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고 쓰는 글 : 현장 스태프로 근무하며
오늘도 어느 날

(해)보고 쓰는 글 : 현장 스태프로 근무하며

by 하노(hano)

 

며칠간 지방에 있는 행사에 현장 스태프로 근무했다. 그동안 보며 느낀 것들에 관한 것들을 기록으로 남긴다.

 

 

1. 팀 간 유기적인 연결이 얼마나 중요한가

 나는 행사가 시작하기 2주 전쯤에 연락받고 스태프로 근무하게 되었다. 지방에서 이뤄지는 행사에서 사람을 2주 전에 뽑는다는 것은 교육받을 시간이 없다는 의미였다. 매우 급히 사람을 뽑는다는 건 인력난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급하게 연락을 받은 나는 출발하기 전 이미 예상했다. 행사가 그리 순탄하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아니나 다를까 행사는 그리 매끄럽게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다행히 찾아오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다행이지 좀 더 참여자가 많았더라면 분명 매일 사고가 터졌을 것이다. 예전에 행사장 스태프로 근무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큰 사고 없이 일했다. 생각보다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문제는 사람에서 시작되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지금껏 말도 안 되는 일로 컴플레인을 걸거나 안내 사항을 따르지 않는 일반 참여자는 봤어도 말이 안 통하는 스태프는 처음 만나봤다. 현장 스태프에게 지금 상황이 어떤지 충분히 인지시켜주지 않은 채로 행사가 진행되거나 하는 일들이 일어났다. 당장 현장에서 일반 참여자분들과 만나서 안내를 해야 하는 사람에게 정보룰 주어주지 않는다면 그 행사는 제대로 흘러가기 어렵다.

 공연이나 행사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닐 것이다. 팀 간에 공유해야 할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 어느 한 팀에 지나치게 많은 일이 할당된다면 팀 간에 불화가 발생하고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무시받는 듯한 기분을 가진 현장 스태프가 어떻게 고객 응대를 잘할 수가 있단 말인가. 이는 함께 일하는 사람에 근무 의욕을 떨어트리는 일이며 같이 일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2. 특권 의식은 독이다

 앞의 이야기와 약간 중복된다. 특권 의식을 가지면 현상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다. 예를 들면 사무국 스태프가 현장에 업무가 있어서 입장하려 했는데 현장 스태프가 가로막으며 왜 입장하는 것인지 목적을 물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사무국 스태프는 현장 스태프에게 목적을 설명해줘야 한다. 현장을 책임지는 것은 결국 현장을 담당하는 스태프이기 때문이다. 현장 스태프로서는 당연히 물을 수 있고 물어야 하는 질문이다. 그러나 특권 의식을 가진 사무국 스태프는 스태프 카드를 보여주는 것으로 일관되게 대응했다. 관계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마음대로 입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한 특권 의식은 일종의 갑질로 이어질 수 있다. 행사의 목적은 좋은 행사를 만들고 찾아온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데 있다. 결코 멋진 결과 보고서를 만드는 데 있지 않다. 특권 의식은 이 목적을 잊게 만드는 독이다. 아무리 사무국 직원이고 현장 스태프가 아닌 다른 업무가 주된 일이라도 현장에 왔다면 현장 스태프를 도와야 한다. 만약 정말 좋은 행사를 만들고 싶었다면 말이다. 현장 스태프가 어떤 요구를 한다고 해서 투덜거리거나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듯한 태도는 자신의 목적을 망각한 것이다. 이러한 태도에서 비롯된 행동들은 함께 근무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를 넘어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예의와 배려를 어기게 된다.

 서비스의 최전선에 나와 있는 현장 스태프 또는 현장 직원의 이야기가 복잡한 이유 때문에 전달되기 쉽지 않다는 점이 무척 안타깝다. 부디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3.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누나가 놀러 왔다. 분명 나와 함께 일을 시작하고 나보다 경험이 적었던 누나였는데 어느새 한 행사의 팀장 직책을 맡게 되었다. 누나는 현장에 1시간 정도 되는 시간을 머물러 있었다. 그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는데 여러 번 나를 놀라게 했다.

 누나는 완전히 기획자로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현장에 나와 이런저런 질문을 하며 자신이 담당한 행사에 어떻게 적용시키면 좋을지 시뮬레이션해봤다. 이뿐만 아니라 현장의 고객들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들었다.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고칠 수 있을지 또는 새로운 방법은 없을지 생각했다. 실제로 지난 행사에서 고객에게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냈는데 그 아이디어의 현장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했다.

 나도 마케터라는 새로운 직무를 꿈꾸면서 마케터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제 그 자리에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직접 그 일을 하는 사람만큼 많이 생각해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누나를 보며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더 노력하도록 다짐했다.

 

4. 좋은 사람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도 어디에나 한 명쯤은 좋은 사람이 머무른다. 좋은 사람이 있는 자리는 웃음이 끊이질 않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흐른다. 여김 없이 이곳에도 있었다. 마지막 날 서울로 돌아오기 전에 같이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혹시나 싶어 혹시 그곳에서는 별다른 일이 없었냐고 묻자 전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항상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웃으면서 분위기를 흐리지 않고도 해야 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사람. 참 부럽다. 이런 사람과 함께하면 마음이 참 편안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불편하다. 매번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배울 수 있는 종류의 능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질투를 불러일으킨다. 이런 치졸한 마음에 스스로에게 또다시 실망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오늘도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스스로를 인정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질투도 안 하게 되겠지. 그리고 어쩌면 조금은 배울 수 있을지도 몰라.

 


다운 받아둔 영화가 잔뜩 있다. 다음 주에는 영화 리뷰를 다시 올릴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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