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 리뷰 - 내가 남기고간 풍경에 대하여
오늘도 어느 날

<8월의 크리스마스> 리뷰 - 내가 남기고간 풍경에 대하여

by 하노(hano)

※  주관적 해석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2013년 재개봉 포스터

 

 남자 주인공은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일상을 유지하고 죽음을 준비한다. 이때 한 아리따운 여인이 그의 일상에 침투한다. 두 사람은 사랑을 키워가고, 남자의 죽음은 점점 다가온다. 

 


[목차]

 

  1. 줄거리
  2. 절제
  3. 사진

 

줄거리

  시놉시스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습니다."

"좋아하는 남자 친구 없어요?" 그 남자 l 한석규
 변두리 사진관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노총각 ‘정원’. 시한부 인생을 받아들이고 가족, 친구들과 담담한 이별을 준비하던 어느 날, 주차단속요원 '다림'을 만나게 되고 차츰 평온했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저씨, 왜 나만 보면 웃어요?" 그 여자 l 심은하
 밝고 씩씩하지만 무료한 일상에 지쳐가던 스무 살 주차 단속요원 '다림'. 단속차량 사진의 필름을 맡기기 위해 드나들던 사진관의 주인 '정원'에게 어느새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되는데...

(출처: 다음 영화)

 

  자세한 줄거리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는 정원은 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구령 소리에 잠에서 깬다. 

 정원은 아이들이 빠지고 난 후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옛 기억을 회상한다. "내가 어렸을 때, 아이들이 모두 가 버린 텅 빈 운동장에 남아 있기를 좋아했었다. 그곳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고 아버지도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사라져 버린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정원은 친구 철구 부모님의 장례식장에 갔다가 사진관에 돌아왔다. 문 앞에서 서성거리던 주차단속요원 차림의 여자가 있었다. 기분이 영 좋지 않던 정원은 여자의 부탁을 쌀쌀맞게 거절한다. 거절에도 여자는 바쁘다며 무턱대고 사진을 맡긴다. 정원은 미안했는지 인화 작업을 마친 뒤에 여자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며 사과했다.

 단속요원은 그 뒤로도 사진관을 자주 찾아왔다. 여자의 이름은 다림으로 불법주정차된 차의 사진을 자주 인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잦은 만남으로 두 사람은 서로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다. 정원은 다림에게 자신이 처한 처지를 밝히지는 않았다.

 중간에 3가지 장면이 삽입된다. 첫 번째 장면, 친구 철구와 술을 마시는 장면이다. 정원은 갑작스럽게 철구의 태권도 도장에 찾아간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함께 술잔을 기울인다. 정원과 철구는 지난 추억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운다. 정원은 지나치게 술을 마시고 파출소에 끌려간다. 취객으로 정신없는 파출소에서 정원은 갑작스럽게 내가 왜 조용히 해야 하냐면서 욕지거리가 섞인 고성을 내뱉는다. 두 번째 장면, 정원이 운영하는 초원사진관에 대가족이 사진을 찍으러 찾아왔다. 가족사진을 찍은 뒤, 아들이 할머니에게 독사진 찍으시라 권한다. 정원은 할머니의 사진을 찍어드린다. 그날 밤, 할머니께서 혼자 사진관을 다시 찾아오셨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으시고 화장을 하셨다. 할머니는 조심스럽게 사진을 다시 찍어줄 수 있느냐고 물으신다. 정원은 웃음 낀 얼굴로 친절하게 할머니를 안내한다. 할머니는 정원에게 제사상에 올라갈 사진이니 잘 찍어줘야 한다고 당부한다. 세 번째 장면, 정원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 뒤에 친구들과 정원은 초원사진관에서 단체 사진 촬영을 한다. 이미 친구들은 알고 있는지 정원을 가운데 자리에 세우고 슬픈 표정을 한다. 집으로 돌아온 정원은 아버지의 부탁에 비디오를 틀어드린다. 정원은 아버지께 비디오 조작법을 알려드리며 한번 직접 해보시라 한다. 아버지는 쉽게 비디오를 틀지 못하셨다. 정원은 답답한 마음에 화가 나 방에서 나간다. 정원은 자신의 방에서 비디오 조작법을 종이에 큰 글씨로 적는다.

 정원과 다림의 서로를 향한 마음이 점점 커지던 시기에 정원은 갑작스럽게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다. 다림은 그 사실을 모르고 매일 초원사진관에 가지만 불은 꺼져있고 문이 닫혀있다. 다림은 배속 발령이 나게 되었는데도 정원을 만나지 못하자 사진관 문에 편지를 끼워 넣는다. 다음에는 편지가 부끄러웠는지 문틈에 낀 편지를 꺼내려한다. 하지만 도리여 편지는 사진관 안에 떨어진다. 다음에 사진관에 찾아왔을 때 다림은 화가 많이 났다. 다림은 씩씩거리며 사진관 유리창에 돌은 던지고 한참을 노려본다.

 정원은 퇴원을 하고 사진관에 온다. 사진관에서 밀린 우편물들을 보다가 다림의 흰 편지 봉투를 발견한다. 정원은 편지를 말없이 읽고 웃음 짓는다. 정원은 답장을 적는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사진을 찍는다. 자신의 영정사진을.

 겨울이 찾아왔다. 정원은 죽고 다림은 돌아왔다. 눈이 많이 내린 날, 다림은 초원사진관 앞에 선다. 이전보다 성장한 모습이다. 그녀는 사진관 진열대에 전시된 정원이 찍어준 자신의 사진을 보고는 미소 짓는다.

 

절제

 

 다시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또 나올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는 영화이다. 멜로 영화이면서도 키스씬 하나 없고 죽음을 다루면서도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는 영화라니. 창작자들은 허진호 감독의 인내심을 배워야 한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말하지 않고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어도 드러내지 않는 인내심으로 허진호 감독은 한국 영화계에 하나의 기념비 같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고 있자면 영화에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서 스킨십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정원과 다림은 단 한 번도 자신의 기분이 어떤 지 표현하지 않는다. 대사에 감정을 표현하는 슬픔, 사랑, 두려움 따위의 명사와 형용사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자면 아 저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순정만화 <허니와 클로버>에서 선배가 후배를 보며 독백하는 장면이 있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난생처음 봤다. 이것 참.' 관객이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잘 표현해줄 수 있는 대사인 것 같다. 마치 누군가가 사랑의 빠지는 소중한 순간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저씨 사자자리죠? 생일이 8월 아니에요? 사자자리가 나랑 잘 맞는다고 하던데."

편지를 문틈 사이에 끼워넣는 다림

 서정적이되 과하지 않을 것.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배우들의 표정과 감정은 충분히 보여준다. 편집의 흐름이 느리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영화의 후반부, 정원이 입원하고 연락이 되지 않는 다림은 편지를 적어 초원사진관 문틈에 끼워 넣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들이 무척 인상적이다. 3개의 컷으로 시간의 흐름과 시간 경과에 따른 다림의 감정 변화를 단 3개의 컷으로 대사 없이 표현해냈다. 그중 첫 번째 장면, 정원이 편지를 문틈에 끼워 넣는다. 편지가 잘 안 들어가자 힘을 준다. 그러자 편지봉투가 반으로 접히고 말았다. 다림은 편지봉투를 꺼내 들고 곱게 펴서 손으로 꾹꾹 누른다. 종이가 구겨지지 않도록. 그러곤 다시 편지를 조심스럽게 문틈에 넣는다. 대사 한 마디 없지만 편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전해진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시간이 생략되는 연출이 자주 사용된다. 꼭 보여줘야 하는 장면만 점프컷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반드시 보여줘야 하는 장면에는 시간을 충분히 할애한다. 

 

사진

 

 

 연출에 있어서 절제를 발했기 때문에 대사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많은 말을 할 수 없을 때는 상징과 은유가 필요하다. 오프닝 시퀀스에도 많은 상징과 암시가 사용되었다. 한낮, 정원이 스쿠터를 시내를 달린다. 다음에 컨 전환으로 정원의 방으로 장소가 이어진다. 정원은 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살짝 열린 방문 사이로 따스한 햇볕이 들어온다. 햇볕을 따라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구령 넣는 소리도 따라 들어온다. 정원은 그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난다. 다시 장소는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바뀐다. 이미 학생들이 빠져나간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정원의 독백이 이어진다.

 '내가 어렸을 때, 아이들이 모두 가 버린 텅 빈 운동장에 남아 있기를 좋아했었다. 그곳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고 아버지도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사라져 버린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잠이란 죽음을 상징한다. 과거에 잠은 일시적은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한낮의 낮잠은 아직 때가 오지 않은 이른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정원에게 죽음은 너무 일찍 찾아왔다. 이어지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독백은 묘한 구석이 있다. 죽음을 앞둔 젊은 사람이 어린아이들 앞에서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서 사람이 죽더라고 일상은 연속된다는 것을 배웠다. 어린아이들은 자신이 죽은 뒤에도 이어지는 어린 삶에 대한 은유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사람이 떠난 뒤 남겨질 풍경에 대한 이야기이다.

 정원의 직업인 사진사. 직업은 사회적 자아이다. 정원은 사진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연결된다. 사진이란 어떤 물건인가. 사진은 시간을 포착해서 필름에 고정시켜놓는 결과물이다. 사진은 추억하기 위해 존재하는 물건이다. 영정사진을 찍은 할머니는 다시 곱게 차려입고서 사진을 다시 찍어달라고 찾아왔다. 내가 떠난 뒤 자신의 모습 중 가장 좋은 것을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사진이라는 소재 자체가 영화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 정원이 남기는 사진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떠나고 난 뒤 나를 그리워할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정원은 결국 자신의 영정사진을 스스로 남긴다.

 다른 영화에서도 사진은 비슷하게 사용되는 예를 찾아볼 수 있다. <타락천사>에서 아버지가 요리하는 모습을 캠코더로 촬영한다. 그 영상을 보는 것은 결국 아버지가 아닌 죽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아들이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도 사진은 중요한 소재로 쓰인다. 이 영화에서 사진은 과거를 상징하고 느린 것, 아날로그적인 것을 상징한다. 사진이란 그리운 것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갑자기 찾아온 쌀쌀한 날씨에 떠오르는 영화였다. 나는 떠나기 전에 어떤 사진을 남기고 갈까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시네마 천국>이 CGV에서 다음에는 필름에 대한 또 다른 영화인 <시네마 천국>을 볼까 한다.


 

<시네마 천국> 리뷰 - 언젠가는 졸업해야 한다

※ 주관적 해석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프닝 전부터 온갖 수상 성적을 자랑해도 미워지지 않는 영화. [목차] 줄거리 시선 언젠가는 졸업해야 한다 줄거리 시놉시스 영화가 세상의 전

han-oneday.tistory.com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오늘도 어느날

하노(hano)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