쇼타와 오사무라는 인물을 매력적인 주인공으로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도 이들은 반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지만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린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진심으로 연대합니다. 아이에게 저녁까지 먹이고 집으로 돌려보내려 합니다. 이들이 유괴를 결정한 것은 부모가 아이를 학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입니다. 관객은 이들이 비록 범죄를 저질렀지만 나름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여기게 됩니다. 영화의 중반부에 노부요가 린과 목욕하는 장면에서는 린과 노부요의 화상자국 모양이 똑같은 것을 보여주며 이들이 같은 상처를 앉고 살아간다는 것을 표현합니다. 이들은 비록 가난하고 범죄를 저지를지는 몰라도 어린아이들을 진심으로 보살피고 유대하며 상처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입니다. 추위에 떨고 있는 어린아이를 가만히 두지 못하는 심성을 가진 이들을 싫어할 관객은 없습니다.

 오사무는 뒤이어 혼자 방치되어 있는 린에게 시장에서 산 고로케를 나눠줍니다. 훔친 물건이 아닌 자신들이 돈 주고 구매한 음식을 나눠주는 행위는 뭉클함까지 안겨줍니다. 한겨울에 따뜻한 고로케를 나눠주는 것은 그저 음식이 가진 따듯함만을 전해주는 것은 아닐겁니다. 이 장면 뒤로 이들이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관객들은 고로케를 추위에 떨고 있는 아이에게 나눠주는 장면을 떠올릴 것입니다.

 이들이 영화 밖에서 저지른 범죄 행위가 밝혀지고 이들의 추악한 모습들이 드러나더라도 관객들은 이들이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받게 되는 충격은 더 거대하지만 그 순간마저도 인물들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못합니다. 관객들은 마음 한편에서 이들을 변호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족은 무엇인가요?

 

 

 다시 영화 도입부로 돌아갑니다. 카메라가 마트 입구를 대각선으로 담고 있습니다. 쇼타가 화면 안으로 걸어 들어옵니다. 뒤이어 오사무도 따라 들어옵니다. 평화롭던 마트에 두 명의 도둑이 침입했군요. 화면에 두 사람이 갑작스럽게 침범한 것처럼 말이죠. 영화는 누군가가 갑작스럽게 침범해 평화를 훼방하는 이야기입니다. 린이 시바타 가족들 안으로 들어오고 결과적으로는 해체되었으니 이렇게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듯싶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가짜 가족이군요. 영화가 진행되면서 이들 중에 서로 피가 섞인 사람은 없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노부요는 진짜 가족이 되기를 꿈꿉니다. 영화 중반부쯤에 진짜 가족보다 선택된 쪽이 유대감이나 정 같은 게 더 강한 게 아니냐고 말합니다. 관객들은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린의 부모는 피는 섞였을지 몰라도 전혀 가족처럼 보이지 않지만 시바타 가족은 피는 나누지 않았지만 린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피를 나누지 않은 가족들에게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몫을 해내야 합니다. 이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호혜적 관계로 지탱하는 가족입니다. 받기만 해서는 이 가족에 속할 수 없습니다. "유리도 뭔가 도움이 되어야, 같이 살기에 마음 편하지 않겠어?"라고 쇼타를 설득하는 오사무의 대사에서 이들의 관계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뭔가를 받으면 나도 뭔가를 베풀어야 하는 관계 속에 있습니다. 피가 흐르지 않는 이들에게는 서로가 가족임임을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쇼타는 이 관계성에 의문이 생깁니다. 가족이라면 이렇게 계산적이지 아니어도 되는 것이 아닐까? 구멍가게 주인 할아버지가 쇼타에게 동생에게는 도둑질시키지 말라고 말한 뒤부터 쇼타는 변합니다. 주인 할아버지가 쇼타의 상습적 절도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묵인해주었다는 것은 쇼타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받는 것 없이 주기만 하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호혜적 관계 이루어진 관계만 경험해본 쇼타에게 새로운 가족 관계에 대한 눈이 뜨인 것입니다. 주인공에게 두 가지 세계를 보여주는 것은 주인공보고 두 세계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의미입니다.

 우리 가족은 시바타 가족과 다른가요? 부모가 자식에게 무조건적으로 주기만 하는 관계는 아이가 성장하면 끝납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부모와 자식은 서로 애정이든 물질적인 것이든 주고받습니다. 혈연으로 이뤄진 가족들도 호혜적 관계를 맺습니다. 시바타 가족의 모습은 그저 일반적인 가족 관계에서 혈연을 뺀 것뿐입니다. 감독은 관객들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것 같습니다. 혈연관계를 빼고 나면 가족에게는 무엇이 남나요? 혈연 관계를 배제한 뒤에 남는 그 무언가가 가족의 본질이 아닐까요? 가족이란 무엇입니까?

 쇼타는 결국 다른 선택을 내립니다. 점원에게 잡혀서 시바타 가족을 해체시킵니다. 쇼타는 알았던 것입니다. 우리 가족에게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요. 쇼타의 예감대로 가족들은 쇼타를 버리고 도망치려 했습니다. 선택된 가족이 혈연관계로 이루어진 가족보다 더 끈끈할 거라는 이야기를 했던 노부요는 틀렸습니다. 노부요는 가족을 버리고 도망치는 선택지를 선택했습니다. 자신의 아이를 때리는 린의 부모와 아이를 버리고 도망치는 시바타 가족 중 누가 진짜 가족인가요? 

 착하기만 한 사람은 없습니다. 무작정 나쁘기만 한 사람도 없습니다. 이처럼 가족도 좋은 것만 있는 것도 나쁜 것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어느 가족>에 대해서는 다룰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내일 이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다른 영화]

 

 

<걸어도 걸어도> 리뷰 -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굴레

※ 주관적해석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목차] 줄거리 가족이라는 이유로 굴레 줄거리 시놉시스 그 해 여름, 엄마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해 여름, 우리는 조금씩 어긋나 있었습�

han-oneday.tistory.com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리뷰 -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굽이길을 걷는 것

※ 주관적해석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목차] 줄거리 본성과 양육 아버지가 된다는 것 줄거리 시놉시스 그날 이후, 내가 알던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자신을 닮은 똑똑한 아들, 그리고 사

han-oneday.tistory.com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오늘도 어느날

하노(hano)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