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리뷰: 욕망의 인력
오늘도 어느 날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리뷰: 욕망의 인력

by 하노(hano)

 

 얼마 전에 친구가 투자 내역을 보여줬다. 20만 원의 투자금이 수익률 500퍼센트를 넘겨서 100만 원 대의 금액이 됐다. 도지 코인이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에서 언급되고 며칠 뒤의 일이었다. 주식에 소액 투자를 하고 있었기에 이것이 몇 주 사이에 일어났다고 하기에는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수익률인지 알 수 있었다. 암호화폐 투자는 생각해본 적도 없고 주식도 우량주만 할 정도로 쫄보인 나의 마음이 흔들렸다. 이야기로만 들었을 때와 주변에서 직접 본 것과의 차이는 컸다. 며칠 전에 본 노트북 가격이 생각나고 소액만 넣어서 친구처럼 100만 원만 만들어볼까 생각했다. 100만 원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떠올랐다. 필름 카메라, 갖고 싶었던 줌 렌즈, 태블릿, 노트북 등등.

 

  최근 암호화폐 시장은 누가 봐도 과열되어 있다. 비트코인은 공급량이 한정되어 있어 수요가 가격을 결정한다. 즉, 현재 비트코인의 가격은 암호 화폐 투자 시장에 뛰어든 사람들의 욕망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기타 다른 암호화폐의 가격도 사실 상 수요로 인해 가격이 상승했다. 욕망의 대상은 매력적인 것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이 힘으로 수많은 종류의 암호화폐가 탄생하고 더 거대한 힘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현재 과열된 암호화폐 시장은 그야말로 광기 자체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주인공 조던 벨포드는 월스트리트의 중개인을 꿈꾸던 22살 청년이 어떻게 나락에 떨어지는지에 대한 실화 바탕의 이야기다.

 

 조던 벨포드는 월스트리트의 중개인이 되었지만 하필이면 1987년 10월 19일 블랙먼데이가 터지고 실직하고 만다. 그는 우연히 비상장 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거래소에 취직하고 타고난 화술로 순식간에 돈을 벌어들인다. 주로 소위 말하는 페니스톡(동전 금액 단위에서 거래되는 주식)을 주로 신분상승을 꿈꾸는 하위층 사람들을 상대로 사실 상 아무런 가치도 없는 주식을 수천 주 단위로 팔아댔다. 조던은 그 뒤로 어린이용 가구 판매원이었던 도니와 대마초 판매원이었던 고향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회사를 차린다. 그들은 부자들을 대상으로 비상장 주식을 팔기 시작하고 그들이 만든 스트래튼 오크먼드 회사는 빠르게 성장한다. 금세 월스트리트에서도 유명세를 떨칠 정도가 되었고 조던 벨포트 같은 삶을 꿈꾸는 이들이 몰려든다. 조던 벨포드는 원래 부인과 이혼하고 새로운 여인과 결혼하고 마약과 문란한 성생활에 도취된 삶을 산다. 그러던 중 FBI에게 주가 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고, 풍요롭지만 피폐한 삶이 이어진다.

조던 벨포드 역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조던은 월스트리트 대표 잡지 포브스에서 고객들의 돈을 뜯어 위험 종목을 떠넘기고 자신의 주머니에 돈을 챙겨가는 월스트리트의 늑대라고 비난받는다. 조던은 자신을 늑대라고 비꼬는 기사에 분노했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조던과 일하고 싶다고 몰려든다. 욕망은 원초적이라 도덕적 판단 없이 강력한 인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강력한 인력은 중간에 멈추는 법이 없다. 무엇이든 삼켜버리는 블랙홀처럼 계속 빨아들일 뿐이다. 조던은 스스로를 멈출 기회가 있었지만 그 기회를 발로 차 버린다. 그 결과 그는 가족을 잃고 동료들을 모두 팔아넘기고 4년의 형량을 살며 막대한 금액의 보상금에 시달리게 됐다. 욕망은 조던 자신마저 삼켜버린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조던을 잡아넣은 FBI 요원은 여전히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조던은 뉴질랜드에서 세일즈 트레이너로 강의를 한다. 조던의 강의가 시작되고 카메라는 조던을 중심으로 반대편으로 돌아 집중하고 있는 청중들의 얼굴을 보여주며 끝난다. 결국 벨포드의 욕망의 결과는 절망적이었지만 세상은 그대로이고 사람들의 무차별적인 욕망은 계속되고 있다. 노장 마틴 스콜세이지는 노골적으로 이것이 돈이라면 범죄자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는 욕망의 얼굴이며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쩌다 보니 영화 리뷰를 빙자해서 암호 화폐 같이 실체 없는 곳에 투자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됐다. 하지만 나의 의도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암호 화폐 역시 좋은 투자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화폐는 각자의 목적을 갖고 탄생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믿음이 곧 화폐가 지닌 가치가 되어버린 지금은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영화에서 조던은 돈을 위해 풍랑주의보가 내려졌음에도 요트를 타고 스위스행을 선택한다. 결국 요트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난파되고 만다. 욕망의 급류를 타고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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