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고쓰는 글: 일상의 즐거움에 관해
오늘도 어느 날

(영화)보고쓰는 글: 일상의 즐거움에 관해

by 하노(hano)

남의 차 보닛 위에서도 폭풍 당당한 고양이들

 

 부끄럽지만 이젠 하다 하다 구독하고 있는 블로거분에게까지 질투를 느낀다. 찌질한 것도 정도가 있지 온라인 세계에서도 질투하다니. 나의 초록 눈의 괴물은 시공간을 가리지 않는다. 무시무시한 녀석이다. 왜 초록 눈의 괴물의 눈을 떴는가 하면, 내가 갖추지 못한 것을 가졌기 때문이지 뭐 또 별다른 이유가 있을까?

 일상은 지루하다. 하루하루가 똑같이 느껴진다. 너무나 평범하고 무료한 하루가 또 지나간다. 어제의 하루와 오늘의 하루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졸업하고 백수가 된 뒤에 이런 무기력함이 취업 스트레스와 엇물려 더 강해졌다. 집에서 정말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실무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 의심되는 것들을 공부하며 집 밖에 나가질 않았다. 애써 무시하고 있었지만 나는 몸속에 화약을 쌓아가고 있었다.

 ...(전략) 나는 그딴 것들이 아니라 더 강렬한 삶의 경험을 원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온몸을 불태우는 강렬한 사랑이라든가 열정이나 광기 같은 것들. 하지만 그게 내 앞의 현실이었다.

 김연수 작가의 <스무 살>의 한 구절이다. 나는 내 앞에 마주한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웠다.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은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스무 살>의 주인공처럼 강렬한 무언가가 나를 위해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럴 리가. 아무도 나를 위해 엄청난 무대를 준비하고 기다리는 친절과 노고를 들일 이유가 없다.

 이런 감정을 불러일으킨 글을 읽었다. 시험 준비 탓에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이런 일상이 축복이라고 말하는 글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이 일상이 소망이었을 테니. 이렇게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들은 붙잡아 둘 수 없기 때문에 소중히 여기고 후회 없이 쓰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김용택 시인의 <어느날>의 시구처럼 살아가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지만 전혀 그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삶의 태도에 질투심을 느꼈다.

 고양이는 신피질이 발달하지 않아 시간을 느끼지 못하고 매 순간을 살아간다는 카더라가 떠돈 적이 있다.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나 이 고양이 같은 태도가 필요하다. 시인에게는 매 순간이 어느 날인 것과 같이 고양이에게는 그냥 오늘은 오늘일 뿐이다.

 소설 『모모』 속 마을 어른들처럼 시간을 저축할 생각은 말아야 한다. 불가능할뿐더러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 존재는 그저 존재일 뿐이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라. 법륜 스님의 말씀처럼 존재는 주어진 것이다. 그냥 매 순간 충실히 살아가자.

 오늘 아침 일기에 적었듯 아무리 비슷한 일상이라도 찾아보면 즐거운 일은 언제나 있는 법이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고 좋아하는 장소에 갈 수도 있다. 책을 읽다가 인생의 모토가 되는 구절을 찾을 수도 있고 음악을 들으며 저녁을 즐길 수도 있다. <패터슨>의 일본인 시인은 패터슨이 버스 운전기사라고 밝히자 매우 시적이라고 말한다. 나의 일상도 누군가에게는 시적인 삶일 수 있음을 잊지 말자.

 1400자 밖에 안 되는 짧은 글에 인용이 몇개가 들어간 건지.... 매일을 나의 삶으로 채워가다보면 나만의 언어를 구사하는 날도 오겠지?

 

 

<패터슨> 리뷰 : 일상을 예술로 채워가는 법

※ 주관적해석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목차] 줄거리 일상을 예술로 채워가는 법 시인 줄거리 시놉시스 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의 이름은 ‘패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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