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최전선』 서평 - 존재를 불려나가는 행위
오늘도 어느 날

『글쓰기의 최전선』 서평 - 존재를 불려나가는 행위

by 하노(hano)

 

 

 


[목차]

 

  1. 내용
  2.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습니다
  3. 앞으로 나의 글은

 

내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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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들어가며 : 글쓰기의 최전선으로


PART 1 삶의 옹호로서의 글쓰기

삶의 옹호자 되기

다른 삶의 이력과 마주하는 시간

‘나’와 ‘삶’의 한계를 흔드는 일

내가 쓴 글이 곧 나다

고통 쓰기, 혼란과 초과의 자리

자기 언어를 갖지 못한 자는 누구나 약자다

말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말하기

내 몸이 여러 사람의 삶을 통과할 때


PART 2 감응하는 신체 만들기

불행처럼 우리를 자극하는 책들

말들의 풍경 즐기기

쓸모-없음의 시적 체험

느낌의 침몰을 막기 위해

호기심, 나로부터 벗어나는 일

합평, 역지사지의 신체 변용


PART 3 사유 연마하기

자명한 것에 물음 던지기

자기 입장 드러내기

얼마나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가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쓰자

사건이 지나간 자리 관찰하기

여럿이 읽어야 하는 책, 니체


PART 4 추상에서 구체로

짧은 문장이 무조건 좋을까 : 단문 쓰기

글 쓰는 신체로 : 베껴 쓰기

마음에 걸리는 일 쓰기 : 모티브 찾기

추상에서 구체로 : 글의 내용

내 글이 누구에게 도움을 줄까 : 글의 위치성

별자리적 글쓰기 : 글의 구성

더 잘 쓸 수도, 더 못 쓸 수도 없다 : 힘 빼기

글은 삶의 거울이다 : 끝맺기


PART 5 르포와 인터뷰 기사 쓰기

노동 르포: 조지 오웰, 그 혹독한 내려감

사람을 이해하는 시간, 인터뷰

인터뷰는 사려 깊은 대화다

나만의 민중 자서전 프로젝트

시시하고 사소한 것들의 중요성

말을 잃은 백 세 할머니 인터뷰하기


PART 6 부록

노동 르포 : 효주 씨의 밤일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석 달의 기록(강효주)

인터뷰 1 : “침대에 누워 대소변 받아내도 살아 있어 괜찮았어”

공주병 울엄마 희순 씨의 우울증 극복기(박선미)

인터뷰 2 : “장수 씨, 이제 그만 짐을 덜어요”

가족등록부에만 존재하는 그와 나(사은)


참고도서 : 글쓰기 수업 시간에 읽은 책들

나오며 : 슬픔이 슬픔을 구원한다

 

  내용 소개

 

 작법서는 시대와 상관없이 꾸준히 출간되는 종류의 책입니다. 저도 지금까지 작법서를 10여 권은 읽어본 것 같습니다. 작법서를 펼칠 때 독자는 글쓰기의 기술을 습득하기를 바랍니다. 글쓰기에 어떤 비법이라도 있을 거라는 착각 속에 하는 기대입니다. 작법서의 상당수는 이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작가가 창작해오며 습득한 서술 스킬을 책에 담습니다. 특히 장르 문법 규칙이 강하게 적용되는 할리우드식 작법서에 그런 경향이 강합니다. 그렇게 기술 몇 가지를 읽고 나면 나도 금방 멋진 소설 또는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글쓰기에는 그런 요행은 없습니다.

 은유 작가의 『글쓰기의 최전선』은 글을 쓰려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증권사 직원으로 살아가다가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이자 일하는 여성이 되었던 작가의 글쓰기의 시작은 '중심잡기'로 시작되었습니다. 엄마가 아닌 나, 아내가 아닌 나, 노동자가 아닌 나라는 사회적 자아를 걷어내고 완전한 한 개인으로서 '나'라는 존재를 지키는 행위로써 시작된 글쓰기 행위는 복잡하게 얽힌 나의 삶을 '풀어내기'로 이어졌습니다. 글쓰기에 집중하노라면 현실의 잡다한 고민들은 사라지고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글쓰기는 복잡한 현실에서 한 발 떨어지는 '물러앉기'이기도 합니다.

 쉴 틈 없이 흘러가는 현실의 탁류에서 나라는 존재를 지켜내는 행위인 동시에 새로운 나의 존재를 만들어나가는 발명하는 행위이기도 한 글쓰기는 무엇보다 감응하고 함께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나'의 존재가 바로 서면 다른 존재들과 상호작용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1장에서 작가는 글쓰기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앞서 밝힌 것과 같이 글쓰기는 자기 자신을 직시하는 일이면서 다른 존재와 감응하는 것으로 확대대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작가란 삶의 옹호자라고 표현합니다. 글쓰기는 자기 자신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솔직해지는 용기이라고도 말합니다. 글쓰기는 누군가 내 글을 읽는 공정행위이기 때문에 자신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글쓰기는 '동사'입니다. 책에서는 글쓰기는 '낫'이 아니라 '낫질'이라고 표현합니다.

 2장에서는 일기와 합평에 대해 말합니다. 글쓰기가 되려면 감수 근육이 발달해야 하는데 독서는 감수성을 키워줄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입니다. 특히 함께 읽고 읽은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쓰고 합평을 하면서 새로운 시각과 생각을 접하고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3장에서는 생각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문제의식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던질 수 있는 것인지, 나의 경험을 녹여내는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합니다.

 4장은 구체적으로 작법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5장은 나의 글쓰기에서 벗어나서 타인의 신선으로 바라보는 르포 타주와 인터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작가는 르포 타주야 말로 글쓰기의 기본 준칙에 가깝다고 생각하며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수평적 관계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며 사회적 관계는 자아의 확대라는 말을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습니다

 제가 은유 작가를 처음으로 접한 것은 『출판하는 마음』이라는 인터뷰집을 통해서였습니다. 출판 업계에 종사하는 편집자, 디자이너, 작가, 마케터, 서정 주인을 인터뷰한 글을 읽으면서 '책'이 가진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죠.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직장 생활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은유라는 작가에게 반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은유 작가가 이전에 편 책들을 살펴봤고 『글쓰기의 최전선』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글쓰기의 최전선』의 서문을 무척 좋아합니다. 작가가 본인의 책에 밝혔듯이 좋은 책은 서문에 책의 내용을 요약해둡니다. 저는 이 책은 서문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문에 푹 빠진 저는 순식간에 책을 완독 했습니다. 지난번 『데미안』을 읽을 때 꼬박 하루가 걸린 거에 비하면 빠른 독파 시간입니다. 그마만큼 문장이 읽기 편하고 쉽다는 의미입니다. 평소에 독서를 잘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편히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작법서를 제법 읽어본 편입니다. 할리우드의 시나리오 작법서나 일본 작가의 장르소설 작법서, 한국 소설가의 소설 창작 방법과 글쓰기에 임하는 태도 등을 읽어봤지만 『글쓰기의 최전선』이야말로 제게 필요했던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쓰기의 본질에 대해서 이토록 깊이 탐구하고 정리한 책은 여태껏 접해본 적이 없습니다. 미디어가 자아를 결정하는 시대 속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행위라는 점을 제대로 집어주었습니다. 좀처럼 생각해보기 어려운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책입니다. 영화 <작은 아씨들>을 보면서 공감하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메그라는 인물의 태도에 이제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평을 쓰다 보니 제 글을 읽는 분들이 '존재'에 대한 물음이라는 형이상학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는 만큼 이 책이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단계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작가는 글쓰기는 구체적이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말로만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글쓰기를 하고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면서 겪은 일들을 예시로 들어가며 눈에 보이도록 말해줍니다. 이 말하는 방식 자체가 글쓰기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존적인 것인지를 직접 보여줍니다.

 책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놀라운 문장도 눈에 띕니다. 책을 읽으며 한 장에 몇 줄씩 줄을 그어가며 읽었습니다.

'어렴풋이 알아갔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고통이 견딜 만한 고통이 될 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일임을. 혼란스러운 현실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이지, 덮어두거나 제거하는 일이 아님을 말이다.'
'일상의 중력에서 벗어나기.'
'분노, 좌절, 실망, 고통 같은 내 몸을 밟고 지나가는 감정을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작가라는 말은 명사의 꼴을 한 동사다.'

 서문만 해도 감탄을 자아내는 문장이 이렇게나 많이 나왔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런 문장들이 문장이 가진 미적 기능만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를 많이 불러오는 문장이라는 점입니다. 감탄하고 공감하고 생각해볼거리가 매 장에 펼쳐집니다. 너무 많으니 오히려 이렇게 서평을 정리해 적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그 모든 생각들을 적으려면 A4용지 50매로도 부족할 정도입니다. 책을 읽으며 정말 많은 생각을 했는데 정작 글로 적으려니 그 방대한 양을 쉽게 통일된 내용으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 나의 글은

 

 이 책을 읽은 뒤로 저의 글에는 큰 변화가 따를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며 글감이 떠오르기도 하며 지금껏 쓴 글에 반성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껏 나는 왜 개인적인 이야기는 쓰지 못했는가, 왜 이렇게 보편적이고 평이한 글만 적어왔는가 반성해봅니다. 앞으로는 좀 더 많은 시도를 해볼 것 같습니다.

 작가는 글감의 빈곤은 존재의 빈곤이며, 존재의 빈곤은 존재 외면이고  글감의 광맥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말합니다. 이 존재의 빈곤함을 존재의 풍요로움으로 바꾸어나가고자 하는 욕망이 솟구칩니다. 앞으로는 한 편의 영화와 한 편의 소설, 한 권의 책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될 것이고 저의 감응 능력을 키워줄 것입니다. 저의 삶은 좀 더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모든 것이 이 한 권의 책 『글쓰기의 최전선』과 글쓰기라는 행위의 영향 아래에서 일어날 일입니다. 이토록 이 책은 글을 써오던 사람에게는 새로운 글쓰기에 대한 욕망을, 그렇지 않아 왔던 사람에게는 새로운 시도를 충동질합니다. 저도 책의 1장을 읽다가 문득 한 가지 짤막한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스무 살의 일기

※ 이 글은 『글쓰기의 최전선』의 서문과 1장을 읽던 중에 갑작스럽게 떠올라 적게 되었습니다 ※ 독자를 저 자신으로 상정했기에 반말로 진행됩니다 항상 나의 스무 살은 언젠가 풀어야 할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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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한 글을 쓸 것, 경험한 것을 쓸 것, 구체적인 글을 쓸 것, 특정 독자를 상정하고 쓸 것, 글쓰기는 뮤즈의 영역이 아니라 헤파이토스의 영역이라는 것.... 이 책에서 얻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습니다. 모든 관계는 수평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가 연상됩니다. 다음번에는 재미있는 영화로 다시 찾아왔다가 『언더그라운드』을 다뤄볼까 합니다. 지대지의 시점을 잘 보여준 작품입니다.

 


- 내일은 팀버튼 감독의 <빅피쉬> 리뷰로 돌아오겠습니다

- 그 다음 번 포스팅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 또는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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