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5] 필름카메라 체험 (앨리카메라 연남동)
오늘도 어느 날

[2020.07.15] 필름카메라 체험 (앨리카메라 연남동)

by 하노(hano)

 

 처음으로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봤다. 연남동 엘리카메라에서 필름 카메라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했다. 후배와 나 둘 다 수동 카메라를 선택했다. 둘 다 기존에 카메라를 이용했기 때문에 조리개, 셔터 스피드, 심도 등에 익숙해서 교육 시간이 약간 단축되었다. 단축되었는 데도 꽤 많은 설명을 들어야 했다. 너무 배고파서 설명에 집중하지 못했다. 교육을 다 듣고 나와서 후배와 너무 어렵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잘 찍을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다행히 교육 내용이 담긴 종이를 주어서 걱정이 좀 줄어들었다.

 사실 교육 듣고나와서 체험비를 날리지는 않을까 걱정되고 후회했다. 하지만 곧장 마음을 고쳐먹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은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두려운 법이지만 이런 취미를 위한 도전에도 망설인다면 더 큰 일을 마주쳤을 때는 분명 포기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새로운 도전과 목적 지향적 사고방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던 차라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각자 카메라를 들고 연남동 일대와 홍대 주변을 돌아다녔다. 한 롤에 36장의 필름밖에 들어있지 않아 신중해졌다. 셔터를 누르기 전까지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초점을 맞추지 못하면 사진이 흐릿하게 나올 것이다. 빛이 많은 환경에서 조리개를 너무 조이거나 셔터스피드 속도가 너무 느리면 사진이 하얗게 날아갈 것이었다. 어두운 환경에서는 화면이 아예 까맣게 나오거나 지나치게 어둡게 나올 수 있었다. 심지어 셔터를 누를 때 생각 이상으로 묵직해서 화면이 흔들릴 걱정도 있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DSLR 카메라와 달리 뷰파인더에서 결과물을 미리 확인해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과물을 미리 알 수 없다는 게 이렇게 어렵고 불편한 일일 지 몰랐다.

 오로지 감에 기대서 사진을 찍어야 했기 때문에 불안했다. 찍으면서 사진이 한 장이라도 제대로 찍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실제로 몇장은 사진을 날려먹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은 필름의 개수를 헤아리고 필름을 감는 작업은 즐거웠다. 카메라를 처음으로 구매한 뒤로 가장 재미있게 촬영했다. 불편함이 클수록 더 즐거웠다. 36장의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까 봐 걱정도 컸지만 반대로 어떤 사진이 나올지 기대도 컸다.

 월요일부터 이승희 작가의 『기록의 쓸모』를 읽고 있는데 앞에 선배가 해준 말이 나온다.

 그래서 선배는 마케팅을 지망하는 친구들에게 카메라를 사보라 권한다고 했다. 카메라를 손에 쥐면 '담아내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고. 카메라를 잡는 순간 바닥에 있는 돌멩이도 다르게 보이고, 하늘을 봐도 구름에서 힌트를 찾고 '의미'를 찾으려 하게 된다고.

 지나치게 신중했던 걸까? 카메라를 반납해야 할 시간이 다되었는데도 필름이 20장 넘게 남아있었다. 급하게 이것저것 찍었다. 7시 전에 엘리카메라에 다시 도착해서 필름 되감는 법을 배우고 카메라를 반납했다. 짧으면 이틀 오래 걸려도 일주일 안으로 결과물을 보내준다고 하셨다. 이야기를 듣고서 가게를 나갈 때 직원분이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며 웃으며 인사를 하셨다. 우리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나왔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가볍게 저녁과 반주를 하고 헤어졌다. 최근들어 불렛저널 기록을 빼먹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공부에도 집중이 잘 안 됐다. 나태해졌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다그쳤는데, 오랜만에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놀러 다니고 보니 내가 지쳐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계속 돌아다니느라 비록 발을 아팠지만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재충전할 수 있는 이벤트를 종종 만들어줘야겠다.

 오늘 12시에 엘리카메라에서 촬영 결과물을 보내줬다. 단 한 장이라도 제대로 찍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기우였다. 다행히 첫 번째 사진을 빼고는 모두 잘 찍혔다.(원래 첫 번째 사진은 잘 안 찍힐 수 있다고 설명해주었기 때문에 예상은 했었다.) 필름 카메라를 사고 싶은 생각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물을 보니 그 반대가 됐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경험을 해보고 새로운 취미가 되었으니 무척 소중한 날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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