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김연수
오늘도 어느 날

『스무 살』, 김연수

by 하노(hano)

 

 

 

 어떤 책을 포스팅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내가 어떤 책을 좋아했었지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내가 좋아하고 많이 읽었던 작가들을 떠올렸다. 은희경, 김영하, 신경숙 그리고 김연수. 내가 십 대 때 좋아하던 작가들. 그중에서도 유독 많이 읽고 필사도 했던 『스무 살』이 생각났다.

 스무 살 이후에는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 라는 문장으로 유명한 소설 「스무 살」. 한때 누군가는 이 문장을 도시 괴담 같은 문장이라고 했다. 소문이 자자하고 유명하지만 실체는 없었으니까. 15년 만에 이 소설이 다시 탄생했다. 「스무 살」이 수록된 소설집이 재출간되었다. 나는 이 문장을 읽기 위해서 기꺼이 이 책을 구매했다. 이 문장이 마음에 들어 무척 많이 읽었었다. 언젠가 이런 글을 쓰기를 바라며 필사도 했었다. 나는 왜 이토록 이 작가를 좋아했을까. 다시 『스무 살』을 집어들었다.

 

 소설은 서술자가 자신의 스무 살의 기억을 되돌아보는 내용이다. 서술자에게 스무 살은 인생과의 약속을 한 해이자 뭐든지 극에 달한 시기였다. 그해에 주인공은 세 사람을 만난다. 이촌동 부촌에 사는 학생, 불문과를 다니는 여자친구와 아동복지센터 바자회에서 만난 법학과 학생 재진. 서술자는 이 5가지 키워드로 자신의 스무 살을 함축해서 표현한다.

 소설을 읽으며 인상적인 문장을 노트에 받아 적었다. 적다 보니 어느새 노트 한 바닥을 가득 채웠다. 거의 소설을 필사한 수준에 가까웠다. 문장을 받아 적은 노트를 보다 보니 새삼스럽게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김연수는 이토록 한국어를 아름답게 쓸 줄 아는 작가였다.

 문장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과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이 소설을 읽을 무렵에 나는 스무 살을 조금 넘긴 나이였다. 스무 살의 나는 문장의 아름다움을 알았지만 소설의 내용을 느끼지는 못했었다. 서술자는 스무 살을 보내고 6년 뒤인 스물여섯 살에 자신의 스무 살을 회상한다. 마침 지금 내 나이가 그와 엇비슷하다. 스무 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걸까. 이제 조금 「스무 살」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끼니도 거른 채 어두워지는 밤 안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 나라는 인간은 어딘가 단단히 잘못된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무 살의 가을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바람이 차다고 생각하며 창문을 닫기 전까지 나는 가을인지도 몰랐다.         
                                                                                                                                                                                    (25쪽)

 여러모로 나의 스무 살을 떠올리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 속 서술자가 그러했듯 나 역시 내 앞에 주어진 현실 말고 다른 무언가를 바랐었다. 내 앞에 마주한 현실과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스스로 어딘가 잘 못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받은 스트레스를 자기 파괴적인 행동으로 풀었었다. 끼니를 걸렀는데 길게는 이 주 동안 한 끼도 먹지 않은 적도 있었다. 누구나 그런 시기를 겪은 적이 있거나 겪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을 읽는 누구나 자신의 이십 대를 추억할 수 있다. 쉽게 잊혀지는 시기는 아니니까.

"응. 아마 앞으로도 그 노래만 들으면 여기가 생각날 거야. 쉽게 잊혀지지는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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