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리뷰 - 로맨틱 코미디의 가이드
오늘도 어느 날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리뷰 - 로맨틱 코미디의 가이드

by 하노(hano)

주관적해석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목차]

 

  1. 줄거리
  2. 로맨틱 코미디의 가이드
  3. 모든 인연은 특별하다

 

줄거리

 

  시놉시스

 

"우린 친구가 될 수 없겠네요."
대학 졸업 후 뉴욕행을 함께 하게 된 해리와 샐리.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명제로 두 사람은 설전을 벌이고, 성격도 취향도 정반대인 서로를 별종이라 생각한다. 뉴욕에 도착한 두 사람은 짧은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헤어진다.

"너랑 연애 안하길 천만다행이야."
몇 년 뒤, 우연히 서점에서 재회한 두 사람. 샐리는 연인과 이별했고 해리는 아내에게 이혼을 통보 받았다. 두 사람은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며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비로소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조금만 더 안아줘."
어느 날 샐리는 헤어진 연인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되고 뒤늦은 이별의 아픔에 슬퍼한다. 해리는 그런 그녀를 말없이 안아주고 위로의 키스는 뜻밖의 하룻밤으로 이어지는데…

다음 날 아침,
우린 친구일까, 연인일까?

(출처 : 다음 영화)

 

  한 줄 요약

 너무나 다른 두 사람, 스쳐가는 인연이었다가 친구가 되었다가 연인이 되었다.

 

로맨틱 코미디의 가이드

 1989년 작품으로 꽤 공개된 지 시간이 꽤 흐른 작품입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봐도 재미있네요. 한때 로맨틱 코미디의 대표작으로 뽑히기도 했을 정도로 흥행했습니다. 이 작품의 덕목인 비자극성은 관객의 마음을 편하게 합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줄 정도의 갈등이 등장하지 않고 모든 장면이 사랑스럽습니다. 러닝타임도 96분으로 한 번에 보기에도 부담 없습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1977년 시카고 대학교 캠퍼스에서 시작합니다. 해리 번즈는 여자 친구와 찐한 키스를 하고 있습니다. 그둘 옆에 짐을 실은 연노란 승용차가 멈춰섭니다. 차의 운전자는 샐리 브라이트로 해리의 여자친구와 친한 친구 사이입니다. 이제 해리와 샐리는 뉴욕까지 13시간의 여정을 함께 해아합니다. 샐리에게 해리의 첫인상은 최악입니다. 식성도 다르고 부정적이며 무례한 말을 서슴없이 합니다. 게다가 화려한 언변으로 대꾸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재주까지 있습니다. 반면 샐리는 긍정적이지만 매우 까다로운 면이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이 좁은 차 안에 13시간 동안 함께 해야 하는 어색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매우 중요한 장면입니다. 처음에는 이렇게나 달랐던 두 사람이 점점 비슷해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낙차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첫 만남에서 해리는 샐리에게 남자와 여자는 '섹스'가 있는 이상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샐리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죠. 그녀에게는 연애 감정은 없지만 친구로 지내는 남자들이 있었거든요. 해리는 그들은 너와 자고 싶어서 친구로 지내는 거라고 대꾸합니다. 매력 없는 여자와 친구로 지내고 싶어 하는 남자는 없다면서요. 이 대화가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사실상 나머지 80여 분은 이 대사에 대한 묘사입니다. 아주 기본적인 할리우드 작법입니다. 커다란 힌트를 영화 초반부에 아주 가볍게 던져주기.

 해리와 샐리는 12년 동안 만남과 헤어짐을 3번 반복합니다. 이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여정은 가히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가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는 두 사람의 비대칭적 관계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기본 방향 값을 갖고 있습니다. 그 여정에서 물리적 혹은 정서적으로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합니다. 핵심은 결말에 이르기 전까지는 비대칭적 관계가 지속된다는 점입니다.  서로 가까운 사이가 되더라도 한쪽이 더 애정의 크기가 크거나 상대에 대한 불안감 혹은 불만을 품고 있는 식으로요. 이 과정은 법칙에 가깝습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로맨틱 코미디의 가이드라고 감히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두 사람은 여러 번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데 다시 만날 때마다 그들의 연애 전선은 다른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첫 번째 만남에서는 해리에게 여자 친구가 있었고, 두 번째 만남에서는 두 사람 모두에게 연인이 있었습니다. 세 번째 만남은 오래된 연인과 헤어진 직후였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 만남에서는 상처를 받고 오랫동안 방치해둔 상태였습니다. 이것이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의 비대칭적 관계를 만들어주는 방식입니다.

 이번에는 연출적인 면을 살펴보겠습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는 여러 명장면이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장면으로 식당에서 샐리가 가짜 오르가즘을 보여주는 씬도 있고, 해리가 고백하는 장면, 각자 집에서 카사블랑카를 보며 통화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절친이 된 해리와 샐리가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춤추는 장면입니다. 카메라는 픽스되어있고 해리와 샐리가 회전문처럼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춤춥니다. 뺨을 맞대고 춤추는 두 사람은 친구라기에는 지나치게 가까워 보입니다. 두 사람의 얼굴이 번갈아 가며 화면에 잡힙니다. 대화하면서 변하는 두 사람의 표정이 극적으로 표현됩니다.

 

모든 인연은 특별하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또 다른 특징은 영화 중간중간에 인터뷰가 인서트 된다는 것입니다. 총 7번의 인터뷰가 삽입되었습니다. 노년의 부부가 나란히 소파에 앉아 결혼하게 된 이야기를 풉니다. 첫눈에 반해서 만난 지 2주 만에 결혼해서 50년간 함께한 부부, 고등학생 커플이었다가 헤어진 지 34년 만에 다시 만나 결혼하게 된 부부, 이혼하고 35년 만에 우연히 다시 만나 결혼하게 된 부부, 평생 지척에서 있었지만 모르는 사이로 지내가 부부의 연을 이은 두 사람 등 기적적으로 결혼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정말 특별한 이야기입니다. 처음 만난 지 2주 만에 결혼식을 올리다니 상상이 되시나요? 34년 동안 그리워하던 사람을 타지에서 우연히 만나 결혼까지 하다니 정말 깊은 사랑입니다. 미디어에서난 접할 법한 이야기군요.

 이 인터뷰는 구성을 나누는 역할도 합니다. 발단이 끝나고 전개가 시작되는 사이에 인터뷰가 삽입되는 방식이죠. 이런 편집은 각 구성을 자연스럽게 나눠주지만 영화의 흐름을 끊을 수도 있습니다. 갑자기 엉뚱한 사람들이 나와 이야기를 하니 관객들의 집중도 끊기겠죠.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인터뷰가 충분히 각 구성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앞뒤 이야기와 연관되는 자연스러운 인터뷰를 삽입합니다. 게다가 기적적인 이야기인 만큼 관객의 집중도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러닝타임 96분 중에 인터뷰가 7번이나 삽입되었는데도 작품성을 떨어트리지 않았습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인터뷰가 가지는 가장 큰 역할은 사실 이야기의 확장입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노부부의 인터뷰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대단한 인연과 운명이 도와줘서 만들어진 기적입니다. 이에 비하면 해리와 샐리의 인연은 별 볼 일 없어 보입니다. 운명 같은 첫 만남도 없었고, 오랜 시간 연모하는 마음을 품어온 것도 아니었죠.

 총 6번의 인터뷰가 삽입되고 영화의 마지막에 7번째 인터뷰가 나옵니다. 이번 인터뷰 영상의 주인공은 해리와 샐리입니다. 악연으로 만나 스쳐 지나가는 인연 같은 두 번째 만남을 갖고 세 번째 만남에서 둘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둘은 오랜 시간을 친구로 지냅니다. 12년 만에 고백을 받고 3개월 뒤 결혼합니다. 관객들은 90여 분 동안 주인공 둘을 지켜보며 친밀감을 쌓았습니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이지만 해리와 샐리는 오래된 지인처럼 느껴집니다. 친밀감으로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와 동일 선상에 높이게 됩니다. 멋진 이야기들 뒤에 해리와 샐리의 인터뷰가 나온다는 것은 해리와 샐리의 이야기도 기적 같은 인연이라는 의도가 담겨있습니다.

 관객은 이미 해리와 샐리를 자신과 동일한 인간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해리와 샐리의 인연은 곧 우리의 인연과 같습니다. 해리와 샐리의 인터뷰는 결국 모든 인연은 기적이라는 교훈으로 확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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