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습니다. <원더> 리뷰
오늘도 어느 날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습니다. <원더> 리뷰

by 하노(hano)

주관적해석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유치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가 취향입니다.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 같은 영화 말이죠. 작품성에 상관없이 유치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가 사용된다면 일단 이끌립니다. 이런 영화들은 사실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어린이를 겨냥하고 나온 영화를 성인에게 추천하면 반응이 뻔하기 때문이죠. "너 아직도 이런 거 봐...?" 뭐, 추천하기 어려운 이유는 반응뿐만은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 영화가 좋은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당당하게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영화 <원더>의 주인공 '어기'는 10살이 되어서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어기는 초등학교를 홈스쿨링으로 집에서 교육받았기 때문에, 생에 첫 등교를 하게 됩니다. 어기에게도 어기의 가족들에게도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어기는 태어났을 때부터 안면기형 장애를 앓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들과는 다른 외모를 가진 어기는 세상을 향해 발을 딛습니다.

 <원더>의 구성은 각 인물들의 시점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영화에서도 간혹 가다 사용되긴 하지만, 영화보다는 호흡이 긴 소설에서 더 자주 사용되는 구성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원더>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각색된 작품이었습니다. 이런 구성의 장점은 각기 다른 인물의 내면 묘사를 깊이감 있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서 여러 관점으로 해석이 가능하고, 각 인물의 사연을 표현하는데 탁월한 이 구성 방식은, 추리 소설 장르처럼 사건 자체가 흡입력 있는 경우에 흔하게 사용됩니다.

 <원더>에서 이 구성은 내면 묘사를 위해 활용됩니다. 알고 보면 이 흉악무도한 인물에게도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 며 악인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방식으로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그저, 각 인물의 심리 묘사에만 집중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함정이 있는데 <원더>를 연출한 스티븐 크보스키 감독이 성선설에 기반하여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모든 등장인물이 선한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갈등 요소는 역할이 매우 미미하고 중요한 것은 인물들의 정신적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현재 방영 중인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유사하다고 생각하시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원더>의 인물들의 최대 갈등은 인물 간 인간관계로 발생한 갈등이 아니라, 상황적 갈등입니다. 어기는 세상의 편견과 싸워나가며, 어기의 누나 올리비아는 스스로를 억압하던 자기 자신을 극복해내야만 합니다. 어기의 절친 잭은 또래 집단 사이의 평판과 진정한 친구 중에서 선택해야만 하죠. 올리비아의 둘 도 없던 절친이었던 미란다는 죄책감과 정면으로 마주쳐야 합니다. 각 인물의 성장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며 함께 발전해나갑니다.

 영화의 다른 특징은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적어도 청소년, 어린이 인물에 한해서는) 선인이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작중 빌런인 아이도 부모 대신 부모의 무례를 대신 사과합니다. 앞서 감독이 성선설에 기반하여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한 이유입니다. 기본적으로 모두 선한 성격을 지녔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손쉽게 해결됩니다. 사과를 하면 받아주지 않는 캐릭터가 없습니다. 갈등 해소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사과하기 위한 약간의 용기뿐입니다.

 현실은 분명 <원더> 속 세계관과 다릅니다. 장애를 가진 아동이 또래 집단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고, 사과를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있더라도 상대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이 저는 세상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조금씩 좋게 마음먹는다면, 세상은 더 쉬워질 테니까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지향해야 할 지점이 바로 <원더> 속 마음씨 좋은 사람들의 세상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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