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2005)>리뷰- 저는 장님이었어요
오늘도 어느 날

<오만과 편견(2005)>리뷰- 저는 장님이었어요

by 하노(hano)

주관적해석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목차]

 

  1. 줄거리
  2. 저는 장님이었어요
  3. 엘리자베스와 다아시

 

줄거리

 

  시놉시스

 

설레는 사랑을 시작할 때
남자들이 빠지기 쉬운 ‘오만’과 여자들이 깨기 힘든 ‘편견’…
모든 것을 넘어선 진실하고 아름다운 사랑에 다가간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믿는 자존심 강하고 영리한 소녀.
좋은 신랑감에게 다섯 딸들을 시집 보내는 것을 남은 인생의 목표로 생각하는
극성스러운 어머니와 자식들을 극진히 사랑하는 너그러운 아버지와 함께
화기애애한 ‘베넷가(家)’의 다섯 자매 중 둘째이다.

조용한 시골에 부유하고 명망있는 가문의 신사 ‘빙리’와
그의 친구 ‘다아시(매튜 맥파든)’가 여름 동안 대저택에 머물게 되고,
대저택에서 열리는 댄스 파티에서 처음 만난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서로에게 눈을 떼지 못한다.

하지만 자존심 강한 ‘엘리자베스’와 무뚝뚝한 ‘다아시’는 만날 때 마다 
서로에게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는데,
‘다아시’는 아름답고 지적인 그녀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고
폭우가 쏟아지는 날, 비바람이 몰아치는 언덕에서
가슴 속 깊은 곳에 담아둔 뜨거운 사랑을 그녀에게 고백한다.

결혼의 조건은 오직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는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자신의 친구 ‘빙리’와 그녀의 언니 ‘제인’의 결혼을
‘제인’이 명망있는 가문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대한 것을 알게 되자,
그를 오만하고 편견에 가득 찬 속물로 여기며 외면하는데…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빠져 눈이 멀어있는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과연 서로의 진심을 알고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출처 : 다음 영화)

 

  한 줄 요약

 

 여자의 편견은 사랑을 못 알아보는 장님으로, 남자의 오만은 사랑을 가로막는 턱으로, 두 사람의 편견과 오만이 벗겨졌을 때 사랑이 이루어진다.

 

저는 장님이었어요

 

 제가 처음 고전의 위대함을 느낀 것은 2012년도에 개봉한 <레미제라블>을 보면서였습니다. 고등학생이던 저는 주말에 조조 영화로 <레미제라블>을 보러 갔었는데 상영관은 이른 시간에도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기대를 품고 영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부터 강렬한 음악으로 시작한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감정이 휘몰아쳤습니다. 장발장의 억울함과 범죄를 저질렀다는 죄책감, 부끄러움과 고마움, 새로운 희망을 마주했을 때의 가슴 벅참 젊은 이들의 혁명을 향한 열망과 사랑하는 젊은 이들의 열렬함, 외사랑 하는 이의 외로움 등 온갖 종류의 감정의 소용돌이였습니다. 이 모든 감정이 개인의 감정에 그치지 않고 사회를 아니 세계를 뒤흔든 거대한 사건과 맞물리며 작품의 볼륨을 키워나갔습니다. 장발장이 모든 것을 이룬 뒤에 조용히 침소에서 죽음을 맞는 장면에서 저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것이 고전이 가진 힘이라는 걸 처음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고전의 위대함과 웅장함을 느낀 저는 다른 고전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고전이 <레미제라블> 같은 매력을 가진 건 아니더군요. 어떤 작품은 너무 뻔하고 실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고전이란 오래되었다는 뜻도 있으니 때로는 고리타분한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미 스토리텔링이 발전하고 서사 콘텐츠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고전의 밋밋함은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그 뒤로는 <레미제라블> 같이 이야기의 규모가 큰 이야기 위주로 찾아봤던 것 같습니다.  2005년도 개봉한 <오만과 편견>을 보며 볼륨이 작은 고전은 지루하다는 편견이 깨졌습니다.

 어떤 고전은 인간의 내면을 파고들어 인간의 본성을 건드리는 작품도 있었습니다. <오만과 편견>이 그랬습니다. 작품은 엘리자베스 베넷과 다아시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단순한 이야기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인간이 내면에 가진 편협함과 속물적인 면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이 자기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한 내면의 추한 면을 꺼내어 보여준 것이죠.

 <오만과 편견>이라는 제목도 잘 지은 것 같습니다. 영화와 소설에서 제목의 중요성은 매우 높습니다. 제목은 보는 사람들이 작품을 마주하는 첫인상을 좌우하는 요소입니다. 제목은 내용과 연관되어 있어야 하지만 너무 직설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직설적인 제목은 작품의 완성도가 낮다는 인상을 줍니다. 또 직설적인 제목은 관객이 작품을 보기 전에 내용을 예상하게 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잘 지은 제목은 은유와 상징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재가 특이하다면 그 소재를 제목으로 사용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가끔 정말 재미있는 제목이 있습니다. 작품을 다 보고 난 뒤에야 제목이 이해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건 의역이었지만 <나를 찾아줘> 같은 경우 작품을 감상을 마친 뒤에야 제목을 이해하고 뒤통수를 맞은 기분을 들게 합니다. 초월 번역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사용하는 거겠죠. <오만과 편견>은 직관적이면서도 작품의 스포일러가 되지는 않습니다. 또 작품을 감상한 뒤에 제목이 왜 '오만과 편견'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죠.

 영화 속에는 인간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베넷 식구들 중 엘리자베스와 제인, 아버지를 제외하면 모두 속물적인 사람들입니다. 어머니는 결혼을 신분 상승의 도구 혹은 경제적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베닛 부인은 오로지 딸들이 무사히 결혼하는 것만을 바랍니다. 막내딸인 리디아도 어머니의 성격을 빼다 닮았습니다. 리디아는 남자를 좋아하며 주목받는 것을 즐깁니다. 이들은 이런 욕망을 숨길 생각이 없습니다. 그들은 예법을 모르는 무지함과 욕망을 드러내는 것에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가족의 배경이 결국 나중에 제인의 결혼을 막습니다.

 엘리자베스는 유머러스하고 쾌활한 성격입니다. 그녀는 예의를 차릴 줄도 압니다. 극 중 주인공이자 가장 완벽해보이던 그녀에게도 결점이 존재합니다.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죠. 영화의 후반부에 그녀는 언니에게 고백합니다. "나는 장님이었어." 편견이 눈을 가로막아 코 앞에 있는 진정한 사랑의 대상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결혼은 진정한 사랑을 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극중 배경을 고려하면 이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죠. 이 시대의 결혼은 가문과 가문 간의 결합에 가까웠습니다. 사랑보다는 이해관계가 개입하는 관계 맺음이었죠.

 사랑에 대한 믿음조차 편견이었습니다. 작품의 중반부에 이르러 엘리자베스의 절친인 샬롯이 콜린스라는 이상한 사람과 약혼을 하자 그녀는 샬롯을 비난하려 들었습니다. 하지만 샬롯이 누구나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은 아니라며 일갈합니다. 그녀는 나이가 들었지만 남자도 없으며 직업도 가진 것도 없었습니다. 조건을 보고 처음 만난 사람과 결혼을 약속했지만 누가 그녀를 비난할 수 있을까요? 엘리자베스도 샬롯의 말을 듣고 아무 말도 더 하지 못했습니다. 엘리자베스는 샬롯을 보며 편엽 한 사고 일부를 깨트릴 수 있었습니다.

 제인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빙리는 귀족 신분은 아니지만 매우 부유한 남성입니다. 성격도 밝고 긍정적입니다. 무엇보다 제인을 진심으로 좋아합니다. 약간 세상을 잘 모르는 면이 있지만 이는 순수함으로 봐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는 주변에 잘 휘둘리고 우유부단한 면이 있습니다. 자신감도 조금 부족해 보이네요. 그는 동생 빙리 캐롤라인과 절친 다아시의 말에 제인을 포기합니다.

 다아스는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으로 엘리자베스와 사랑에 빠지는 인물입니다. 엘리자베스가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다아스는 매우 오만합니다. 그는 무척 무뚝뚝하며 예의를 중시하는 성격으로 엘리자베스와 첫 만남에서 그리 좋지 못한 첫인상을 남겼습니다. 게다가 그는 빙리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엘리자베스가 아름답기는 하지만 반할 정도는 아니라는 말을 하며 엘리자베스의 자존심을 건드렸습니다. 엘리자베스에게 첫눈에 반했음에도 겉치레를 중시하던 그는 자신의 사랑을 스스로 막아섰습니다.

 이처럼 <오만과 편견>은 인물을 평면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측면을 보여주고 다양한 성격 유형의 인물들을 내세우면서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

 

 

 이 작품이 오래도록 사랑받은 이유는 등장인물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매력적입니다. 관객의 왜 이들을 매력적으로 여기는 것일까요?
 
 엘리자베스는 등장부터 관객들을 홀립니다. 그녀는 지적이면서 웃음도 많고 배려를 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또 그녀는 예법을 알고 모욕을 받더라도 무례하지 않게 받아치는 법을 압니다. 누군가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지만 그녀의 유머는 자신의 품위는 유지하는 대단한 기술입니다. 무엇보다 그녀는 성장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여성 캐릭터입니다.

 영화의 구성만 놓고 보면 가난한 집안의 여성이 매력적인 부자 남자를 꼬셔 결혼하게 되는 흔한 신데렐라 구조의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성격이 신분과 재산보다 사랑을 추구한다는 것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실제로 엘리자베스는 극 중에서 두 번이나 청혼을 거절합니다. 

 엘리자베스는 결함을 갖고 있습니다. 현실 세계의 우리 모두 그렇듯이 말이죠. 작중 주인공의 결함은 곧 성장의 여지와 방향성을 가리킵니다. 그녀는 작품 속에서 성장합니다.

 영화의 시작은 일출 직전의 숲을 비추며 시작합니다. 여명에서 곧 해가 뜨기 시작합니다. 해가 없으면 즉 빛이 없으면 사람은 앞을 볼 수가 없습니다. 마치 선입관에 장님이 되어버린 엘리자베스처럼요. 그러나 곧 해가 뜹니다. 해가 뜨고 프레임이 나타난 엘리자베스는 책을 읽고 있군요. 그녀가 선입관을 벗고 눈을 뜬다는 걸 암시하는 장면입니다.

 그녀는 다아시의 저택에서 다아시의 진짜 모습을 목격합니다. 자신의 편입견이 개입된 모습이 아닌 진짜 그의 모습 말입니다. 다아시는 무뚝뚝하며 무례하고 재미없는 인물로 보였지만 가족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진면모를 본 뒤에야 그의 저택에 있던 얇은 면포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조각품처럼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음을 깨달습니다. 이 조각품은 면보로 얼굴을 뒤집어쓰고 그 위에 꽃으로 치장을 했습니다. 자신의 진짜 얼굴은 가린 채 겉만 꾸미는 허영 된 사람들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녀는 다아시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 뒤에 결정을 내립니다. 그를 둘러싼 신분이나 재산 같은 것들보다 그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가 더 중요했던 것이죠. 



 다아시는 오만하지만 진정으로 배려할 줄 아는 남자입니다. 배려는 존중에서 시작되죠.

 극 중 콜린스가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하는 장면에서 콜린스의 대사가 가관입니다. 그는 세상을 글로 배운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자기 앞에 있는 존재가 사람이 아닌 텍스트인 것처럼 타자화하죠. 결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지만 그 설명은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이야기합니다.

 반면 다아시의 청혼은 어땠나요? 자신의 감정이 충실하여 사랑을 고백합니다. 또 자신이 이렇게나 그녀를 사랑하지만 단 한마디만 하면 더 이상 고백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사랑을 고백하며 보채지 않고 승낙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태도입니다. 그는 엘리자베스 주변에서 머무르며 기다리지만 부담 주지는 않고, 제안하되 강요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성을 만난다면 사랑하지 않더라도 기분이 무척 좋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엘리자베스를 에스코트하며 가볍게 잡았던 손을 쫙 펼치는 장면까지. 다아시에게 안 반할 수가 없습니다.

 

 



 *카메라 워킹이 대단한 작품입니다. 무도회장 전체를 보여주는 복잡한 카메라 동선과 엘리자베스와 다아시가 춤추는 장면에서 항상 엘리자베스를 따라다니던 카메라가 자연스럽게 다아시에게 넘어가는 장면까지 훌륭한 장면이 많습니다.

*이동하는 버스에서 작성했기 때문에 오타 등이 발생했을 수 있으며 리뷰의 퀄리티가 낮을 수 있음을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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