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볼 드라이브』, 녹지 않는 눈이 내린다면
오늘도 어느 날

『스노볼 드라이브』, 녹지 않는 눈이 내린다면

by 하노(hano)

 

 무더운 유월의 어느 날, 하늘에서 눈이 펑펑 내린다. 중학교 2학년 모루는 운동장에서 고개를 쳐들고 그 기이한 관경을 쳐다본다. 아이들이 신기한 듯 밖에 나와 눈을 맞는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른다. 눈에 닿은 피부에 붉게 발진이 일어나고 혈토를 하더니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사람들이 몰려있던 운동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이들이 사자에게 쫓기는 소 때처럼 눈을 피해 학교로 달려들었다. 그날부터 녹지 않는 괴설이 전 세계에 내리기 시작하고 일상이 무너졌다. 녹지 않는 눈은 세상을 새하얗게 덮어버렸고 더러운 것들은 모두 흰 눈 아래에 묻혔다. 지구는 거대한 스노볼이 되었다.

 

 우리는 1년이 넘게 비일상이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에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다. 인간은 이미 스페인 독감, 사스, 신종 플루, 메르스를 극복해냈고 어쩌면 이 승리의 경험이 안전불감증을 유발했는 지도 모르겠다.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수차례 승리를 거둔 인간은 코로나가 시작되었을 때에도 막연한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 전쟁은 1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고 인간은 적군과 영원히 함께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스노볼 드라이브』의 주인공 모루와 주영은 괴설이 세상을 휩쓴 뒤 지옥으로 변한 도시 백영시에서 새로운 일상을 살아간다. 『스노볼 드라이브』의 세계관은 코로나 이후 새로운 일상, 뉴 노멀에 익숙해진 인간 세상 자체에 대한 거대한 비유다. 어쩌면 전 세계 인류의 생활을 바뀐 현재의 모습이 끝이 아니라 그 뒤에 더 거대한 무언가가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솟아난다.

 

 『스노볼 드라이브』는 인류의 멸망은 영화처럼 거대한 핵폭발이나 빙하기, 대형 운석, 지진과 쓰나미처럼 한 순간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스며들듯 천천히 오는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 한순간에 다 함께 사라지는 손 쉬운 멸망이란 없다. 우리는 멸망 속에서도 추하게 발버둥치며 살아나가야만 한다. 흔히 사람은 모두 천천히 죽어가고 있다고 말한곤 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모두 다함께 천천히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후 변화가 삶의 양식까지 침투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할 수 없는 기후 특이점까지 약 1.5도가 남았다고 한다. 이에 도달하기까지 약 7년의 시간이 남았다고 예상하고 있다. 7년 뒤에는 아무도 경험해본 적 없는 전인미답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스노볼 드라이브』은 포스트 아포칼립스적 세계관을 지니고 있는 SF소설이면서 추리 소설이자 동시에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조예은 작가는 장르에 대한 뛰어난 이해력으로 각 장르적 재미를 뽑아냈다. 동시에 세계관에 대한 생생한 묘사로 사실감과 몰입도가 살아난다. 통통 튀고 잘 읽히는 문장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만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전개와 주인공 간 관계성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여담

 

 

 우리가 빌고 어두운 쪽을 보고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우리의 의식적인 선견지명, 즉 상상력을 통해 장래의 일을 모의실험하는 능력이 맹목적인 자기 복제자들의 이기성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줄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335쪽

 

 다행히도 인간은 뛰어난 예측 능력을 갖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OECD 회원국에 2035년까지 넷제로(탄소 순 배출량 0)을 주문했다. 민간 차원에서도 기업은 친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업싸이클링 제품이나 환경문제 개선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내놓고 있다. 소비자들도 환경문제에 관심을 표하면서 환경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업에 호응하고 있다. 이와 관련되어서 읽어볼 만한 글의 링크를 첨부한다.

 

[스타트업] '쓰레기의 테슬라' 수퍼빈 김정빈 인터뷰

플라스틱 방앗간 by 참새클럽

국내 업사이클링 브랜드

 ● 리블랭크

 ● 카네이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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