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립> 리뷰 - 로맨스 별첨 첨가
오늘도 어느 날

<플립> 리뷰 - 로맨스 별첨 첨가

by 하노(hano)

주관적해석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포스터. 하지만 정작 영화에는 저 장면이 없다.


[목차]

 

  1. 줄거리
  2. 로맨스가 별첨 된 성장 영화
  3. 청소년과 성장 그런데,

 

줄거리

  시놉시스

 

누구나 일생에 한번은 만난다는 무지개빛 첫사랑!

옆집 소년소녀의 귀엽고 설레는 반전 로맨스!

새로 이사 온 미소년 브라이스를 보고 첫눈에 사랑을 직감한 7살 소녀 줄리. 솔직하고 용감한 줄리는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만 브라이스는 그런 줄리가 마냥 부담스럽다. 줄리의 러브빔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기를 6년! 브라이스는 줄리에게 받은 달걀을 쓰레기통에 버리다 들키고, 화가 난 줄리는 그날부터 브라이스를 피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성가신 그녀가 사라지자 브라이스는 오히려 전 같지 않게 줄리가 신경 쓰이기 시작하는데….

(출처 : 다음 영화)

  자세한 줄거리

브라이스 

1957년 여름, 브라이스는 새 동네로 이사를 왔다. 새로운 동네, 새로운 집, 새로운 방에 대한 설렘에 들떠있었다. 아빠의 지휘에 따라 아빠와 브라이스는 차에서 짐을 옮기고 엄마와 누나는 주방 정리를 하기로 했다. 그때 이삿짐 차 안으로 웬 여자아이가 따라 들어왔다. 그 아이의 이름은 줄리, 브라이스 가족이 이사 온 앞집에 사는 아이였다. 줄리는 귀찮게 말을 걸며 짐 옮기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끈질기게 붙잡았다. 브라이스는 줄리가 귀찮아서 도망친다. 브라이스가 줄리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줄리의 손을 붙잡았다. 마침 엄마가 나타나서 자리를 피할 수 있었지만 고난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전학 온 학교에 가자마자 줄리가 같은 반에서 나타나 친한 척하며 브라이스를 끌어안았다. 학교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한다는 소문이 돌고 아이들은 브라이스를 놀려댔다. 브라이스는 그 놀림을 견딜 수 없었다. 6학년이 되었을 때 브라이스는 계획을 세웠다. 줄리가 싫어하는 여자 아이인 셰리와 사귀기로 한 것이다. 셰리와 사귀면 줄리가 더 이상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싫어할 거라는 생각이었다. 계획은 먹혀들어갔다. 브라이스의 절친인 개럿이 셰리에게 관심을 보이기 전까지는.... 개럿은 사랑에 눈이 멀어 셰리에게 브라이스의 계획을 전부 폭로했다. 화가 잔뜩 한 셰리는 브라이스의 뺨을 갈기고 두 사람은 헤어진다. 그 뒤로 줄리는 브라이스에게 더 큰 관심을 보이며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기까지 했다. 브라이스는 빨리 중학생이 되어서 줄리에게 벗어나기를 바랐다. 

 줄리

 앞집에 새로운 가족이 이사 왔다. 줄리는 이사 온 집 아이를 봤을 때 숨이 막혔다. 반작거리는 눈에 줄리는 한눈에 반해버렸다. 줄리는 이사를 도와주러 갔다. 그 애의 아빠는 아이더러 집에 가서 엄마를 도와주라고 했다. 줄리는 그 아이가 그 일을 하기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줄리는 그 아이가 집 안에 들어가기 전에 같이 놀려고 그 아이를 따라갔다. 그랬는데 갑자기 그 아이가 줄리의 손을 잡더니 줄리의 눈을 바라보았다. 줄리는 첫 키스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그 아이의 엄마가 나타났다. 그 애는 부끄러워 숨어버렸다. 줄리는 그 아이는 나를 좋아하는 게 분명한데 수줍음이 많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6학년이 되고 줄리가 조금 자제하고 있을 때 셰리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머리숱 말고는 내세울 게 없는 여자애였다. 줄리는 브라이스 정도 되는 아이라면 금방 셰리가 별 볼 일 없음을 눈치챌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은 일주일 만에 헤어졌다. 셰리와 헤어진 브라이스는 줄리에게 친절하게 대했다. 친절하고 수줍음이 많고 머리에서 은은한 수박 냄새가 났다. 

브라이스

 중학생이 되자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었다. 얼마 전 외할머니를 잃은 외할아버지는 할머니를 그리워하셨다. 할아버지는 브라이스와 거의 대화를 하지 않으셨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먼저 말을 걸어오셨다. 브라이스는 그게 무척 기뻤다. 할아버지는 줄리에 대해 물으셨다. 줄리가 신문에 나온 뒤로 줄리에게 관심을 가지셨다.

 줄리가 신문에 나온 것은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줄리는 스쿨버스가 멈추는 곳 앞에 심어진 플라타너스 나무를 좋아했다. 줄리는 매일 같이 그 나무에 올라갔다. 그 집안사람들은 못생긴 걸 좋아하는 듯했다. 줄리 집의 앞마당은 잡초로 무성하고 지저분했다. 브라이스의 아빠는 그 정원을 매우 싫어했다. 나무가 심어진 땅 주인이 집을 새로 짓기 위해서 플라타너스 나무를 베려고 했다. 줄리는 그럴 수는 없다며 나무에 올라가 내려오지 않았다. 줄리의 이 벌목 반대 시위 때문에 줄리는 신문에 실리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줄리가 무척 배짱이 두둑한 아이라고 좋아하셨다. 브라이스는 줄리는 고집이 세고 답답한 아이라고 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신물을 주시며 선입견을 버리고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셨다. 결국 플라타너스 나무는 벌목되었다. 줄리는 그 뒤로 한참을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며칠 뒤, 줄리는 학교에 다시 나왔지만 스쿨버스를 타지 않고 자전거로 등하교를 하고 예전과 달리 침울해했다. 브라이스는 도와주지 않아서 미안하다며 줄리에게 사과하고 싶었지만 줄리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오해할까 봐 사과하지 않았다.

줄리

 줄리는 마당에서 그림 그리는 아빠와 대화하는 것을 좋아했다. (줄리의 아빠는 전업 화가였다.) 여느 때처럼 아빠와 마당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빠가 줄리에게 갑자기 브라이스와 어떤 관계냐고 물었다. 줄리가 항상 브라이스의 이야기를 한 것이다. 줄리는 당황해서 브라이스의 좋은 점들을 이야기했다. 눈이 반짝거리고 미소도 이쁘고... 그러자 아빠는 부분이 아니라 풍경 전체를 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줄리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어느 날, 연이 플라타너스 나무 높은 곳에 걸린 적이 있었다. 연을 빼내려 줄리는 나무의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풍경이 아름다웠다. 그날 이후로 매일 높은 곳까지 올라가다가 줄리는 아빠가 한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아침 일찍 나무에 올라가서 해돋이를 보고 있는데 웬 남자들이 나타나서 나무를 베어버리겠다고 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줄리는 나무에 올라가 버텼지만 결국 아빠의 설득 끝에 나무에서 내려왔다.

 줄리의 상심은 무척 컸다. 아빠는 줄리에게 플라타너스 나무 그림을 그려주고는 나무 위에서 느꼈던 감정을 절대 잊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더 이상 나무 그림을 보고 울지 않게 되었을 때 줄리는 비로소 나무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깨달았다. 줄리의 세상을 바라보는 모든 시선이 바뀌었다. 줄리는 문득 브라이스에 대한 감정에도 변화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달걀 사건

 줄리는 과학 박람회 때 달걀을 부화시키는 시험을 했다. 줄리는 6개의 알을 모두 부화시키는 데 성공해서 박람회에서 1등을 했지만 줄리의 관심은 상이 아니라 생명에 있었다. 줄리는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뒷마당에서 병아리를 키웠다. 여섯 마리 모두 훌륭하게 자랐다. 그 닭들이 알을 낳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집에서 요리해먹었지만 알의 개수가 점점 늘어나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그때 이웃집 아주머니들이 줄리에게서 계란을 살 수 있냐고 물었다. 줄리는 계란을 팔기 시작했다. 줄리는 브라이스 집에 계란을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계란 선물을 하러 갈 때면 브라이스를 만날 수 있었다. 브라이스는 계란을 기뻐하며 받았다. 그런 줄로만 알았다. 줄리는 계란을 버리러 나온 브라이스와 마주쳤다. 브라이스의 집에서는 계란을 두고서 알에서 죽은 병아리가 나오면 어떡하냐느니 살모넬라균이 나오면 어쩌냐느니 하는 이야기가 오고 갔고 아빠가 줄리에게 가서 계란을 거절하고 오라고 했던 것이다. 브라이스는 그 말을 차마 전하지 못해서 몰래 계란을 버려왔다. 줄리는 브라이스에게 화가 났다.

줄리의 삼촌

 브라이스네 할아버지는 줄리가 앞뜰을 가꿀 때 도움을 주었다. 브라이스의 아빠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빠와 할아버지 사이에 논쟁이 오고 갔고 엄마는 줄리네 집을 변호했다. 줄리의 삼촌이 지적장애가 있는데 사설 시설에 위탁하기 위해 줄리의 아빠는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아빠는 그 집 유전자가 나쁜 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며 공격적으로 말했다. 할아버지는 유전자의 문제가 아니라 탯줄이 목을 감아 산소 공급이 안 돼서 그렇게 된 것뿐이라고 이야기했다. 줄리네 삼촌도 치료만 잘 받았다면 너희 아들처럼 정상적으로 살 수 있었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자리를 떠나고 아빠가 엄마의 뒤를 따라갔다.

 브라이스는 그날 할아버지에게서 자신도 태어날 때 탯줄이 목을 감아서 잘못될 뻔했다는 사실을 듣는다. 할아버지는 브라이스와 산책을 하며 세상에는 밋밋한 사람도 있고 반짝거리는 사람도 있고 빛나는 사람도 있지만 일생에 한 번 오색찬란한 사람을 만난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뒤 브라이스는 줄리에게 새로운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줄리는 브라이스가 전체가 부분보다 부족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요일 날 오전에 줄리는 브라이스에 대한 감정을 떨쳐내려고 했다. 그때 아빠가 삼촌의 생일이라며 삼촌에게 다녀오겠다고 했다. 줄리는 아빠에게 부탁해서 요양원에 따라갔다. 삼촌은 어린아이 같았다. 삼촌은 선물을 좋아하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기뻐했다. 그러다가 삼촌이 아이스크림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온순하던 삼촌이 갑자기 급변하여 아이스크림 가게 안에서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새 아이스크림을 갖다주면서 삼촌은 진정했다. 줄리는 삼촌을 만나고서 이름으로만 존재하던 삼촌을 가족으로 느꼈다.

저녁 초대

 브라이스 엄마는 줄리 네 집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브라이스가 줄리를 좋아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을 때쯤이었다. 브라이스는 자신의 절친 개럿과 도서관에서 단둘이서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개럿은 브라이스의 변한 태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개럿은 계란 사건 때문에 생긴 죄책감 때문이지 진짜 감정이 아니라고 말했다. 줄리네 집 뒤뜰은 엉망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브라이스는 그건 줄리네 삼촌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개럿은 줄리의 삼촌에게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자 그제야 줄리가 이해된다고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냐고 브라이스가 묻자 개럿은 콩 심은 데서 콩 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브라이스는 화가 났지만 정작 입에서는 개럿의 말에 동의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줄리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몰래 훔쳐 듣고 있었다. 줄리는 브라이스에 대해 확신을 가졌다. 줄리는 더 이상 브라이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저녁 시간 브라이스의 집에 간 줄리는 브라이스에게 도서관에서 한 이야기를 전부 들었다며 더 이상 너와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바스켓 보이

 바스켓 보이라는 자선 모금 행사가 시작되었다. 바스켓 보이로 선정된 남자아이들은 경매에 나와서 여자아이들에게 팔려 가 한 끼 식사를 함께해야 했다. 브라이스는 바스켓 보이로 선정되었다. 절망에 빠져있는 브라이스에게 개럿이 흥분한 상태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자 아이 두 명이 브라이스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브라이스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바스켓 보이 행사가 시작되었다. 개럿이 브라이스에게 와서 줄리가 돈뭉치를 들고서 와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브라이스는 줄리가 누구에게 돈을 사용할지 가슴이 떨렸다. 경매는 빠르게 진행되었고 어느새 브라이스의 앞 차례였다. 브라이스 앞에 선 남자아이는 인기가 없었다. 아무도 그 아이 경매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때 줄리가 그 아이에게 8달러를 제시하며 낙찰받았다. 브라이스는 무척 상심이 컸다.

 행사가 종료되고 바스켓 보이들과 낙찰받은 여자아이들이 다용도 교실로 갔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브라이스는 앞에 있는 아이에게 전혀 집중할 수 없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브라이스는 줄리를 불러내어 갑작스럽게 키스를 시도했다. 하지만 줄리는 그를 밀쳐내고 도망쳤다. 그 뒤로 방문을 꼭 잠근 줄리는 브라이스를 철저히 피해 다녔다.

 사실 줄리는 브라이스를 아직 좋아하고 있었다. 반평생 브라이스와 키스를 꿈꿨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줄리는 브라이스를 피해 방 안에 콕 박혀 지냈다. 브라이스는 끈질겼다. 문들 두들기고 전화하고 집 주위를 돌아서 방문의 창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이틀 뒤 브라이스는 포기했다. 줄리는 책을 읽으려고 거실에 나왔는데 브라이스가 줄리가 정성껏 가꾼 정원에 구멍을 파고 있었다. 줄리는 화가 나서 말리려고 했지만 아빠는 줄리를 진정시키며 자신이 허락했다고 했다. 줄리는 하는 수 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구덩이를 다 판 브라이스는 잠시 자리를 비우더니 나무 묘목 하나를 가지고 왔다. 플라타너스 나무였다. 줄리는 밖으로 나가 나무 심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때 줄리는 깨달았다. 브라이스와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앞으로 아주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로맨스가 별첨 된 성장 영화

 표지와 카피를 보고서 어린아이들의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영화는 줄리라는 여자아이의 성장 이야기이다. 분명 연애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긴 하다. 하지만 주된 이야기는 줄리의 성장이다. 따지자면 별첨 소스가 가미된 인스턴트 라면처럼 로맨스가 별첨 된 성장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살펴보면 동일한 사건을 두고 두 아이의 다른 시점이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두 사람의 시선은 확연하게 다르다. 브라이스에게는 끔찍한 첫 만남이 줄리에게는 첫눈에 반한 순간으로 기억된다. 두 아이의 분량을 살펴보면 영화 초반부에는 브라이스에게 훨씬 많은 시간이 배당되어 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줄리가 차지하는 분량이 늘어난다. 성장 영화이지만 콕 집어 줄리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는 어린 두 배우의 나래이션을 통해 끊임없이 두 인물이 어떤 내면 상태인지를 드러내 보인다. 관객들은 나래이션을 통해서 자신의 유년기 청소년기를 회상한다. 어린아이의 순수한 내면을 담고 있는 나래이션을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전달하니 그때의 감정이 절로 떠오른다. 노년의 감독이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지고 쓴 대사들은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브라이스보다 성숙한 줄리의 내적 성장은 줄리의 대사를 통해 즉각적이고 직설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브라이스의 성장은 좀 더 감추어져 있다. 그건 줄리의 대사처럼 브라이스가 겁쟁이이기 때문이다. 타인에게도 자신에게도 솔직하지 못한 브라이스는 줄리보다 성장이 더디고 내면의 솔직한 감정이 숨겨져 있다.

  두 가장의 선택

 브라이스와 줄리의 차이는 그들이 처한 성장환경에 기인한다. 줄리의 부모님은 아이들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보살펴 주었다. 반면 브라이스의 아버지는 시각이 편협하고 매사에 비판적이다. 줄리의 아버지와 브라이스 아버지의 관계는 대조적이면서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두 가장은 각자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줄리의 아버지는 동생을 선택했다. 동생을 사설 요양원에 보내기 위해서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그와 가족들이 희생이 따랐다. 임시 거처라고 말했던 낡고 오래된 집에서 12년이 넘도록 살아야 했고 아이들의 대학 학비를 모을 수도 없었다. 가족보다도 인간으로서 따라야 할 이상을 선택한 것이다.

 한편, 브라이스의 아버지는 지나칠 정도로 줄리네 집을 싫어한다. 특히 줄리네 아버지와 밴드를 하는 줄리의 오빠와 관련된 일이라면 우선 비꼬고 본다. 묘하게 밴드와 음악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도 하다. 아마 준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브라이스의 아버지는 명백히 청년 시절 음악가를 꿈꾸었음이 분명하다. 브라이스의 아버지는 꿈을 포기하고 평범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직업을 선택했다.

 두 가장의 다른 선택은 다른 결과를 낳았다. 꿈을 선택한 줄리네 아버지는 자유롭고 편안한 집안을 만들었지만, 반면에 가족들을 가난하고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불편한 생활 속에서 고통받게 했다. 브라이스의 아버지는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평범한 집안을 만들었지만 브라이스의 집은 항상 어딘가 억압적이고 숨 막힌다.

 이 영화가 가진 미덕은 두 선택지를 주어주고 어느 한쪽이 옳다고 손들어 주지 않는 데에 있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을 경우 창작자가 한쪽이 옳다고 전적인 지지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다. 어느 선택을 하더라고 기회비용은 발생하고 항상 후회를 남긴다. 후회 없는 선택이란 존재할 수 없다.

  아이들의 성장

 두 아이들은 아버지를 보며 부모가 가진 한계에 대해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영화 초반부에 전적으로 아버지의 말에 동의하던 브라이스는 영화의 후반부에 들어서 아버지의 미소 속에서 슬픔은 느끼고 아버지의 생각 따위는 상관없이 줄리를 좋아하는 마음을 인정한다. 줄리는 마냥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갔지만, 자신의 집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또 가족이 가진 아픔을 직면하고 받아들인다.

 자신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두 어린아이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을 통해서 자신이 성장한 환경이 지닌 한계를 깨닫고 인정하면서 성장한다. 이렇게 다른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와는 다른 제3의 선택을 하게 된다. 두 아이는 함께 정원을 가꾸고 나무를 심는다. 두 세계가 만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청소년과 성장 그런데,

 청소년과 성장, 학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키워드다. <플립>은 이 모든 키워드에 부합한다. 게다가 로맨스까지 별첨 되어 있다. 그런데 왜 아쉬움이 남지?

 우선 영화는 쉴 새 없이 떠든다. 영화에 나래이션이 없는 장면이 없다. 영화는 관객이 상상할 여지, 개입할 여지를 두지 않으며 각 장면마다 각주를 단다. 관객은 감독이 제시하는 대로 영화를 보고 느끼게 된다. 지나치게 말이 많은 영화이다. 감독은 좀 더 관객이 스스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줄리의 아버지의 교육방침은 그러면서 정작 감독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줄리가 브라이스에게 연정을 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서사가 너무 얄팍하다. 브라이스에게 끊임없이 실망하면서도 줄리는 끊임 없으 브라이스에게 반한다. 브라이스의 변화와 성장을 통해서 감정 변화가 일어났다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브라이스를 좋아하는 것에 대한 묘사는 단 하나뿐이다. 브라이스의 눈이 반짝거린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끊임없이 브라이스가 잘생긴 남자아이라는 설정을 보여준다. 실제로 브라이스 역을 맡은 배우의 외모는 매우 출중하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게 표현해서는 안 됐다.

 영화가 가진 갈등 해결 방식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저 생각을 고쳐먹기만 했을 뿐인데 줄리와 브라이스의 갈등은 너무나 쉽게 해결된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감독이 가진 순수한 시선은 매우 큰 강점이다. 자극적이고 강한 영화가 계속 나오는 추세 속에서 한 번 쉬어가기 좋은 영화이다. 영화보다도 더 유명한 대사로 포스팅을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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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평범한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람은 광택 나는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람은 빛나는 사람을 만나지. 하지만 모든 사람은 일생에 단 한번 무지개 같이 변하는 사람을 만난단다. 네가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더 이상 비교할 수 있는 게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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