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리뷰 : 2020년의 대한민국은
오늘도 어느 날

<레미제라블> 리뷰 : 2020년의 대한민국은

by 하노(hano)

주관적해석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목차]

 

  1. 줄거리
  2. 왜 흥행했는가?
  3. 본문 2

 

줄거리

 

  시놉시스

 

올 겨울, 당신의 영혼을 울리는 감동 대작
사랑과 용서, 구원과 희망을 향한 노래가 시작된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휴 잭맨). 우연히 만난 신부의 손길 아래 구원을 받고 새로운 삶을 결심한다. 정체를 숨기고 마들렌이라는 새 이름으로 가난한 이들을 도우던 장발장은 운명의 여인, 판틴(앤 해서웨이)과 마주치고, 죽음을 눈앞에 둔 판틴은 자신의 유일한 희망인 딸 코제트(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장발장에게 부탁한다. 그러나 코제트를 만나기도 전에 경감 자베르(러셀 크로우)는 장발장의 진짜 정체를 알아차리고, 오래된 누명으로 다시 체포된 장발장은 코제트를 찾아 탈옥을 감행하는데… 

(출처 : 다음 영화)

 

왜 흥행했는가?

 

 2012년 대한민국은 정의 열풍이 불었습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가 저술한 『정의란 무엇인가』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너도나도 서점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구매하고 읽었습니다. 이 흥행은 저술자인 마이클 샌델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윤리 철학 서적이, 그것도 제법 두껍고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 이토록 많이 팔리다니요. 방송국에서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를 방영하고 시험에는 책의 내용을 담은 논술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그리고 그해 겨울, <레미제라블>이 개봉합니다. 실사 뮤지컬 영화라는 약점을 가졌음에도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동원되었습니다. 영화의 노래는 사람들 입에서 불러지고 수많은 패러디 물도 창작되었습니다. 영국과 일본에 이어 해외 흥행 3위를 기록하였습니다. 미국과 영국은 전통적으로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익숙했지만 뮤지컬 영화가 이렇게 한국에서 흥행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장르의 외화 영화가 성공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도 고전이 원작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2012년의 대한민국에는 어떤 일이 있었기에 『정의란 무엇인가』와 <레미제라블>이 그토록 인기를 얻었던 것일까요?

 다짐은 그 사람의 반대 모습입니다. 게으른 사람은 부지런해지겠다고 다짐하고, 소심한 사람은 다음부터는 대담해지겠다고 다짐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정의를 부르짖는 사회는 정의롭지 못한 사회입니다. 적어도 구성원들이 부패했다고 느끼는 사회일 것입니다. 2012년의 대한민국은 정의롭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정의를 찾아 나섰습니다. 시기적절한 때에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출간되었습니다.

 <레미제라블>도 마찬가지입니다. <레미제라블>에서는 대척점에 서 있는 장 발장과 자베르라는 두 인물을 통해 정의란 무엇인지 묻습니다. 원칙주의적이고 무관용적이지만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 법치가 정의인 것인가 관용적이고 포용적인 마음씨가 정의로운가. 2012년의 대한민국 국민은 관용 없고 아래를 내려다볼 줄 모르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레미제라블>의 인물들에게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밑바닥에서 벗어날 수 없고 하루 또 하루 늙어갈 뿐인 나의 삶이 1800년대 프랑스 시민들의 삶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혁명을 이끌어 내려 하는 청년들을 보며 우리도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았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결국 2016년 추운 겨울에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각기 다른 곳에서 모인 국민들이 한목소리를 내었고 함께 정의를 외쳤습니다. 광화문에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고 이외의 전국 각지에서도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그야말로 범국민적인 운동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모였음에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이고 비폭력 운동으로 뜻을 함께했습니다. 2017년에 드디어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정의를 실현시킨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떤가요?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유튜브로 뉴스를 찾아봤습니다. 결국 박원순 시장이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아직 사건이 조사 중에 있기에 판단 내리기에 조심스러운 상황입니다. 잠재적 대권 주자로도 꼽히던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온 국민이 혼란스럽습니다. 누군가는 추모하고 애도하며 누군가는 그의 죽음을 조롱하고 있습니다. 또 누군가는 이 상황을 즐기는 듯합니다. 그를 신고한 고소인의 입장에 서서 그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평소 그에 대한 평가에 기대어 고인을 조롱합니다. 원시적인 방식으로 고인을 조롱하는 이들의 언행과 폭력성에 비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누군가는 피고인에게 그의 죽음의 책임을 전가하며 피고인을 찾아내야 한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에는 이렇게나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은 건가요?

 충남도지사에 이어 부산광역시 시장, 이번에는 서울 시장까지 성추행 추문으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2012년으로부터 8년이 지난 2020년의 대한민국은 정의로운가요?

 

본문 2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Look down'이라는 저음부가 풍부한 노래로 영화의 분위기를 잡습니다. 카메라는 노역하는 죄수들을 하이앵글로 잡아서 그들을 내려다보는 시선을 표현합니다. 하이앵글로 인물을 담으면 그 인물의 권위가 약해집니다. 장 발장이 자베르를 올려다보자 카메라도 로우 앵글에서 그를 담습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장 발장과 자베르의 대결 구도를 카메라 앵글로 표현해냈습니다.

 이 이후로 초반 10분간은 장 발장이 가석방 이후의 희망 없는 삶을 빠르고 축약적으로 그러나 효과적으로 표현해냅니다. 위험인물 증서 때문에 일할 수도 없고 심지어 잠자리조차 구할 수 없던 그의 고단한 생활 중 성당에 도착한 그는 신부님에게 구원받습니다.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받습니다. 하지만 이미 정신이 피폐해진 그는 은혜를 잊고 은 식기를 훔쳐 도망가다가 붙잡힙니다. 신부님은 경찰들에게 은 식기는 자신이 선물한 것이라며 은촛대를 잊고 갔다며 은촛대를 쥐어줍니다. 그의 몸이 아닌 영혼이 구원받은 순간입니다. 장 발장은 자신의 범죄 행위를 뉘우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합니다. 이때 장 발장이 부르는 노래가 'Valjean's Solioquy'입니다.

  'Valjean's Solioquy'을 보면 이 영화의 특징을 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촬영 현장에서 라이브 녹음을 했다는 것이 잘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기존 뮤지컬 영화는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뒤에 현장에서는 립싱크를 진행했는데 이런 방식은 음악은 잘 살릴 수 있지만 배우의 연기가 음악에 끌려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노래를 직접 부르는 방식을 통해서 배우의 연기를 우선시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전문 뮤지컬 배우들이 아닌 영화배우들을 캐스팅했으니 배우들의 가창력보다 연기력을 강조하는 연출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Valjean's Solioquy을 들어보면 독백인지 노래인지 애매하게 읊조리듯 부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휴 잭맨의 감정 연기는 대단하죠.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아쉬운 장면 중 하나입니다. 장 발장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중요한 장면인데, 장면이 주는 임팩트가 약합니다.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거의 모든 대사를 노래처럼 처리하는 성 스루 뮤지컬이라는 것입니다. 영화를 보면 짤막한 대화마저 모두 노래 부르듯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뮤지컬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어색하게 받아들이실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연속해서 유명 넘버 곡이 빠르게 이어지는 작품이다 보니 그사이에 일반적으로 대사를 처리했다면 오히려 더 어색하게 여겨졌을 것입니다. 곡과 곡 사이에 텐션을 유지시켜주는 장치로서 기능하는군요.

 영화의 캐스팅은 전반적으로 훌륭합니다. 주연 배우들의 가창력과 연기력 모두 뛰어난 편이고 배역과도 잘 어울립니다. 특히 익살스럽고 속스러운 테르나디에 부부 역을 맡은 샤샤 바론 코헨과 핼레나 본햄 카터는 마치 그 배역을 위해 연기를 시작한 배우들처럼 역할에 찰떡같이 어울립니다. 레미제라블 25주년 공연에서 에포닌 역할을 맡았던 사만다 바크스가 이 영화에서도 동일한 배역을 맡으며 뮤지컬 영화로서 퀄리티를 한층 더 높여주었습니다. 'I Dream a dream'을 부르며 명장면을 연기한 앤 해서웨이는 영화에 짧게 등장하지만 엄청난 인상을 남겼습니다.

 4대 뮤지컬로 꼽히는 레미제라블을 원작으로 한 만큼 작품이 가진 볼륨과 서사성은 당연 대단합니다. 고전이 고전인 이유를 알려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작이 유명하고 작품성이 뛰어나면 감히 각색하기 어려워집니다. 정서경 작가도  『핑거  스미스』 각색을 거절했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각색 작업은 어려운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명성 있고 인기 있는 작품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뮤지컬을 영화로 옮겨오며 따른 부담감을 이겨내고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낸 톰 후퍼 감독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런데 <캣츠>는 왜....)

 촬영과 연출 방식이 아쉽기는 하지만 <레미제라블>이 가진 볼륨 자체가 광대하고 성악 발성의 웅장한 음악에 압도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레미제라블 뮤지컬은 10주년 25주년 기념 공연 영상을 찾아볼 수 있으니 꼭 챙겨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오랜만에 뮤지컬을 보니 즐거웠습니다. 다음번에는 <시카고>, <Rent> 또는 <Jesus Christ Superstar> 같은 작품으로 또 찾아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세 작품들도 대단한 작품들이니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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