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리뷰 -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굽이길을 걷는 것
오늘도 어느 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리뷰 -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굽이길을 걷는 것

by 하노(hano)

주관적해석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목차]

 

  1. 줄거리
  2. 본성과 양육
  3. 아버지가 된다는 것

 

줄거리

 

  시놉시스

그날 이후,
내가 알던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자신을 닮은 똑똑한 아들, 그리고 사랑스러운 아내와 함께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고 있는 성공한 비즈니스맨 료타는 어느 날 병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6년 간 키운 아들이 자신의 친자가 아니고 병원에서 바뀐 아이라는 것. 료타는 삶의 방식이 너무나도 다른 친자의 가족들을 만나고 자신과 아들의 관계를 돌아보면서 고민과 갈등에 빠지게 되는데…

 

  자세한 줄거리

(분량이 깁니다. 넘어가고 싶은 분들은 위의 목차를 클릭하시면 해당 목차로 이동합니다)

 11월, 케이타는 사립 초등학교 입학 면접을 보고 있다. 면접관 세 사람과 케이타, 아버지 료타, 어머니 미도리가 한 방에 있다. 케이타는 학원에서 알려준 대로 질문에 대답했고 학교에 무사히 합격했다. 료타는 건축가로 바쁘지만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케이타 가족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병원에 가보니 아이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료타는 케이타와 친자확인을 했고 결과 케이타는 친자식이 아님이 밝혀졌다. 케이타와 미도리의 순탄했던 삶은 혼란 속에 빠졌다. 케이타는 화를 내며 역시 그랬군이라 말한다.

 양측 부모들과 병원 관계자가 만남을 가졌다. 부모들은 각자 아이들의 사진을 교환하며 아이들에 대해 소개했다. 료타의 친자의 이름은 류세이였다. 병원 측에서는 이런 경우에는 백이면 백 아이들의 교환을 선택한다며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두 부부는 아이를 대동한 첫 번째 만남을 가졌다. 아이들을 쇼핑몰 키즈센터에서 풀어놓고 부모들은 대화를 나눴다. 상대측 아버지인 유다이는 병원으로부터 위자료는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이야기한다. 료타는 돈보다는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원인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박한다. 료타는 도쿄로 돌아와서 변호사 하는 친구에게 두 아이를 모두 내가 데려올 방법은 없는지 묻는다.

 1월. 병원 관계자와 양측 부모가 다시 만났다. 병원 측에서는 이제 서로 네 번씩이나 만났으니 슬슬 숙박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어떨지 묻는다. 류세이 측 부부는 서두르고 싶지 않다며 병원 측에 불쾌함을 내비치지만 료타는 토요일에 숙박해보자 권한다. 케이타와 류세이는 각각 친부모의 집에 가서 하룻밤 숙박하며 지내본다.

 유다이 부부는 비록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가족적이고 편안한 분위기의 가정을 차리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집이었다. 케이타는 유다이 부부의 집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지만 다소 엄숙하고 딱딱한 분위기의 료타의 집에 간 류세이는 어색하고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4월이 되고 케이타의 초등학교 입학식 날이 되었다. 병원 측에서는 아이들이 입학하기 전에 결정 내리는 것이 좋다고 했지만 양측 부모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케이타의 입학식에 할머니와 유다이가 함께했다. 유다이는 캠코더를 들고 따라다니며 케이타를 촬영했다. 

 양측 가족은 키즈센터에서 다시 만남을 가졌다. 어색했던 첫 만남에 비해 어른들은 친해진 것 같았다. 유다이가 집에 있는 장인어른을 위해 식사를 포장하던 중에 료타는 갑작스럽게 두 아이 모두 자신이 데려갈 수 없겠냐고 말한다. 유다이는 료타의 머리를 치며 분노한다. 료타는 돈이라면 충분히 줄 수 있다고 말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것을 미도리가 말리며 겨우 무마되었다.

 병원 측과 재판이 열렸다. 당시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증인으로 나섰다. 간호사는 증인석에서 사고가 아니라 고의로 벌인 일이라고 말한다. 재판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아이가 있던 남편과 재혼한 직후에 육아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었던 간호사가 료타 부부가 행복해 보인다는 이유로 두 아이를 고의로 바꿨던 것이다.

 6월, 아버지의 날(일본, 6월 셋째 일요일)에 료타와 료타의 형은 아버지 집에 찾아간다. 가는 길에 형은 이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그만두고 어머니라는 호칭을 쓰는 게 어떻냐고 충고한다. 아버지는 피가 중요한 것이라며 결국 케이타는 유다이를 갈수록 닮아갈 것이고 류세이는 갈수록 료타를 닮아갈 것이라고 충고한다. 집에 돌아온 료타는 케이타가 종이로 만든 꽃 두 송이를 발견한다. 꽃을 들고 료타가 고맙다고 인사하자 케이타가 한 송이는 유다이의 것이라고 말한다.

 두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캠프를 하고 아이들을 서로 교환하기로 한다. 캠프에서 두 가족은 단체 사진을 찍고서 헤어진다. 규율이 엄격한 료타의 집에 적응하지 못한 류세이는 료타에게 걸핏하면 훈계를 들었다. 류세이에게 적응하지 못한 것은 료타도 마찬가지였다. 소파에서 잠을 자다가 깬 료타는 소파에서 케이타가 만들어준 꽃의 줄기를 발견한다. 료타는 사라진 꽃을 찾는다.

 재판은 승소로 끝났다. 승소와는 별개로 간호사 측에서 돈 봉투를 보내왔다. 료타는 늦은 저녁 간호사의 집에 찾아가 돈봉투를 돌려주며 당신 때문에 우리 가족은 불행해졌다고 비난한다. 그때 집에서 간호사의 아들이 따라 나와 둘 사이를 가로막는다. 료타가 이건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하자 소년은 우리 어머니이니까 상관있다며 일축한다. 료타는 집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자동차에서 아버지 집에 전화를 건다. 그러고는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해 어머니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한다. 

 근무처가 바뀌어서 연구소로 간 료타는, 그곳 직원에게 이 연수소의 숲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료타는 매미 유충을 발견하고 이건 여기서 태어난 것이냐고 묻는다. 직원은 그렇다고 대답하며 인공 숲에 매미를 데려오기는 쉽지만 매미가 알을 낳고 이곳에서 나오기까지는 15년이 걸렸다고 알려준다. 료타는 놀라며 그렇게나 오래 걸리냐고 묻자 직원은 그것이 긴 것 같냐며 반문한다. 

 결국 류세이가 몰래 집을 빠져나와 원래 살던 집으로 가는 일이 벌어진다. 류세이를 집에 다시 데려온 료타는 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아이의 장난도 받아주고 텐트 치는 법을 공부하기도 하며 아이와 놀아주기 시작했다. 료타는 집에 텐트를 치고 캠프에 온 것처럼 아이와 놀아준다. 그날 밤 미도리는 혼자 눈물을 흘린다. 료타가 왜 그러냐고 묻자 류세이에게 정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게 왜 슬픈 일이냐고 묻자, 케이타를 배신하는 것 같아서라고 대답한다. 료타는 말없이 아내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한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료타는 카메라를 들고 텐트 안에 잠든 아내와 류세이의 사진을 찍는다. 찍은 사진을 확인하며 흐뭇하게 웃음 짓던 료타는 카메라에서 케이타의 사진을 발견한다. 그러고는 케이타가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을 발견하고는 눈물을 흘린다. 

 결국 거리를 두자던 료타는 케이타를 만나러 유다이 집으로 간다. 그곳에서 료타는 케이타와 재회하지만 료타를 발견한 케이타는 도망친다. 료타는 케이타의 뒤를 따라간다. 두 사람은 갈림길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걸으며 대화를 나눈다. 케이타는 자신의 상처 받은 마음을 드러내고 료타는 거듭 사과한다. 거듭 사과를 한 끝에 갈림길 끝에 도착한 사람의 두 길은 다시 만난다. 료타는 케이타를 끌어안고 유다이의 집으로 돌아간다.

 두 가족들이 유다이의 집 안으로 들어가며 저녁노을 아래 유다이의 집 풍경을 비추며 영화는 끝난다.

 

본성과 양육

 모든 생명체에게 내려진 정언명령. 먹고, 자고 번식하라.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서 모든 생명체의 목적은 결국 유전자를 보전시키는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혈육에 집착하는 것은 유전자 보전을 위해 진화된 결과이다. 즉,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에 각인된 본능이다. 예나 지금이나 혈육은 인간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중 하나이다. 

 그래서일까 출생의 비밀이라는 소재는 툭하면 서사 장르에 쓰이곤 한다. 한국에서는 막장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 소재의 활용이 정점을 달했던 시기도 있었다. 이 통속적인 소재는 자극적으로 다뤄지기 마련이다. 갈등이 극대화 될 때 비밀이 폭로되고 죽기 살기로 덤비는 식이다. 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다루면 다르다.

 출생의 비밀은 결국 혈육과 길러준 정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소재다. 이 선택은 당사자인 자식에게 달려있는 것으로 그려질 때가 많다. 부유한 친부와 가난하지만 사랑하는 계부 또는 부유한 친부와 지긋지긋한 가난 한 계부 사이의 선택으로 귀결되는 형태이다. 결국 이 선택은 물질적 풍요인가 가족인가라는 상당히 세속적인 주제로 귀결된다. 이 주제는 길러준 정이 혈육보다 중요하다는 전제를 바탕에 깔고있다. 이미 소재가 가진 가장 무거운 질문에 대한 대답을 결론짓고 있는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선택의 주체를 자식에게서 아버지로 살며시 옮겨왔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선택권은 전적으로 주인공 료타에게 달려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굉장히 전형적으로 부유한 친부의 캐릭터에 포지셔닝하고 있지만 선택권을 쥐면서 이야기의 양상은 상당히 달라진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존재가 선택권을 가지면서 돈인가 가족인가라는 세속적인 요소는 끼어들 틈이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는 오롯이 '무엇이 가족을 만드는가'라는 질문 하나만 남게 된다.

 감독이 이 주제를 다루는 방식은 은밀하다. 쇼핑몰 키즈센터에서 처음으로 류세이를 만난 료타는 류세이를 유심히지켜본다. 료타의 얼굴은 탐탁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짓는다. 료타가 빨대를 질겅질겅 씹었기 때문이다. 이어서 유다이가 테이블에 와서 콜라를 마신다. 두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씹던 껌처럼 엉망이 된 빨대가 남아있다. 카메라는 빨대가 담긴 콜라 컵에 머무른다. 피는 다를지라도 이미 두 사람이 가족 관계임을 보여주는 메타포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는 눈물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 미도리는 엄마이면서 아이가 바꼈다는 걸 먼저 알지 못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강하게 느끼며 자책한다. 미도리의 감정상태는 혼란과 슬픔, 죄책감이 뒤섞여 엉망이 된다. 하지만 영화에서 미도리가 눈물 흘리는 장면을 직접 보여주는 장면은 영화가 감정적으로 절정에 달했을 때, 단 한 번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 외에는 아예 슬퍼하는 장면을 생략하거나 울고 나온 뒷모습만 보여주거나, 그림자로 얼굴을 가린다. 분노와 눈물을 보여주지 않는, 마땅히 보여줘야 할 것을 보여주지 않는 연출을 사용하면서 영화의 단 하나의 질문에만 집중하는 엄청난 절제를 보여준다.

<걸어도 걸어도>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감독의 변곡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걸어도 걸어도>가 드라마 장르에 다큐멘터리적 방식을 살짝 얹었다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완전히 극영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또 <걸어도 걸어도>에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작품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감독의 작품은 뒤로 갈수록 자전적인 성격이 강해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작품은 자신의 경험이 계기가 되어서 기획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걸어도 걸어도>를 촬영 중이던 감독이 집에 있던 중, 감독의 딸이 자신에게 "아빠 또 오세요."라고 말한 것을 들었다. 또 감독은 아내는 아이가 태어나자 바로 어머니의 모습을 했지만 자신은 아버지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스스로 느꼈다고 한다. 감독은 충격을 받았고 부성이라는 것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드는 것이라는 걸 느꼈다. 료타는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처럼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을 밟는다.

 

아버지가 되는 과정

 영화의 시작, 케이타가 입학 면접을 보는 장면에서 면접관은 료타에게 케이타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묻는다. 료타는 침착하고 착한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말한다. 아버지로서는 느긋하고 승부욕 없는 성격이 조금 섭섭하다는 것이다. 료타의 욕심은 끝이 없는 무저갱이었다. 채우려야 채울 수 없는 욕심을 가진 료타는 케이타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다. 피아노는 그중 하나였다. 케이타는 잔말 없이 부모님의 말을 잘 따르는 착한 아이였다.

 친자확인 결과 케이타와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료타는 묘하게 안도가 되는 듯한 말을 한다. "역시 그랬어." 자신만큼 우수한 성적을 보이지 않는 케이타가 내심 불만족스러웠던 료타의 마음이 표출된 장면이다. 이 대사 한마디에 료타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앞으로 료타의 선택에 대한 암시가 담겨있다.

 추진력 강하지만 권위적이고 다소 융통성 없기도 한 료타는 전통적인 가족 관계를 중요히 생각한다. 피를 중요하게 생각하던 료타는 아버지의 충고에 결국 아이를 교환하는 선택을 내린다. 중요한 선택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결국 혈육관계 그것도 나보다 상위의 존재라는 점은 료타의 보수적인 가족관을 확인시켜준다. 료타와 미도리가 유다이의 집으로 가는 길을 담은 장면을 보면 유난히 커브길이 많다. 료타와 미도리의 혼란스러운 심리 상태에 대한 비유이면서 료타가 앞으로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이 순탄치 않는 굽이길임을 암시하는 영화적 장치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파더 콤플렉스가 있었던 료타처럼 케이타는 아버지에게 칭찬받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다는 것이다. 유다이와 류이치의 빨대처럼 료타와 케이타에게는 파더 콤플렉스로 묶여 있었다. 피아노 연주가 서툴지만 아버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케이타는 피아노를 연주한다. 유다이 집으로 가는 차에서 뒷좌석에 앉아 간이 피아노로 연습하는 장면에서 아버지를 만족시키고 싶은 어린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두 사람은 이미 가족이었다.

 이후에 료타는 료타가 변화하게 되는 사건들과 조우한다. 자신과는 반대되는 유다이와의 대화에서 유다이는 가족이란 함께하는 시간이 중요하며 아버지의 역할은 누가 대신해줄 수 있는 아니라고 말한다. 주제가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된 장면이다. 하지만 이 당시 료타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듯하다. 료타의 마음을 뒤흔든 것은 원수의 아들이었다. 봉투를 돌려주러 간호사를 찾아갔을 때, 간호사의 아들이 료타가 엄마를 괴롭히지 못하게 막아선다. 간호사와 아들은 친자관계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소년은 간호사를 어머니라고 불렀다.

 바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료타는 어머니에게 사과한다. 이 전화 내용을 통해서 아주 간접적으로 료타와 어머니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된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뒤늦게 재혼한 사람으로 료타의 친모가 아니었음이 은밀히 밝혀진다. 료타가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않고 이름으로 부르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이처럼 고지식하던 료타가 계모에게 사과하는 것을 통해 료타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료타는 변화했다. 숲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듯이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아버지는 그저 주어지는 직위가 아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결코 긴 것만은 아닐 것이다. 기다림을 길지라도 변화는 한순간이다. 아이가 만들어준 꽃을 발견하는 것처럼 사소한 순간이면 충분하다. 항상 자신의 시선에서 아이를 대상으로 바라보던 류타는 카메라를 통해 처음으로 아이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게 되었다. 류타는 아이의 시점을 통해 자기 자신을 직면하고 눈물을 흘린다.

 마지막 장면에서, 항상 앞서 걸어가던 료타는 처음으로 케이타의 뒤를 따라 걷는다. 갈림길에 도착한 두 사람은 마침내 나란히 걸음걸이를 맞춰 걷게 된다. 두 사람은 갈림길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걷지만 실은 같은 방향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류타는 아랫길로 케이타는 윗길로 걸음으로서 항상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료타의 권위적 시선이 깨진다. 료타는 이제 아이의 눈높이를 맞춘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갈림길은 다시 하나로 이어지고 아버지와 아들이 만난다.


 유난히 아버지들은 아버지가 되기까지 시행착오를 겪는 것 같다. 나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주인공 류타가 독선적이고 권위적인 것은 이런 아버지들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타의 독선적인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충분히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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