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천국> 리뷰 - 언젠가는 졸업해야 한다
오늘도 어느 날

<시네마 천국> 리뷰 - 언젠가는 졸업해야 한다

by 하노(hano)

주관적 해석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프닝 전부터 온갖 수상 성적을 자랑해도 미워지지 않는 영화.

 


[목차]

 

  1. 줄거리
  2. 시선
  3. 언젠가는 졸업해야 한다

 

줄거리

시놉시스

영화가 세상의 전부인 소년 토토와 낡은 마을 극장의 영사기사 알프레도의 애틋한 우정!
25년간 전세계를 웃고 울린 감동대작의 부활!


유명 영화감독으로 활약 중인 토토(자크 페렝)는 고향 마을의 영사기사 알프레도(필립 느와레)의 사망소식에 30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어린 시절 영화가 세상의 전부였던 소년 토토(살바토레 카스치오)는 학교 수업을 마치면 마을 광장에 있는 낡은 ‘시네마천국’이라는 극장으로 달려가 영사 기사 알프레도와 친구로 지내며 어깨너머로 영사기술을 배운다. 어느 날 관객들을 위해 광장에서 야외 상영을 해주던 알프레도가 그만 화재 사고로 실명하게 되고, 토토가 그의 뒤를 이어 ‘시네마천국’의 영상기사로 일하게 된다. 실명한 후에도 토토의 친구이자 아버지로 든든한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알프레도는 청년이 된 토토(마코 레오나디)가 사랑하는 여자 엘레나(아그네즈 나노)의 부모님의 반대로 좌절하자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더 많은 것을 배우라며 권유하고 토토는 고향을 떠나게 되는데...

(출처: 다음 영화)

 

자세한 줄거리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한 시골마을, 흰 울타리 위에 벽돌색 화분이 하나 올라가 있다. 멀리 바다가 보인다. 화분으로부터 점점 줌 아웃되면서 테라스 창문이 보이고 카메라가 집 안으로 들어온다. 노년의 여성이 통화 중이다. 누군가와 연락이 닿지 않는 모양이었다. 겨우 전화번호를 받았다. 전화를 끊자 옆에 있던 딸이 오빠는 오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딸의 말을 통해 노년의 여성이 연락하려고 했던 사람이 아들임을 알게 되었다. 그는 도시에서 꽤나 잘 나가는 모양이었다.

 늦은 저녁, 남자가 집에 들어온다. 그는 살바토레라는 이름의 유명 영화감독이다. 동거하는 여자가 잠에서 깨어 당신의 어머니라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었다고 전해준다. 알프레도라는 사람의 부고였다. 살바토레는 여자 옆에 눕는다. 천둥이 치고 번개가 칠 때마다 살바토레의 얼굴이 비친다. 어디선가 윈드차임 소리가 울리고 살바토레의 회상이 시작된다.

 1940년대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역의 시골마을 잔카르도, 살바토레는 토토라는 이름으로 불렸었다. 토토는 성당에서 복사(천주교에서 신부님을 도와 미사를 진행하는 일)를 하고 있었다. 토토는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아이였다. 신부님은 영화의 검열하는 일을 했는데, 그 일은 다른 사람들보다 영화를 미리 보고 키스 장면이나 노출이 과도한 장면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신부님이 그 일을 할 때면 토토는 몰래 극장에 따라 들어가 영화를 보곤 했다.

 마을의 유일한 영화관에서 일하는 영사기사 알프레도는 마을에 한 명뿐인 영사기사였다. 토토는 영사실에 자주 놀러 가곤 했다.  그곳에서 알프레도를 골탕 먹이 기도하고 신부님이 검역해서 잘려나간 필름을 가지고 놀기도 했다. 알프레도는 필름에 불이 붙으면 위험하다며 필름을 만지지 못하게 했고 영사실에서 내쫓으려 했다. 토토가 고집을 피우자 알프레도는 바구니 안에 든 필름을 모두 줄 테니 조건을 두 가지 걸자고 했다. 하나는 영사실에서 나가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필름을 알프레도가 보관하는 것이었다. 어린 토토는 그러자고 했다.

 토토의 어머니는 토토가 영화관에 가는 것을 싫어했다. 남편이 전쟁으로 러시아에 나가 있었기 때문에 토토 가족의 형편이 매우 나빴기 때문이었다. 한 번은 우유를 사 오라고 토토에게 돈을 쥐어주고 심부름을 시켰는데 밤이 늦도록 토토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상영이 끝나고 사람이 쏟아지는 영화관 앞에서 토토를 찾을 수 있었다. 속상한 마음에 어머니가 토토를 광장에서 마구 때리자 퇴근길이던 알프레도와 극장 직원이 뛰어와 어머니를 말렸다. 알프레도는 능청스럽게 토토는 무료로 영화를 봤고 상영관 분실물 중에 어머니가 토토에게 준 50리라가 있었다고 말하며 토토를 구해주었다.

 토토가 영사실에서 몰래 챙겨 온 필름에 불이 옮겨 붙어 동생이 죽을 뻔한 일이 생기자 어머니는 아예 영사실에 가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토토는 그 뒤로도 영사실을 드나들었다. 토토는 알프레도에게 영사기를 다루는 법을 알려달라 하지만 알프레도는 영사기사는 취급이 안 좋은 일이고 네가 할 일이 아니라며 거절한다. 얼마 뒤,  알프레도가 검정시험을 보는 중에 시험을 통과 못 할 것 같자 토토 보고 도와 달라고 하고 그 대가로 영사기사 일을 가르쳐주었다.

 머리가 좋은 토토는 일을 빨리 배웠다. 두 사람은 빠르게 가까워지고 친한 친구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고로 필름에 불이 붙고 큰 화재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알프레도는 두 눈을 잃고 말았다. 다행히 마을의 한 사람의 도움으로 새로운 극장이 들어서고 토토는 그곳에서 영사기사로 일하게 되었다. 일을 시작하고 학교를 그만두려는 토토에게 알프레도는 학교를 계속 다니라며 충고해주고 토토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일깨워준다.

 어느새 토토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전학 온 엘레나라는 부잣집 딸을 보고 첫눈에 반한 토토는 오랜 기다림 끝에 그녀와 연애를 하게 된다. 두 사람은 열렬히 사랑하지만 환경이 너무나 달랐다. 더군다나 토토가 입영을 하게 된다. 엘레나는 토토에게 사랑을 약속하지만 토토가 군대에 가면서 완벽히 연락이 끊기고 만다.

 제대를 하고서 고향에 돌아온 토토는 많은 것들이 변했음을 느낀다. 자신이 일하던 '뉴 시네마 천국' 극장 영사실에는 낯선 영사기사가 자리 잡았고 엘레나와 함께 타고 다니던 자동차는 닭장으로 변해있었다. 토토를 반기는 것은 마을의 개 한 마리뿐이었다. 당황스러워하던 토토에게 알프레도는 고향을 떠나라고 충고했다.

"돌아와선 안 돼 깡그리 잊어버려야 해 편지도 쓰지 마, 향수에 빠져선 안 돼 잊어버려 만일 못 참고 돌아오면 널 다신 만나지 않겠어 알겠지?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일을 사랑하렴 네가 어렸을 때 영사실을 사랑했듯이."

  토토는 알프레도의 말처럼 고향을 떠나고서는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로마에서 유명한 영화감독이 되었고 알프레도의 장례식에 나타났다. 그가 돌아온 고향에는 뉴 시네마 천국 극장이 문을 닫고 철거를 기다리고 있었다. 30여 년 만에 돌아온 고향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토토는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극장이 철거되는 것을 보고 알프레도가 남긴 선물을 들고 로마로 돌아온다. 선물을 필름 릴 한 통이었다.

 그는 로마에 돌아와서 알프레도가 남긴 선물을 틀어본다. 그러자 거 신부님이 검열해서 잘랐던 키스신들이 연속되어 재생되었다. 수많은 키스신이 지나가고서 끝이라는 자막이 나오고 영화는 끝난다.

 

시선

<시네마 천국> 오프닝

 <시네마 천국>은 시작부터 계속해서 프레임을 만든다. 처음에 등장하는 울타리와 화분은 정확히 어디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바닷가에 조성되어 있는 산책로 같기도 하다. 점점 줌 아웃이 되면서 활짝 열린 창문이 보인다. 그제서야 화분이 어느 건물의 테라스에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 화면 안에 또 다른 프레임을 만드는 연출은 영화에서 반복된다.

 창문 

 특히 프레임으로 자주 사용되는 것이 창문이다. 건축물은 기본적으로 벽과 뚫려있는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창문과 문은 매우 특이한 구성 요소이다. 문은 벽이면서 벽이 아닌 것이다. 벽처럼 물질적으로 존재하면서 가로막는 물체인 동시에 입구가 되기도 한다. 창문은 더욱더 이상하다.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흔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ㅅ새처럼 날아갔구나!

정지용, 유리창 1

 창문은 사람이 바깥의 것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창구이다. 창문은 동시에 그것을 가로막는 벽이기도 하다. 창문을 바라보는 사람은 창문 안의 것들에 홀려 결코 창문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이런 창문이 가진 아이러니한 단절성에 대한 장면은 곳곳에 등장한다. 평생 영화를 트는 일을 했지만 알베르토는 항상 작은 창구를 통해서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영사실에 갇혀 살다시피 하는데 창문을 통해서 광장을 돌아다니는 사람들과 소통한다. <시네마 천국>에서는 창문 밖에 있는 것은 좋은 것이고 창문 안쪽에 있는 것들은 초라한 것이라는 장면이 공식처럼 사용된다. 창문 밖에는 바다, 영화, 햇빛이 비치는 광장이 있지만 창문 안에는 어두운 방안, 오래되고 지저분한 영사실, 일만 하며 힘든 삶을 살아가는 알베르토가 있다.

 토토의 연애도 마찬가지이다. 토토는 고해성사실에서 창문을 통해 엘레나에게 고백한다. 그 뒤로 토토는 엘레나의 창문 밖에서 매일 그녀가 고백을 받아주기를 기다린다. 토토의 연애뿐만이 아니라 그의 인생이 창문 안에 갇힌 삶이었다. 창문은 결국 영화 스크린으로 이어지게 된다. 토토는 오로지 스크린(영화)을 통해서 세상을 배우고 소통하고 그 안에서 살아갔다. 때문에 그는 극장 밖에 삶에 대해 알지도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그는 하루 종일 창문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시선

 프레임은 차단의 의미로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감독은 프레임을 만들었다가 깨는 연출도 자주 한다. 대표적인 장면이 성당의 종탑에서 광장으로 카메라가 이동하는 장면이다. 종탑에서 종이 마구 흔들리는 장면을 보면 종을 가운데 배치하고 종을 벽이 감싸고 있는 형태이다. 게다가 종탑 안은 매우 어두워서 가운데 뚫려 있는 곳만 제대로 보인다. 카메라는 점점 종에 가까워지더니 마침내 종을 지나치고 벽 밖으로 나간다. 그곳에는 잔카르도 마을의 활기찬 광장이 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작은 창을 통해 세상을 보는 알프레도보다도 세상을 보는 더 작은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나온다. 키스신을 음란하다며 검열하는 신부님이 그렇고, 노동자와 부유한 자로 사람들을 가르는 부유층이 그렇고, 마을 이웃을 빨갱이라며 괴롭히는 마을 사람들이 그렇다. 이 창을 깨트리면 넓고 넓은 세상이 나오는데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프레임 안에 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넓은 시각을 가졌던 알프레도는 눈을 잃자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보게 되었다. 알프레도는 마음의 눈을 통해 토토가 가진 가능성을 보았고 더 넓은 세상을 생각했다. 눈먼 자가 눈 뜬 자들보다 더 멀리 보는 아이러니. 결국 알프레도는 토토의 창문을 프레임을 찢어버린다. 알프레도는 토토에게 인생은 영화와 다르다고 말한다.

 "나는 이제 늙었어. 너와 대화하기 싫다. 나는 시골에서 너의 명성을 듣고 싶구나.

 토토는 알프레도를 통해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배웠고 알프레도의 말처럼 로마로 떠난 뒤 30년이 넘도록 고향에 돌아오지 않는다. 토토는 창 밖에 있는 사람이 되었다.

 

언젠가는 졸업해야 한다

 언젠가는 내가 정말 좋아했던 작품에서 졸업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 언제까지고 해리포터를 읽을 수는 없다. 우리 학교 교수님께서 수업 중에 해주신 말씀이다. 그렇다 평생 학교에 남아 있을 수는 없듯이 무엇이든지 떠나야 하는 순간이 온다. 내가 본 <시네마 천국>은 2시간 동안 이 사실을 전해주는 영화였다.

 토토는 알프레도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에 돌아왔다. 30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은 메울 수 없는 것이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10대였던 어린 동생은 이제 성년이 되어 알아볼 수도 없고 집도 토토가 기억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자신의 유년기와 청소년기가 모두 담긴 극장은 철거되고 주차장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어머니가 어린 토토가 사용하던 물건들을 그대로 옮겨놓은 방을 보고 토토가 반가워하던 것은 이러한 혼란 속에서 유일하게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토토는 30년이란 긴 세월을 떠나와있던 것을 후회한다. 그런 토토에게 어머니는 말한다.

 "여기에 있는 것은 전부 허상이란다. 추억으로 남기고 떠나거라."

 고향에 대한 모든 것을 잊고 부정하라던 알프레도의 말을 듣고 고향을 떠난 것처럼 토토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로마로 돌아간다. 하지만 알프레도의 말과 어머니의 말에는 한 가지 차이점이 있었다. 어머니의 말에는 '추억'이라는 말이 있다. 알프레도는 모두 잊어버리라 했지만 어머니는 추억으로 남기라고 말했다. 그렇다 모든 것을 잊을 필요는 없다. 사람에게는 그저 마음이 허할 때 가끔씩 꺼내 먹을 수 있는 추억이 필요하다. 과거를 떠나보내고서 추억할 수 있다면 그때 비로소 졸업했다고 할 수 있다. 토토는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엘레나를 잊지 못하고 엘레나를 찍었던 필름을 계속해서 돌려본 것이다.

 나는 현재 20년이 넘도록 같은 동네의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 몇 번인가 떠난 적은 있지만 금방 다시 돌아왔다. 나는 아직 졸업하지 못한 모양이다. 언젠가 졸업하게 될 날을 기대하고 노력하고 있다.

 <시네마 천국>을 보면서 수많고 다양한 분석을 이끌어내는 영화도 좋은 영화이지만 정말 훌륭한 영화는 그저 러닝타임 동안 가만히 감상하게 되는 영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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