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 반드시 두 번 읽게 된다
오늘도 어느 날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 반드시 두 번 읽게 된다

by 하노(hano)

 

뒤통수를 쎄게 후려갈기는 소설

 우타노 쇼고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와 밀실살인 게임 시리즈로 이 작가를 접했다. 네 권의 책을 읽고서 내가 느낀 우타노 쇼고의 특징은 반전과 서술 트릭에 능통하다는 것이다. 우타노 쇼고는 본격파 추리 소설 작가로 독자는 작가가 준비해둔 판에 올라 두뇌 게임을 즐기게 된다. 복잡하게 얽힌 문제풀이에 집중하던 독자들은 결말부에 숨겨진 커다란 반전에 무방비하게 뒤통수를 내어주게 된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는 표지도 한몫한다. 표지와 서정적인 제목을 보고 로맨스 소설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내용적으로 로맨스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추리소설이다. 자유분방한 성격을 지닌 남자 주인공 나루세는 지하철역에서 자살 기도를 하던 여인 사쿠라를 구출해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하고 한편 나루세는 고등학교 후배의 부탁으로 교통사고의 진상을 파헤쳐나간다.

 이 소설의 반전이 가진 미덕은 반전이 장치로서만 기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서술한 것과 같이 우타노 쇼고는 본격파 추리 작가다. 본격파 추리소설은 추리 장르의 장르성을 극단적으로 발전시킨 장르인데 이 때문에 오로지 두뇌 게임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되면 독자의 정서가 개입할 공간이 없어진다. 오로지 지성만 중요시되고 문제 풀이의 즐거움이 강조된다. 사람의 죽음과 범죄 행위는 수수께끼 풀이를 위한 소재로 전락하여 소비되는 행태를 보인다. 반전은 이 두뇌게임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장치로 역할을 맡는다. 흔히 말하는 '반절을 위한 반전' 은 이런 양상을 비판하는 말이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에서 반전은 소설의 주제를 강화하는 역할을 함께 지니고 있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의 반전이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유는 반전이 가지고 있는 충격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반전이 충격으로 그치지 않고 독자들의 감정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지닌 반전은 일본 사회가 마주하고 곧 한국과 다른 나라들도 마주할 사회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며 진한 감동을 남긴다.

 또한 이 소설에 따라오는 여러 평가 중 많이 언급되는 것은 '영상화가 어려울 것이다'라는 평이다. 영상화가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아예 불가능하다고 확신하는 사람들도 있다. 영상 문화가 점점 거대해지고 문자 콘텐츠 소비가 감소하는 가운데 영상이 따라 할 수 없는 소설만이 가진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작품이다.

 

반드시 한 번 더 읽게 된다

 이 소설은 두 번 읽을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의 결말부는 독자로 하여금 강제적으로 책의 첫 장을 다시 펼치게 한다. 지나치게 이 소설 결말부의 반전을 언급하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그만큼 이 소설이 가진 반전의 충격은 거대하다. 이 반전을 만난 독자들은 이 책의 첫 장부터 다시 읽으면서 작가가 심어놓은 암시와 복선을 찾는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결말을 만난 뒤에 비로소 이해되는 제목의 의미와 소설 곳곳에 숨어있는 문장을 찾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한 번 더 읽어야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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