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리뷰 -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오늘도 어느 날

『데미안』리뷰 -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by 하노(hano)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비가 조용히 내렸다. 차분해지고 마음이 고요해지는 날이다. 이런 날에는 책을 읽기 참 좋은 날이다. 


[목차]

 

  1. 줄거리
  2. 본문 1

 

줄거리

1. 두 세계

 성인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의 회상은 9살 무렵에서 시작된다. 그의 이름은 에밀 싱클레어로 부유한 집안의 막내아들이었다. 그의 집안은 부유한 편이었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이었다. 그는 집에 두 가지 세계가 있다고 묘사했다. 하나는 빛의 세계이며 다른 하나는 어둠의 세계였다. 그는 빛의 세계에 속해있지만 어둠의 세계를 동경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싱클레어는 라틴어 학교를 다니는 한 편 공립학교 학생들에게도 관심이 많았다. 

 한 날에는, 공립학교를 다니는 크로머라는 골목 대장격 되는 아이 앞에서 과수원에서 사과를 훔쳤다며 허세를 부렸다. 크로머는 싱클레어에게 그 말이 사실이냐고 묻고 사실이라면 하나님을 걸고 맹세하라고 말한다. 싱클레어는 어쩔 수 없이 하나님을 걸고 자신의 거짓말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날, 크로머는 싱클레어를 쫓아왔다. 그러고는 과수원 주인이 사과 도둑에 대한 제보를 하면 2마르크를 주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싱클레어에게 한다. 싱클레어는 사색이 되어 크로머에게 제발 신고하지 말라고 빈다. 이 일을 계기로 싱클레어는 크로머에게 돈도 빼앗기고 괴롭힘을 당한다.

 크로머는 언제나 휘파람을 불며 나타났다. 싱클레어는 휘파람 소리가 들릴 때면 공포에 휩싸였다. 소리가 들리 지 않을 때에도 크로머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고 꿈에도 나타났다. 무엇보다 자신이 가족들 몰래 악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고통스러웠다. 

2. 카인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전학생이 왔다. 전학생은 어쩐지 시간을 초월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신비로운 소년이었다. 그 소년의 이름은 막스 데미안이었다. 데미안은 싱클레어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같이 수업을 듣는 날이 생겼다. 성경 공부 수업 시간이었다. 그날 선생님은 카인과 아벨에 대한 수업을 했다.

 그날 하교하는 길에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접근했다. 데미안이 같이 가도 되겠냐고 묻자 싱클레어는 자신이 사는 집이 의 어디에 있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데미안은 문 위에 있는 특이한 문장이 있는 집임을 알아차렸다. 싱클레어는 놀라며 그 문장은 아마 새일 거라고 이야기했다. 

 데미안은 카인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카인이 사실은 일반인들보다 우월한 능력을 가진 어떤 존재였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당시 사람들이 카인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그의 이마에는 표식이 있다는 이야기를 지어낸 것이라는 말이었다. 싱클레어는 단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무척 놀랐다. 데미안은 그날 이후로 카인과 표식에 대해서 깊이 생각했고 처음으로 크로머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났다.

 그렇다고 크로머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크로머는 싱클레어를 불러내어 누나를 불러오라고 시켰다. 싱클레어는 깊은 어둠에 빠지게 되었다. 그때 어디선가 데미안이 나타나 싱클레어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싱클레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데미안은 신비한 능력으로 싱클레어가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알아맞혔다. 데미안은 싱클레어 보고 크로머와 사귀는 건 좋지 않다는 충고를 한다.

 그날 이후로 크로머의 휘파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데미안은 그저 대화를 나누었을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싱클레어는 부모님께 자신이 저지른 일을 고백하고 선의 세계로 돌아간다. 이후로 데미안과 만나는 일은 없었다.

3. 예수 옆에 매달린 도둑

 수년 후, 싱클레어가 견진성사를 보게 되었다. 데미안은 같은 학년 학생들이 견진성사를 볼 때 같이 성사를 지내지 않았다. 2년 뒤에야 후배들과 같이 견진성사를 받게 되었다. 싱클레어와 데미안은 같은 교실에서 견진수업을 받게 되었다. 이 때는 싱클레어가 사춘기쯤에 접어들어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시기였다.

 사춘기였던 싱클레어는 견진수업에 통 집중하지 못했다. 싱클레어의 관심은 데미안에게 향했다. 어느 이른 아침 수업이었다. 선생님은 카인과 아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딴짓하던 싱클레어는 신부님이 목소리 높여 표적에 대해 이야기할 때,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앞쪽에 앉아 있던 데미안이 싱클레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데미안은 점점 뒤쪽 자리로 자리를 옮기더니 어느새 싱클레어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데미안은 견진수업 중에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곤 했다.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두 도둑 중에 반성하지 않은 쪽이 오히려 의리 있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지 않느냐는 등의 이야기였다. 싱클레어는 비판적인 사고에 대해 배우는 한 편 혼란스럽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데미안이 낯설게 굴었다. 마치 오래된 바위처럼 굳어버린 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싱클레어는 집에서 그것을 연습해봤지만 쉽게 되지는 않았다. 이후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가족들은 변한 싱클레어의 모습에 당황스러워했다. 방학이 지나면 싱클레어는 다른 학교에 가기로 결정되었다. 데미안은 여행을 떠났다.

4. 베아트리체

 싱클레어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싱클레어는 알폰스 벡을 만났다. 알폰스는 하숙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학생이었다. 알폰스 백은 싱클레어를 교외의 조그만 술집에 데려갔다. 두 사람은 거기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싱클레어는 카인과 표적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알폰스는 그 이야기를 마음에 들어했다. 알폰스는 여자 경험이 많았다. 그는 여자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 싱클레어는 술과 저속한 이야기에서 처음으로 맛보는 쾌감을 느꼈다.

 이후로 싱클레어는 학교에서 제일가는 문제아가 되었다. 매일 술을 마시고 음담패설을 했다. 그럴 때마다 싱클레어는 고통을 느꼈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어느새 싱클레어는 퇴학당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부모님들도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느 봄날이었다. 싱클레어가 공원에서 산책 중이었는데 한 소녀와 마주쳤다. 싱클레어는 소녀에게 첫눈에 반했다. 싱클레어는 소녀에게 베아트리체라는 이름을 붙이고 짝사랑했다. 이 짝사랑으로 인해 싱클레어는 다시 한번 변화한다. 싱클레어는 다시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게 되었고 모범생이 되었다. 싱클레어는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싱클레어가 어느 정도 실력이 붙었다고 생각되자 베아트리체의 초상화를 그렸다. 그런데 그 그림 속 얼굴이 눈에 익었다. 그 얼굴의 주인공은 바로 데미안이었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다. 방학 때 한 번 그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데미안은 술과 방탕한 생활에 대해 충고를 했었다. 싱클레어는 기분이 상했다. 이제는 달라졌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그리워했다. 그 무렵 싱클레어는 어린 시절처럼 꿈을 자주 꾸게 되었다. 새에 대한 꿈을 꾸었다. 맹의 머리를 한 새였는데 몸의 절반이 땅에 박혀있었다. 새는 땅에서 나오려고 애쓰고 있었다. 싱클레어는 잠에서 깨어나 꿈에서 나온 새 그림을 그리고 데미안에게 편지로 부쳤다

5.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싱클레어의 책에 쪽지가 꽂혀 있었다. 쪽지에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라고 적혀 있었다. 데미안이 보낸 답장이었다. 싱클레어는 쪽지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압락사스가 무엇이란 말인가.

 싱클레어가 길거리를 배회하던 중에 오르간 소리를 듣는다. 교회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싱클레어는 음악소리에서 신성함을 느꼈다. 연주가 끝나고 저녁이 되자 한 사람이 교회에서 나온다. 싱클레어는 그 사람의 뒤를 밟고 술집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대화를 하는데 연주자의 이름은 피스토리우스로 압락사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날 이후 피스토리우스는 싱클레어를 집에 초대한 뒤에 명상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를 하면서 압락사스라는 것이 선과 악의 합치된 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피스토리우스로부터 많은 사유에 대해 배웠다.

6. 야곱의 싸움

 싱클레어의 급우 한 명이 싱클레어에게 말을 걸려고 했다. 허약하고 가냘픈 청년으로 크나우어라는 이름이었다. 크나우어는 싱클레어를 성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크라누어는 싱클레어가 영들과 교류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조언을 구했다. 그는 모든 성적인 것을 금욕 시 했다. 심지어 그런 생각조차 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싱클레어는 적절한 조언을 하지 못했다.

 싱클레어는 문장과 여성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고 그녀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그림은 벽에 걸어두고서 어머니라고 부르기도 하고 연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창녀라고 부르고 매춘부라고 부르고 압락사스라고 불렀다. 그때 그는 피스토리우스인지 데미안이었는지 누군가가 했던 <야곱과 천사의 싸움>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싱클레어는 잠에서 유년기부터 현재까지 모든 일들이 스쳐 지나가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림은 벽에 걸려있지 않았다. 그림을 불태워 버린 뒤 재를 먹어버린 것이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그는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그는 예전에 크로머가 처음으로 불러내었던 공사현장에 갔다. 그곳에서 그는 크나우어를 다시 만났다.

 싱클레어는 크나우어가 자살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싱클레어는 그를 말리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 뒤로 크나우어는 싱클레어를 따랐다. 때로는 그가 귀찮기도 했지만 그가 질문과 그가 가져온 책들이 싱클레어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었다. 크나우어는 어느새 싱클레어 주변에서 사라졌다.

 싱클레어는 피스토리우스로부터 배움을 얻었지만 그 배움 끝에 싱클레어는 피스토리우스의 한계를 느꼈다. 그는 새로운 종교의 사제가 되고 싶어 했지만 과거의 종교에 얽매여 있는 그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싱클레어는 어느 날 갑자기 피스토리우스에게 당신의 생각에서는 구닥다리 냄새가 난다는 폭언을 던진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의 폭언이었다. 피스토리우스는 자신도 스스로도 사실 한계를 알고 있었다면서 수긍한다. 두 사람은 그 뒤에도 만남을 계속하지만 이전 같은 관계는 아니었다. 

7. 에바 부인

 마지막 방학, 싱클레어는 데미안이 과거에 살던 집에 가봤다. 그곳에서 집주인은 데미안과 그의 어머니 사진을 보여주었다. 싱클레어는 놀랐다. 데미안의 어머니가 자신의 꿈속에 나온 여인과 똑같이 생겼던 것이다. 싱클레어는 이후 여행을 떠나 항상 그녀를 찾아다니지만 헛된 짓임을 스스로도 알 고 있었다.

 싱클레어는 대학에 입학했다.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술집에서 오가는 대화를 들었다.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데미안과 한 일본인이었다. 싱클레어는 반가운 마음에 데미안의 뒤를 밟았다. 두 사람은 재회하게 되었다. 데미안은 반가워하며 싱클레어를 집으로 초대한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집에서 데미안의 어머니를 만났다. 그녀는 자신을 에바 부인이라 부르라고 했다. 싱클레어는 곧바로 에바 부인에게 사랑에 빠졌다. 싱클레어는 자주 데미안의 집에 가서 대화를 나누었다. 에바 부인은 꿈여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여느 때처럼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집에 갔다. 그런데 어린 시절처럼 데미안의 얼굴이 목석처럼 굳어 있었다. 싱클레어는 밖으로 나갔다. 그는 산으로 갔는데 갑자기 비가 그를 향해 떨어졌다. 폭풍우 속에서 싱클레어는 거대한 새의 모습을 발견했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의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니 데미안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싱클레어는 자신이 본 새의 형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데미안은 놀라며 자신도 불안한 꿈을 보았다며 이것은 필시 앞으로 펼쳐질 어떤 거대한 일의 암시라고 했다.

8. 종말의 시작

 두 사람의 불안한 예견처럼 전쟁이 발발했다.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각각 군인이 되어서 전쟁터에 나갔다. 전쟁이 펼쳐지는 중 싱클레어는 폭격을 맞고 병원에 실려간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의 옆 침대에 데미안이 있었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이야기했다. 나는 이제 예전처럼 말을 타고 기차를 타고 너에게 올 수 없다. 하지만 내가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내면에 귀를 기울여라. 나는 네 안에 있을 것이다. 말을 마치고 데미안은 에바 부인의 키스라며 싱클레어에게 입을 맞춘 뒤 사라진다. 싱클레어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

 싱클레어가 잠에서 깨어나 옆 침대를 보았더니 그곳에는 모르는 사람이 누워 있었다. 

 

본문 1

 사건 중심의 서사에 익숙한 나에게 관념적인 수사가 많은 독일 소설을 소화하기 어려웠다. 200여 쪽의 책을 종일 읽었다. 한 문장이라도 이해되지 않으면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 탓에 더 오래 걸렸을 것이다. 읽기 어려웠지만 이 책의 가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보편적이면서 오래된 주제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데미안은 '성장'에 대한 이야기다.

 『데미안』의 서문은 마치 실존인물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듯이 시작한다.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책이 출간되었을 당시에는 이런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들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서술자는 인간의 삶은 일회적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소중한 것임을 일깨운다. 인생은 단 한 번뿐인 기회이기 때문이다. 예외는 없다. 나의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길의 추구, 오솔길의 암시다. 일찍이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본 적은 없다. 그럼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9쪽)

 헤르만 헤세가 말하는 인간의 성장은 한 세계의 죽음이다. 나의 표현으로 하자면 성장은 졸업하는 것이다. 성장은 이별을 반드시 수반한다. 그리고 당연히 이별은 고통스럽다. 『데미안』에서는 이 고통을 '죽음은 쓴맛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탄생이니까, 두려운 새 삶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니까.(27쪽)'이라고 표현하였다. 익숙한 것을 떠나보내는 슬픔과 알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을 조우한다는 두려움은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다. 만약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인간은 성장할 수 없다. 영원히 학생으로 남는 것이다.

  이원론적 세계

 『데미안』을 읽다 보면 조로아스터교와 프로이트 학파의 정신분석학에 대한 내용들을 살펴볼 수 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이원론적 체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데미안』은 처음부터 빛의 세계와 어둠의 세계로 세상을 나누고 싱클레어는 그 사이를 오고 간다.

 기독교는 유일신을 섬기는 일원론적 세계관을 지니고 있다. 오로지 밝고 옳은 것만을 추구하는 세계이다. 때문에 싱클레어는 유년기 시절 빛의 세계에 속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무의식 깊은 곳에는 어둠의 세계에 대한 지식과 동경이 숨어 있었다. 결국 데미안은 빛의 세계에 속해있으면서 죄를 범한다. 최초의 죄는 그를 계속 악으로 끌어당겼다. 거짓말을 하고 저금통에서 돈을 빼내야 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집에 속하지 않는다고 여겼다. 마치 선악과를 먹은 원죄를 지은 뒤 아담과 하와가 에덴에서 쫓겨난 것과 같이 그는 빛의 세계에서 추방당했다.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한 인간들이 점점 더 큰 악행을 저지른 것처럼 싱클레어는 이제 빛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탄생이기도 했다. '신과 함께 였던 인간'의 죽음은 곧 '신과 분리된 인간'의 탄생이었으니까.

  압락사스의 세계

 데미안의 도움으로 싱클레어의 악행은 중단이 되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신성함에 그어진 첫 칼자국'은 사라지지 않는다. 학교를 옮기면서 데미안과 헤어진 싱클레어의 방탕한 생활이 시작된다. 이제 그의 육신은 완전히 어둠에 세계에 들어섰다. 하지만 싱클레어의 정신은 죄악감을 느끼며 빛의 세계로 회귀를 충동질하였다.

 '모든 것이 흐르는 광채로 에워싸여 있었다. 모든 것이 놀라웠다. 신성하고 깨끗했다. 그리고 모든 것, 모든 것이 어제만 해도, 몇 시간 전만 해도 나의 것이었고, 나를 기다렸는데, 지금은, 지금 이 시각에는, 타락하고 저주받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략) 이 모든 것이 황폐화되었다. 모든 것을 내 자신의 두 발로 짓밟아버렸던 것이다! 지금 추적자가 와서 나를 묶어서 인간 폐물이며 신전 모독자라고 교수대로 데리고 간다면, 나는 동의하고 기꺼이 따라갔으리라.' (99쪽) 

 이는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정신적으로 고통받으면서도 방탕한 생활이 가져다주는 쾌락을 동시에 느끼는 이중적인 생활은 베아트리체를 통해 끝을 맞는다. 그리고 싱클레어는 베아트리체를 통해 데미안을 그리고 압락사스를 만나게 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압락사스는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시키는 상징이다. 곧 선과 악을 모두 대변하는 신이다. 싱클레어는 일원론적 세계관에서 이원론적 선택의 세계관에서 이제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공존의 세계에 도달했다. 죽음과 삶이 하나이며 선과 악이 다르지 않음을 말하는 불교의 세계에서 싱클레어는 모든 것은 자신에게 달렸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들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 그건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152쪽)

  성장에 대한 또 하나의 조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일은 거울을 들여다보는 행위이다. 생명체는 어떤 투사물 없이는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없게 설계되어 있다. 거울을 통해서 자신을 본다는 것은 신비롭고도 비 자연스러운 행위이다. 타인은 지옥이라지만 그보다 더 한 지옥은 나 자신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인간은 미쳐버릴 것이다.

 "이걸 알아야 할 것 같아. 우리들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들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야." (116쪽)

 인간은 모두 후회할만한 짓을 저지르곤 한다. 다행히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후회를 잊는다. 지금껏 내가 한 모든 행위를 기억한다면 인간을 살아가지 못할 것이다. 모든 사람이 성인군자가 아닌 한에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안에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이 있다. 바로 나 자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우리 내면에는 지옥이 존재한다.

 하지만 악행을 부끄러워할 줄 알고 후회하는 것은 내면에 이를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간 안에는 선도 있으며 악도 있다. 『데미안』에서 싱클레어의 스승들은 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데미안은 악을 끌어 앉고 산다면 사람을 죽이고 이기적으로 행동해도 된다는 말이냐고 반문한다. 악의 세계 속에서 고통스러움을 느꼈던 데미안은 그 누구보다 의뭉스러웠을 것이다.

사람은 완전히 선하지도 완전히 악하지도 않다. 대립적인 두 세계는 사실 하나로 통한다. 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것은 내 안에 악한 면이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하라는 의미이다. 내 안에는 악이 살고 있으며 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객관적인 시선과 용기가 필요하다.

 


기독교 혹은 성경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작품을 이해하기 조금 더 쉬울 것이다.

작품이 성경에 대해 많이 언급하고 있기도 하지만, 성경의 흐름대로 작품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인간이 하나님과 함께 했던 것처럼 싱클레어는 부모님과 빛의 세계에 함께 있었다가 / 아담과 하와가 에덴에서 추방당한 것처럼 죄를 저지르고 빛의 세계에서 떠나게 된다./ 하나님을 떠난 인간들이 죄악을 저지른 것처럼 싱클레어는 악의 세계에서 악행을 저지른다. / 요한 계시록에서 세상의 종말에 대해 이야기하듯 데미안은 앞으로 닥쳐올 세계의 큰 변혁에 대해 이야기한다. / 차이점이 있다면 『데미안』에서는 종말 그 이후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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