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조지 오웰 - 다시 읽히는 고전
오늘도 어느 날

『동물농장』, 조지 오웰 - 다시 읽히는 고전

by 하노(hano)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혁명부터 26년간 러시아에 대한 우화와 그 이후에 대한 통찰력.

 


[목차]

 

  1. 줄거리
  2. 7계명
  3. 인간군상
  4. 다시 읽히는 고전

 

줄거리

 어느 날 저녁, 농장 동물 중 가장 나이가 많던 돼지 메이저는 동물들을 한 데 모아서 연설을 한다.  매너 농장의 주인 존스가 우리 동물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일하지 않으면서 노동의 생산물을 모두 차지한다는 내용이었다. 많은 동물들이 메이저의 연설에 감동받고 언젠가 인간을 초원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이 연설이 있은 후 사흘 뒤 메이저는 사망한다.

 가장 영리하던 돼지들을 중심으로 동물들의 모의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누구도 인간을 몰아내는 것은 먼 미래에 있을 일이라고 여기며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임이지만 막연한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매너 농장의 경제 상황이 흔들렸다. 인간들은 동물들에게 먹이 주는 일을 잊고 동물들을 방치시켰다. 굶주림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동물들은 존스와 일꾼들을 농장에서 내쫓아내는 데 성공한다. 그들은 그날 밤 승리를 축하하며 7 계명을 만들어 헛간의 큰 벽에 적어두었다.

 이제부터 농장의 모든 일들은 회의와 투표를 걸쳐 결정되었다. 그들은 매너 농장의 이름을 버리고 '동물 농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동물 농장의 동물들은 게으름 피우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았다. 노동은 그들과 후손을 위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존스가 농장을 이끌 때보다 생산량이 증가하고 분배는 공평하게 이루어졌다. 이 이야기는 비둘기들을 통해 주변 농장으로도 퍼져나갔다.

 인간들에게 이 소식은 달갑지 않은 이야기였다. 동물 농장의 성공적인 이야기가 퍼져나가자 다른 농장의 동물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인간은 동물 농장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트리며 폄하했다. 결국 옥수수 수확이 끝난 10월 초에 존스와 여섯 사람이 농장으로 쳐들어왔다. 이날을 대비해온 동물들은 인간들을 함정에 빠트리며 동물 농장을 사수해냈다.

 겨울이 오자 동물 농장은 위기에 빠졌다. 땅이 얼고 동물들이 추위에 떨었다. 조직을 이끄는 데 뛰어난 나폴레옹과 논리적이고 유려한 말솜씨를 가진 스노볼이 주축이 되어 회의를 이끌었다. 이 두 돼지는 모든 사항에서 충돌했다. 스노볼은 언덕 가장 높은 곳에 풍차를 세워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고 했다. 풍차를 만들면 난방을 공급하고 각종 기계(회전 톱, 볏짚 절단기, 전기 착유기 등)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기계들이 동물들을 대신하여 일을 할 것이고 동물들은 주 3일만 일하고 여가를 즐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풍차 건설을 반대하며 지금은 식량 축적에 힘써야 하며 풍차를 건설하다간 굶어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돼지를 중심으로 동물 농장은 강하게 분열했다. 마침내 스노볼이 풍차 설계도를 완성하고 회의가 열렸다. 스노볼이 먼저 나서 연설을 했다. 동물들은 스노볼의 연설에 푹 빠져들었다. 스노볼이 연설을 마치자 나폴레옹이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더니 갑자기 회의장 뒤에서 9마리의 개들이 튀어나왔다. 스노볼은 개들로부터 도망쳐 동물 농장을 빠져나갔다. 나폴레옹과 스퀼러가 사실 스노볼은 배신자였다며 동물들에게 일어난 소동에 대해 설명했다. 이그로부터 삼 주 뒤, 나폴레옹은 풍차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풍차 건설이 결정된 뒤로 동물들은 엄청난 노동에 시달렸다. 특히 유난히 힘이 강했던 말 복서는 '내가 더 열심히 일한다'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남들보다 훨씬 많은 양의 노동을 감당했다. 이 무렵 돼지들의 거처가 돼지우리에서 존스가 사용하던 본채로 이동됐다. 이것은 혁명이 성공한 날 그들이 정한 규칙을 어기는 일이었지만 농장의 두뇌인 돼지들은 조용히 일할 장소가 필요하다며 스퀄러가 해명했다. 게다가 돼지들은 침대에서 잤는데 이것은 7 계명 중 네 번째 계명을 어기는 일이었다. 그러나 네 번째 계명은 어느새 '동물은 침대에서 이불을 덮고 자면 안 된다'라고 바뀌어 있었다. 동물들은 자신이 계명을 잘못 기억했다고 여기며 돼지들의 행동을 납득했다.

 그러던 중 강한 바람이 불던 날 건축 중이던 풍차가 무너져버렸다. 풍차가 절반 정도 완성되었던 시기로 동물들은 고된 노동이지만 결과물이 완성되는 것을 보고 희망을 찾던 때였다. 나폴레옹은 스노볼이 몰래 농장에 들어와 저지르고 간 일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며 동물들의 분노를 동력으로 풍차 건축에 힘을 쏟게 만들었다. 다시 재건축을 하게 되자 농장의 상황은 심각한 수준으로 나빠졌다. 곡식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돼지들은 인간과 거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돼지들은 암탉들에게 알을 요구했다. 암탉들은 시위에 나섰다. 돼지들은 암탉들에게 곡식 배급을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아홉 마리의 닭이 굶어 죽었다. 이일을 계기로 대학살이 벌어졌다. 나폴레옹이 동물들을 한데 모아 죄를 자백시켰고 죄를 자백한 동물들은 개에게 물려 죽었다. 이날 밤 고백과 처형이 계속되었다.

 여섯 번째 계명도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서 안 된다.'에서 '어떤 동물도 이유 없이 다른 동물을 죽여서 안 된다'로 바뀌어있었다. 복서는 이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대학살을 계기로 더 열심히 일하기로 다짐한다. 가을쯤에 풍차가 완성되었다. 이 소식은 주변에 빠르게 퍼졌다. 주변에 있던 농장의 주인 프레데릭은 풍차를 질투했다. 그는 결국 사람들을 이끌고 농장에 쳐들어와 풍차를 폭발시켰다.

 동물들은 다시 풍차를 재건해야 했다. 복서는 그야말로 미친 듯이 일했다. 복서는 나이가 들어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 그는 결국 혼자 일하다가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마차에 실려갔다. 마차의 한쪽 면에 '앨프러드 시먼즈, 윌링던의 말 도축업자이자 접착제 제조자.'라고 적혀있었다.

 그 뒤로 몇 년이 지났다. 농장에는 더 많은 풍차가 생겼고 더할 나위 없이 풍요로웠다. 하지만 돼지와 개들을 제외한 동물들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돼지들은 두 발로 걷기 시작했고 7 계명은 하나로 줄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돼지들은 주변 농장 주인들을 초대했다. 사람들은 발전한 동물 농장에 감격을 받았다. 그들은 저녁에 모여 석찬을 가졌다. 동물들은 그 모습을 창밖에서 훔쳐봤다. 나폴레옹은 사람들에게 건배를 제안하며 동물 농장이라는 명칭은 폐지되었으며 메이너 농장으로 불릴 것이라고 말했다. 돼지들과 인간을 분간하는 건 불가능했다.

7계명

1. 두 다리로 걷는 것은 적이다                       
2. 네 다리로 걷거나 날개가 있는 것은 친구이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선 안 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면 안 된다 ▶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이불을 깔고 자면 안 된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 ▶ 어떤 동물도 과도하게 술을 마시면 안 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선 안 된다 ▶어떤 동물도 이유 없이 다른 동물을 죽여선 안 된다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 모든 동물은 평등하지만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인간군상

 러시아 혁명부터 26년간 러시아, 특히 스탈린에 대한 비판으로 알려져 있다. 소설이 가진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독서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지만 해당 역사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작품이 가진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다행히 러시아 역사에 대한 지식을 습득한 뒤 소설을 실제 역사와 비교해가며 다시 읽어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알레고리로도 유명하다. 알레고리는 서로 잘 조합이 되지 않을 법한 것들을 교묘하게 연결시켜서 작가의 주장을 더욱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서술 기법이다.(163쪽) 실제로 이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실제 인물과 등치 할 수 있다. 메이저는 블라디미르 레닌, 나폴레옹은 스탈린, 스노볼은 트로츠키 같은 식이다. 실화 또는 원작을 가진 작품은 본래 이야기에 매몰되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실화는 허구의 이야기만큼 흡입력이나 플롯 구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함정에 빠지면 이야기가 재미와 픽션으로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이 작품이 러시아 공산주의의 실패를 비판하는 정치적 소설에 그친다면 오래도록 읽히는 고전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조지 오웰의 대표작 『동물농장』과 『1984』은 모두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그의 작품을 본다면 조지 오웰은 대단한 자유주의자로 보이지만 사실 그는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여겼다. 실제로 그는 자유주의자들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인도 식민지를 유지하려는 영국도 비판했는데 조지 오웰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모든 것들을 경멸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밝힌 것과 같이 『동물농장』은 역사적 사실을 배제하더라도 읽는 재미가 있다. 『동물농장』에서는 온갖 인간군상을 볼 수 있다.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가진 작품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보면 사회 속에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권력에 눈이 돌아간 지도자, 선전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조직단체, 권력에 붙은 종교, 무지하고 정치에 관심 없는 대중들, 지식은 있지만 소극적인 지식인과 성실하게 살아가는 소시민. 이러한 인간군상은 공산주의 사회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고 반성하기도 대처를 고민해보기도 한다.

 특히 9장에 누구보다 성실하고 바보 같았던 복서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커다란 충격을 준다. 시니컬하고 모든 일에 퉁버명하던 당나귀 벤저민이 복서를 살리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울부짖는 장면과 친구를 잃은 클로버가 슬픔을 표현할 방법을 몰라 조용히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큰 슬픔을 준다.

 오로지 늙은 벤저민만 그 자신의 오랜 삶의 모든 세부사항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삶의 조건들은 과거와 비교하여 더 좋거나 나쁘지는 않으며, 또 어느 한쪽으로 달라질 수도 없다고 말했다. 굶주림 고생, 실망은 바꿀 수 없는 삶의 법칙이라는 것이었다.(131쪽)

 

 

다시 읽히는 고전

 

 '고전에는 적어도 두 가지 핵심 기준이 있어서 그중 하나도 부족해서는 안 된다. 하나는 '필독'이다. 만약 이 분야의 아름다움을 몸소 겪고 이 분야의 최고 성취를 즐기고자 한다면 '필독'으로 선정된 고전은 읽단 읽어야 한다. '고전'의 높이를 통해 우리는 취향의 기준을 세워 다른 작품을 평가하고 가늠할 수 있게 된다. '고전'의 두 번째 기준은 다시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읽기를 통해 시선한 즐거움과 깨달음을 끝없이 찾아낼 수 있다.(『추리소설 읽는 법』, 27-28쪽) 

 대만의 인문학자 양자오는 『추리소설 읽는 법』에서 고전의 두 가지 핵심 조건을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재독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독이 가능하려면 문학적 성취가 뛰어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야 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이렇게 햄릿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해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을 다시 읽고 그때마다 감동을 글로 남기면 그것은 사실상 우리의 자서전을 기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인생 경험이 풍부할수록 인생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해석도 그만큼 더 절실하게 와 닿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전은 다시 읽히고 매번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킨다. 앞서 밝힌 것처럼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이야기 자체가 가진 가치와 역사적인 가치를 동시에 갖고 있어 다시 읽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다. 번역을 맡은 이종인 교수는 『동물농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대한 역자의 개인적 소감을 한 마디 하고자 한다. 《동물농장》을 처음 읽은 것은 1972년이었으니 거의 50년이 다 되어 간다. 그때는 동급생들끼리 서로 나폴레옹이니 스노볼이니 하고 별명을 붙여 부르면서 말장난을 하기도 했으나, 원고지 500매도 안 되는 이 작은 책에 지금까지 설명한 많은 뜻이 들어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소설은 이야기가 먼저이고 그 다음이 해석이다. 일단 이야기만 알고 있으면 해석은 나이 들면서 천천히 해도 되는 것이다. 따라서 《동물농장》 같은 고전은 나이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일단 읽어서 그 줄거리를 알아두고 그 다음에 천천히 재독 삼독하여 그 깊은 뜻을 알아가면서 자신의 안목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해석이라고 했지만, 위대한 작품은 아무리 많은 해석을 들이대어도 그 의미가 완전히 탕진되지 않은 화수분 같은 기묘한 특성을 갖고 있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에 읽어도 《동물농장》이 이처럼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은 이 소설이 위대한 고전임을 증명하고 있다.(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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