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서평 - 도면보다는 그곳의 삶
오늘도 어느 날

『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서평 - 도면보다는 그곳의 삶

by 하노(hano)

 

 웰빙, 미니멀리즘, 소확행, 욜로, 휘게, 딩크, 맥시멀리즘 등 라이프스타일을 지칭하는 온갖 용어들이 등장했다. 그 속도는 점점 빨라져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는 주기도 점차 짧아지고 있다. 코로나로 자택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개인의 생활과 집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레이어드 홈, 편리미엄 등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용어의 등장이 가속화되었다. 각 용어를 대표하는 인물, 커뮤니티, 기업이 나서서 각자 자신이 표방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설명한다. 그들은 마치 자사 제품을 광고하듯이 좋은 점만을 이야기한다. 그들의 설명 속에서 그것이 어떤 삶인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인지, 어떤 불편함을 감수하는지에 대해서 볼 수 없다. 너무나 많은 설명이 존재할 뿐 눈에 보여지는 것은 찾기 어렵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주택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어느 날 홋카이도 지방에서 편지를 받는다. 요즘엔 보기 드문 손편지였다. 편지의 발신인은 홋카이도에서 작은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진 도모노리 씨였다. 그는 손수 지은 집과 창고, 빵집이 있지만 작업실과 가게가 분리되어 불편하고 가게 공간이 협소한 이유로 새로운 빵집을 지을 계획을 세웠다. 평소에 동경하던 건축가인 나카무라 요시후미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새로운 빵집에 바라는 것들을 적은 설계 의뢰서를 보냈다. 편지에는 직접 장작에 불을 짚서 소박한 빵을 굽는 도모노리 가족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사람 냄새나는 편지에 반해 설계 의뢰를 수락한다. 『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는 설계 의뢰부터 완공까지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로 구성되었다.  '도면보다는 해질녁 작은 불빛을 품은 집이 있고, 어려운 건축 용어로 설명하기보다는 그곳의 삶을 통해 집을 이해시키는 건축책.'이라는 출판사의 도서 서평처럼 책을 읽다 보면 도모노리 가족을 오래 지켜봐 온 것처럼 그들이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사는 자연스러운 삶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하루에 약 200여 개의 광고를 접한다.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은 콘텐츠와 텍스트가 존재한다. 대부분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보다는 자신들의 상품이 얼마나 좋은지 설명하려 한다.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수많은 텍스트를 읽고 정보를 처리하는 피로도 높은 삶 속에서 잠시, 자연 속에서 소박한 빵을 굽는 이들을 보며 휴식하는 시간은 무척 달콤했다. 책을 읽는 내내 어디선가 담백한 빵 냄새가 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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