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 리뷰, 잠시 쉬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오늘도 어느 날

<비긴 어게인> 리뷰, 잠시 쉬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by 하노(hano)

주관적해석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요즘 한 프로젝트에 발 잡혀서 바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체력도 정신력도 모두 소진되어 지쳐갈 때쯤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자리 잡힐 낌새를 보였습니다. 여유가 생길 때 잠시 쉬어가자 생각이 들었고, 오랜만에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지쳐 있었기에, 생각 없이 보더라도 즐길 수 있고 긍정적인 기운을 주는 영화여야 했습니다. 무겁고 진지한 영화를 소화하기에는 힘에 부쳤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음악 영화나, 로드 무비가 제격일 것입니다. 기왕이면 <백만 엔 걸 스즈코>처럼 사랑 타령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을 내리는 영화면 더 좋을 것 같았습니다. 왓챠와 넷플릭스를 뒤져보다가 금방 적합한 영화를 찾았습니다.

 

 


 

 음악 영화이면서, 낙천적이며, 마지막에는 자기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 모든 조건을 갖춘 영화입니다. 영화 리뷰를 쓰기 위해서는 우선 글감이 될 좋은 영화가 필요하고, 그다음에는 이 영화가 왜 좋은지, 왜 좋게 느껴졌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고민을 통해서 찾은 이유가 영화 리뷰의 줄기가 되어줍니다. 하지만, 때로는 이 영화가 좋긴 좋은데 왜 좋은 거지? 이유를 찾기 어려운 영화도 있습니다. 나쁜 작품이 나쁜 이유는 찾기 쉽지만 좋은 작품이 좋은 이유를 찾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작업이며 꽤 오랜 고민이 필요합니다. 또 때로는 좋은 이유를 찾을 필요가 없는 작품도 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비긴 어게인>은 좋은 이유를 굳이 찾을 필요가 없는 작품에 속합니다.

 

 좋은 이유를 찾을 필요가 없는 영화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가 너무나도 잘 녹아들어 있는 경우, 연출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저절로 몰입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서사보다도 미장센과 은유가 빛나 시처럼 느껴지는 영화일 때도 있습니다. 이 세 가지 경우 모두 공통점은 몰입에 방해하는 요소가 없어 관객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영화를 감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비긴 어게인>의 뛰어난 점은 음악이 음악 영화의 한 요소로써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는 점입니다. 영화에서 음악은 배경음악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야기에 관여하며 때로는 배우의 대사보다도 많은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것은 무척 어려운 연출 방법입니다. <비긴 어게인>의 음악은 이 역할을 잘 해내고 있으면서도 작품 내에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감독 존 카니는 전작인 <원스>에서는 다소 음울한 분위기를 살려냈는데, <비긴 어게인>은 강렬한 색감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감독의 촬영지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원스>는 아일랜드의 구름 낀 하늘의 느낌과 작품 속 주인공들의 감성이 맞아떨어지며, <비긴 어게인>은 뉴욕의 초가을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이제 막 낙엽이 물들으려고 폼 잡기 시작하는 변화의 시기에, 새롭게 나아가고 변화는 등장인물들 내면의 동적임이 더해져 뉴욕의 빛나는 풍경이 더욱더 아름다워 보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한 작품입니다. 존 카니의 전작인 <원스>에 비해 독창성이 떨어집니다. <비긴 어게인>은 어디 한 곳 모난 곳이 없는 작품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장점은 아닙니다. 너무 무난한 선택을 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즉, 클리셰를 잘 활용했다는 뜻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클리셰는 분명히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잘만 사용한다면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이 더욱 자연스럽게 영화에 빠져들도록 유도할 수 있죠. 하지만, 클리셰를 남발한다면 개성 없는 작품이 되기도 합니다.

 

 만약, 지금 저처럼 지쳐있는 상태라면 이런 전형성을 띈 작품이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마침, 지금 한국과 계절감도 맞아떨어지네요. 포근한 분위기에 주인공들이 뿜어내는 낙천적 에너지까지, 잠시 쉬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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